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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이데이터 정책, '국민 주권형'으로 전면 재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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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디지털 플랫폼 정부(Digital Platform Government)'는 데이터 기반의 국정 운영을 핵심 과제로 삼았었다. 그 실현 계획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마이데이터(MyData)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여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시켜왔다. 정부가 직접 마이데이터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여 개인이 언제, 어떤 정보가 전송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철회까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해온 것이다.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이사

사실 이러한 방식은 표면적으로 정보주체의 권리가 강화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가 개인 데이터의 모든 유통과 활용을 중앙에서 관리하고 통제하는 '정부 주도형' 정책이다. 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본연의 철학인 개인 중심(human-centric)의 데이터주권 보장과 궁극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새 정부는 이제라도 정부 주도형 마이데이터 정책을 국민이 직접 데이터의 주권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정책으로 근본적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 정부 주도형 마이데이터의 현실적 한계와 부작용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마이데이터 정책은 금융, 공공을 포함한 몇몇 선도 분야를 중심으로 개인 데이터를 정부와 기관이 중앙에서 집중 관리·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국민들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개정에 따라 금융 마이데이터로 은행, 카드, 보험 및 대출을 편하게 조회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또 전자정부법 및 민원처리법을 기반으로 공공 마이데이터의 편익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허가 산업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정부가 플랫폼을 독점하여 개인의 데이터를 강제로 관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그럴 경우 개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명분 하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해야만 사용자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되고 만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도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상쇄하는 새로운 실질적 부가가치는 창출되지 않고 금융 소비자 편익을 위한 비용만 지출되는 상황이다. 민간 영역은 자생하는 비즈니스 모델 및 데이터 이동에 대한 보상 체계가 자생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성이 없다. 새로운 데이터 경제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정부 주도의 민간 영역에 대한 마이데이터 사업은 '4대강 사업'처럼 강제로 예산을 소모하면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는 비효율적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민간 영역인 유통분야로 확대하고자 했으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업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다시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정부 정책 주도의 접근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동일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 '귤화위지(橘化爲枳)'의 위험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리나라 정부 주도 마이데이터 정책의 또다른 문제는 본래의 사람 중심 철학에서 벗어나, '귤화위지'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라는 개념을 도입했지만, 정작 글로벌 마이데이터와는 멀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도입 초창기와 달리, 해외 마이데이터 기관 및 기업들과의 소통없이,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와 플랫폼을 만들어 결국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의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 때문인지, 국내 금융 분야의 폐쇄성 때문인지,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데이터 중개 거래를 막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정보 제공 금지 확약서를 강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치 금융'을 넘어서 '관치 데이터'를 하는 모양새이다. 이는 데이터 산업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까지 데이터 활용을 사실상 통제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글로벌 동향이나 표준과 동떨어진채로 스스로 갈라파고스가 되는 정책을 계속하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은 계속 나오지 못할 것이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못하는 게 없는 우리나라에, 경제 규모에 맞는 변변한 글로벌 핀테크 기업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금융당국자들은 뼈아프게 곱씹어 봐야 한다.

전분야 마이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열린 마이데이터 이해관계자 워크샵에서도 정보주체가 데이터 전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철회까지 가능한 지원 플랫폼을 정부가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마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다. 데이터 주권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중앙에서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데이터 주권이 형식적 구호에 그치게 될 위험도 있어 보인다.

◆ 빅데이터 중심의 데이터 경제의 한계 극복과 데이터 주권 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데이터 배당'은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하지만 익명화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보상이었기 때문에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기존 빅데이터 산업 영역은 주로 대기업과 기득권 집단이 통제하고 있고, 실질적인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기득권 구조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런 만큼 이제는 새로운 데이터 활용 환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구조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 기업들이 유료나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모은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경제는 그 한계가 뚜렷하고, 그 활용 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기 어렵다. 금융, 의료는 물론 다양한 민간 데이터들이 결합하여 생성된 새로운 융복합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이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면 새로운 고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개인의 실질적인 데이터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권리를 국민 개개인에게 돌려줌으로써 데이터 민주주의까지 실현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 극복이라는 시대정신 앞에 서 있다. 그런 차원에서도 데이터 주권의 회복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빅데이터 활용이익이 개인에게 직접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미미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창출한 가치가 개인과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 지금까지 기득권에 집중되었던 데이터 활용의 혜택 및 보상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골고루 누리게 된다. 이는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

새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정책 역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는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수행할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의 중심을 정부에서 국민으로 옮겨 개인의 실질적 데이터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 플랫폼 활용을 강제하면, 빅브라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플랫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마이데이터 본래 정신과도 맞지 않으며, 새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

둘째,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의 갈라파고스화를 방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해외 마이데이터 기관 및 기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한다. 특히 근 10년간 GDPR을 내세운 보호위주의 정책을 펼쳤던 EU의 관련 산업 현황을 보면, 규제를 통한 산업 활성화 및 경쟁력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셋째, 시장을 지원하는 것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데이터를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서포터에 머물러야 하고, 시장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와 사회 통합 필요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장기적 경제 침체 우려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 분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에 있다. 이제 국민이 직접 데이터를 활용하고, 데이터의 실질적 주인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새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범한 오류를 반복하지 말고,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활성화와 사회 통합을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 정부가 데이터를 강제적으로 관리하고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이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개인이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활용하여 창출된 경제적 가치가 국민 전체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이라는 시대정신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부가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국민 개개인이 데이터의 진정한 주권자가 되는 '국민 주권형' 마이데이터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이사 프로필

'94.03 ~ '99.02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학사
'19.03 ~ '21.02 한양대학교 대학원 블록체인융합학과 석사
2024.10 ~ 현재 MyData Global Association Board Director
2024.03 ~ 현재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AI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
2019.12 ~ 현재 에스앤피랩 대표이사
2013.05 ~ 2019.09 삼성전자 수석연구원(Security Assessment & Policy, Privacy)
2007.04 ~ 2013.02 모토로라코리아 책임연구원(SW Integration, Team Lead, PM)
2004.02 ~ 2007.03 티티피컴코리아(모토로라 합병) 팀장(PM, Planning)
1999.03 ~ 2004.02 삼보정보통신 대리(Technology Planning, Tech Support)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ssup82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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