AI 핵심 요약
beta- 군과 유엔사가 21일 파주 DMZ서 폭발사고를 조사했다.
- 대대장 등 3명이 다쳤고 목함지뢰 가능성이 제기됐다.
- 기사는 북한 지뢰로 보고 무인개척과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금속 없는 나무상자, 수풀·경사지… PRS-20K도 버거운 DMZ 수색로
조사 일정 공개는 적에게 주는 '선물'… 정부는 '북 지뢰' 전제로 조사 임해야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 경기 파주 육군 25사단 관할 군사분계선(MDL) 인접 비무장지대(DMZ)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울렸다. 유엔군사령부의 북한 지뢰 매설 의심지대 현장조사를 앞두고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이었다.
선두에서 탐지하던 공병 중사가 1차 폭발로 쓰러졌고, 구조를 위해 다가서던 수색대대장(중령)이 2차 폭발에 발목을 잃었다. 간부 15명과 병사 3명, 모두 18명이 개척·예초·엄호조로 편성돼 허리 높이 수풀을 헤치던 작전이었다.
군과 유엔사는 27일 40여 명을 투입해 첫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폭발 지점에는 끝내 닿지 못했다. 미확인 지뢰 위험 탓이다. 잔해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북한 지뢰와 아군 유실 지뢰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입에 올린다. 인근 하천인 사미천을 타고 떠내려온 아군 지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북관계를 의식한 신중함이겠지만, 지뢰의 제원은 이미 답을 내놓고 있다. 이번 폭발은 '북한 지뢰'다.

◆29g M14 발목지뢰, 튀어 오르는 M16… 韓 대인지뢰로는 '두 번의 굉음' 설명 못 해 = 한국군이 보유한 대인지뢰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M14, 일명 '발목지뢰'다. 지름 5.6㎝, 높이 4㎝로 휴대용 손전등 뒤뚜껑만 한 크기다. 폭약은 테트릴 약 29g. 발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된 저위력 지뢰다.
지뢰화와 지뢰덧신, 방호복을 갖추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게 공병 현장의 설명이다. 이번 작전 투입 장병은 전원 방호복과 지뢰덧신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대장의 발목이 절단됐다. M14의 위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M16 계열 도약형 파편지뢰다. 긴 깡통처럼 생긴 이 지뢰는 밟으면 1m 안팎 높이로 튀어 올라 공중에서 터진다. 수백g의 TNT가 쇠붙이 파편을 사방으로 뿌려 살상반경이 30m에 이른다. M16이었다면 좁은 개척로에 붙어 있던 장병 상당수가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실제 파편에 의한 추가 피해는 경상 1명에 그쳤다. M16도 아니다.

남는 것은 북한의 대표 대인지뢰, 목함지뢰다. 나무상자 안에 TNT 약 200g을 채운다. M14의 7배 가까운 폭약량이다. 2015년 8월 4일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 파주 GP 추진철책 통문에 몰래 묻은 목함지뢰가 터졌을 때,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는 철책이 흔들리고 흙과 잔해가 수십m 높이로 치솟는 장면이 찍혔다. 부사관 두 명이 다리를 잃었다. 이번 피해 양상은 그때와 닮았다.
폭발이 두 차례,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다는 점도 결정적이다. 한 발만 묻힌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아군 유실 지뢰가 하필 수색로 한 지점에 두 발 연달아 흘러와 박혔다는 가정은 궁색하다. 반대로 적이 다니는 길목에 여러 발을 묶어 심는 것은 매설의 기본이다. 북한은 최근 한 달 새 20여 차례 MDL을 무단 침범하며 불모지 조성과 지뢰 매설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를 이어왔다. 폭약량, 피해 양상, 복수 폭발, 북한군 동향. 네 가지가 모두 '범인'은 누구라고 지목하고 있다.

◆금속 없는 나무상자, 수풀·경사지… PRS-20K도 버거운 DMZ 수색로 = 한국은 2001년 가입한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개정의정서Ⅱ' 당사국이다. 이 의정서에 따라 대인지뢰에는 금속탐지기에 걸리도록 일정량(철 8g 상당)의 금속을 넣어야 한다. 아군은 물론 전쟁이 끝난 뒤 민간인이 찾아낼 수 있도록 한 인도적 장치다.
우리 지뢰는 '찾으라고 만든 지뢰'다. 북한 목함지뢰에는 이런 '배려'가 없다. 기폭장치의 작은 부품을 빼면 몸체가 나무라 금속탐지기에는 사실상 잡히지 않는다. 물에 떠서 장마철마다 남쪽 하천으로 흘러내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탐지기를 든 공병이 선두에서 한 뼘씩 훑어가던 길에서 지뢰가 터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이 탐지를 피하도록 만들어진 지뢰였음을 말해준다.
우리 군의 휴대용 지뢰탐지기는 두 세대가 공존한다. 1990년대 후반 도입된 PRS-17K는 금속에 반응해 신호음을 내는 방식이라 목함지뢰 같은 비금속 지뢰는 탐지하지 못한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개발에 들어가 2022년 말부터 배치된 PRS-20K(한화시스템)는 금속탐지 센서에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더했다. 전파를 땅속으로 쏴 흙과 다른 물체의 경계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이론상 목함지뢰도 잡는다.
문제는 DMZ의 현실이다. GPR은 탐지 헤드를 지면에 바짝, 평행하게 붙여야 제 성능이 나온다. 허리까지 자란 수풀에선 먼저 예초를 해야 하는데, 예초 자체가 지뢰나 인계철선을 건드릴 위험을 안고 있다. 경사지는 더 어렵다. 헤드 각도가 수시로 틀어지고, 빗물에 흙이 쓸려 지뢰 매설 깊이가 제각각이다. 돌과 나무뿌리, 수분을 머금은 토양은 GPR에 허위 신호를 쏟아낸다. 결국 최종 확인은 공병이 탐침봉을 30도 안팎으로 눕혀 한 뼘씩 찔러보는 수작업에 기댄다.

통로 개척 대형도 이런 제약에서 나온다. 맨 앞에서 예초조가 시야를 트면, 탐지조가 탐지기로 폭을 훑고, 확인조가 탐침으로 의심 지점을 검증한 뒤 표시조가 안전 통로를 테이프로 긋는다. 뒤에선 엄호조가 북쪽을 겨누고 경계한다.
한 발 폭발로 여러 명이 다치지 않도록 요원 간 간격을 벌리고, 개척된 통로 밖으로는 절대 발을 딛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1차 폭발 직후 대대장이 부하를 구하려 다가섰다가 2차 폭발을 당한 대목은, 북한이 구조 인력까지 노려 지뢰를 겹쳐 심는다는 전제로 절차를 다시 짜야 함을 보여준다.
대형 장비도 있다. 미클릭(MICLIC)은 로켓이 폭약 줄을 끌고 날아가 100m 안팎 길이에 폭 수m의 통로를 한 번에 폭파 개척하는 장비다. 두 명이 짊어지고 다니는 이스라엘제 포민스(POMINS)는 폭 0.5m, 길이 40m 남짓한 보병용 통로를 연다. 다만 둘 다 전시 돌파용이고, 나무와 굴곡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선 폭약 줄이 걸리기 쉬워 개척률이 떨어진다. 폭파 뒤에도 탐지기를 든 공병이 잔여 지뢰를 다시 훑어야 한다. 이런 장비를 투입하면, 무엇보다 북한 지뢰의 물증을 날려버리는 방식이라 이번 같은 원인 규명 작전엔 쓸 수 없다.

무인 장비로는 크로아티아 DOK-ING사(올해 초 독일 라인메탈에 인수)의 MV-4가 대표적이다. 사람이 타지 않은 궤도차량을 약 1.5㎞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종하며, 차체 앞 회전축에 달린 쇠사슬과 해머로 땅을 두드리고 갈아엎어 지뢰를 터뜨린다. 군에서는 2020년 4월 육군 특수기동지원여단이 MV-4를 처음 도입했고, DOK-ING 교관단이 서울 인근 부대에서 운용 요원 11명을 교육했다. 유인 장비로는 '코뿔소'로 불리는 K600 장애물개척전차가 쟁기로 땅을 뒤집는다.
육군은 최근 무인 지뢰제거 차량 2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고, K21 기반의 유·무인 복합 공병전투차량(K-CEV)도 시범 운용 중이다. 북한이 탐지 불가능한 나무상자 지뢰를 MDL 이남에 심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장병의 발로 지뢰밭을 확인할 것인가.
◆조사 일정 공개는 적에게 주는 '선물' =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유용원·성일종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연일 "즉각 투입해 조사하라"고 군을 다그쳤다. 비가 오면 증거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한 의원은 공개 기자회견에서 '9월 26일' 본조사 일정까지 거론했다.
군사작전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고 지점은 GP 통문 앞이던 2015년과 달리 MDL에 바짝 붙은 미개척 지대다. 당시엔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현장까지 가서 취재했지만, 이번엔 그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번 폭발이 북한 지뢰라면, 지뢰를 심은 북한군은 지금도 그 길목을 지켜보고 있다. 조사단 진입 시점을 안다면 매복하거나, 밤사이 목함지뢰를 추가로 뿌려둘 수 있다. 조사단에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도 포함돼 있다.
합참이 "작전계획 노출은 장병과 조사단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공개 당부한 이유다. 북한 소행을 규명하라면서 북한에 조사 일정을 알려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병을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도 달라져야 한다. 제원이 가리키는 답은 북한 지뢰다. 정부는 이를 전제로 조사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과 명백한 답을 흐리는 것은 다르다. '아군 유실 지뢰' 가능성을 공식 입장으로 되풀이하는 것은 북한에 빠져나갈 명분을 쥐여주는 일이다. 국과수 분석에서 목함지뢰 잔해와 TNT 성분이 확인되면 정전협정 위반을 유엔사를 통해 분명히 따지고,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군은 이번 기회에 새 수색로를 제대로 뚫어야 한다.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묻었다는 사실을 유엔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은 무인 장비가 먼저 걷고, 사람은 한 발 뒤에서 확인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발목을 잃은 대대장과 부상 장병들에게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북한 도발의 진실을 밝히는 것, 그리고 같은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는 수색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전화위복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