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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⑮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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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절제와 질서의 뿌리를 찾아

스웨덴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례 1. 철로결빙으로 열차가 4시간 연착합니다

여행 중 환승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에는 백여 명 정도의 승객이 운집해 있었다. 연일 안내전광판과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벌써 30분 째 기차가 연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 2시간, 3시간. 핸드폰을 보는 사람, 대합실에 설치된 TV를 보는 사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창구에 찾아가 언성을 높여 가며 항의 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온한 여느 대합실의 모습이다. 4시간 30분이 되어서야 기다리던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땅거미가 떨어진 추운 겨울, 질서정연하게 탑승하는 모습은 5시간 가까이 기다린 사람들이라기보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 여행객의 모습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례 2. 영하 15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사람들

11월 초 아침 8시. 많은 동네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온 눈으로 온통 나무들이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적한 동네라 아침 배차 시간은 30분마다 하나씩 되어 있다. 정시에 오던 버스가 15분을 기다려도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0분이 지났고 결국 그 다음 버스도 10분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질 않는다. 총 40분을 기다린 것이다. 옆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차분해 보였다. 핸드폰만 열심히 들여다본다. 40분 기다린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그 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 택시를 부르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지역뉴스를 보니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겨울 타이어로 교체되지 못해 버스가 곳곳에서 이탈 사고를 내 1~2시간 동안 버스가 배차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례 3. 비행기가 안개로 착륙을 못 합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 착륙 30분을 남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어 옆 도시에 착륙하도록 하겠습니다." 칼마르(Kalmar)라는 도시가 종착지였으나 옆 도시 론네뷔(Ronneby)라는 곳에서 내리게 되었다. 비행기 착륙시간은 밤 11시, 숙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였다. 도착해 택시를 잡기 위해 모두 민첩하게 움직인다. 시내에서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대기시켜 놓지 않았느냐는 항의나 무책임하다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례 4. 파업으로 비행기가 뜰 수가 없습니다

SAS 파일럿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톡홀름 아를란다 국제공항에는 휴가를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승객들이 긴장하며 타협소식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타협까지 이르지 못하고 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휴가 계획으로 들뜬 마음으로 공항을 찾았던 승객들은 하나 둘씩 조용히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의 수는 적게 잡아도 5000명이 넘었다고 저녁 뉴스에 나온다. 불상사나 항의 승객,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내면

스웨덴 멘탈리티(Svenska mentalitet)를 출판해 인기를 끈 민속학자 오케 다운(Åke Daun)은 이렇게 분석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내면에는 누구와 충돌하거나 주목받는 것을 회피하는 통제장치가 있다. 이를 그는 갈등공포증(Konfliktfobi)과 갈등회피(Konfliktundvikande)라 지칭한다. 자신의 큰 목소리에 누군가 받을 불쾌함이나 당혹감을 생각해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면전에 누구와 부딪힌 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다. 누구와 따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오케 다운 교수의 분석은 이런 멘탈리티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로 향한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다운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문화의 핵심에는 무엇보다 가정의 양육에 있다고 보았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자녀 양육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보호해 주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피하게 하는 것이다. 틀과 규정, 그리고 제도에 대한 전수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의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식당에서 뛰어 다니며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기 드물다. 크게 떠들거나 떼를 쓰는 아이를 부모는 예외 없이 아이의 눈을 보며 손으로 "쉿"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는 바로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식당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대합실, 병원대기실, 민원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주위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들이 사회적 규범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다. 기독교적인 전통이 내면의 세계형성에 깊게 자리 잡고 있고, 1940년대 이후 회자되기 시작한 얀테의 법칙과 라곰이 만들어낸 내적 평형상태에 이른 듯하다.

[사진=스톡이미지]

단 것을 토요일에만 주는 문화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떼를 쓸 때 부모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얼까? 이 표현을 주로 쓴다고 한다. "쉿, 토요일 사탕을 생각해야지!" 더 떼를 쓰면 토요일 사탕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유추적 레토릭처럼 들린다. 막무가내로 떼쓰거나 우는 아이에게 이 한 마디는 즉각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토요일 사탕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일주일의 최대 위안거리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구디스(Godis, 젤리, 사탕, 초콜릿 등 단 것을 총칭)를 사는 것이 아이들이 있는 보통 집안의 주 중 행사다. 장 볼 때 주로 아이들이 함께 구디스 가게에 동행하는 이유다. 토요일(Lördag)과 결합한 단어 토요일 사탕(Lördagsgodis)은 대명사 형태로 사용된다. 아이들은 토요일 사탕을 먹기 위해 1주일 동안 순한 양처럼 부모의 말을 따른다. 연구에 의하면 2차 대전 당시 치아 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권장한 공익 캠페인이 전 가정에서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 숨겨 놓고 혹시 찾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한다. 국민의 치아 건강상태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연구결과들이 나와 점차 스웨덴 전통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하는 가설들이 소개된다. 주말 함께 단 것을 먹는 것이 가족마다 즐거운 축제이자 작은 예식이 된 셈이다. 여전히 이 구디스 문화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전통 중 하나다. 이 토요 구디스는 특히 아이들의 감정이 폭발할 때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적 브레이크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 사탕예식도 규율을 가르치는 사회심리교육의 일환인 셈이다.

그들의 감정 통제에 대한 나만의 해석은 이렇다. 스웨덴은 2000년부터 정식으로 국가와 교회가 분리되었다. 이 전까지만 해도 1536년부터 정교일치 국가였다. 루터교를 받아들인 이후 교회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온 국민들은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의무였다. 성경을 읽게 하고 암기하도록 했다. 암기를 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심리적 압박 뿐 아니라 회초리 등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역사책을 본 적이 있다. 또한 교회는 학교가 생기기 전까지 마을의 교육기관이었다. 마을 교회 교구장은 목사님이자 선생님, 그리고 결혼식 때 주재자였으며, 돌잔치, 생일파티 등 함께 하는 마을어른 역할도 수행했다. 내가 35년 전 스웨덴에 처음 갔을 때 동네 교구사무소에서 주민신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목사님은 이장님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교회는 국민들이 국가의 규율을 따르게 하고 기독교적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이자 마을 질서를 바로 잡는 규율 반장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500년 동안 국가 규율을 따르고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던 관행과 습관이 법과 질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한 주요 원인이 아닐까 짐작된다.

기독교 문화적 설명도 사실 불완전하다. 내가 손해 볼 것이 확실한데 과연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인간은 이익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금전적,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체계가 기본적으로 작동해야 그나마 마음이 너그러워 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의 행정보상 제도를 들여다보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스톡홀름 시내버스의 경우 예정했던 여행에서 20분 이상 연착하면 2023년 기준 최대 1350 크로네(한화 약 15만원)까지 환불이 가능하다.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탔다면 사유서와 함께 영수증을 3개월 이내 고객 상담실에 제출하면 최대 환불금액까지 되돌려 준다. 그리고 3년 이내 영수증과 사유서를 제출하면 최대금액까지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도시마다 약간씩 절차와 규정은 달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환불 받을 수 있다. 기차의 경우 150Km 이상 여행할 때 20분 연착시 50%, 40분 연착시 75%, 1시간 이상일 경우 100%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항공기의 경우 여행자 보험을 통해 추가되는 비용을 변상 받을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 경우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 셈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중교통이나 열차, 항공편의 연착과 관련하여 병원치료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면 여행자보험이나 가정보험으로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되고 그 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기는 하지만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은 확실하다.

행정 결정의 편지에 담긴 내용

어떤 행정결정이든 서면으로 이루어진다. 행정법에 따라 행정결정 통지서는 다음의 문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3주 내에 서면으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행정업무로 인한 예정된 손해 혹은 불이익에 대한 재심의 요청권은 시민들이 굳이 결정 기관을 달려가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나 당연히 내지 않아도 될 세금 혹은 범칙금 등의 경우 재심의 요청권을 사용하면 된다. 스웨덴 행정법(Förvaltningslagen) 43조에 따라 반드시 서면으로 결정사항에 대해 3주 내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에서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면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행정심판절차는 3심제도로 되어 있어 행정대법원까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사유로 선뜻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잘못된 근거 사유나 오판에 따른 행정결정에 대한 시정절차가 열려 있고, 결정 근거에 대한 설명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정보의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굳이 결정권자에게 달려가 항의하거나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진 셈이다. 스웨덴에서 다양한 시 건축과와 환경과, 자동차 시험장, 세무서, 동사무소를 다녀 보았지만, 공공기관에서 언성이 높아지거나 불편한 입싸움들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행정결정 재심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실수와 결과를 인정하는 사회

어떨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멘탈리티의 핵심은 얀테의 법칙에 기반한 배려와 겸손의 미덕, 그리고 상호신뢰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행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이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원인의 4가지 양상을 제시한 데보라 스톤(Deborah Stone)의 연구 '정책의 패러독스: 정치적 결정의 예술'을 보면 행위의 두 차원 (의도 목적적/비목적적) 그리고 행위결과의 두 차원(예기된 결과/비예기 결과)에서 4가지 사례가 나 올 수 있다.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따른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버스 기사의 높은 서비스 질과 승객의 만족도)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다른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버스나 기차 운행이 갑자기 내린 폭설이나 기계의 고장으로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우연히 친구가 구입해 준 복권이 1억에 당첨)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후진하는 자동차에 보행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1번과 3번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만족하는 경우이지만, 2번과 4번은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거나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네 가지 예문 중 제일 심각한 경우는 4번에 해당한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거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경우는 책임소재가 명백하다. 하지만 2번의 경우 아무리 목적적 행위라 해도 전혀 예측 못했던 상황, 예를 들어 자연재해(태풍, 눈사태, 폭설, 폭우), 타이어 펑크와 같은 예기치 못한 기계적 결함 등에 있어서는 불가항력 적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경우 2번에 매우 관대하고 이해력이 높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이 불편한 상황을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대들지 않고, 적절한 보상으로 만족하려 한다. 원인을 규명해 더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노력과 제도적 조치를 신뢰한다. 4번 경우에 있어서도 슬퍼하고 좌절하면서도 감정을 통제한다. 교회와 사회단체에서 제공하는 심리치료를 받거나 비슷한 시련을 겪었던 사람끼리 함께 위로 받으며 심리치료를 받거나,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제화 운동과 경각심을 높이는 사회운동을 전개한다.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의 경우 2번 상황에서 당장 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데도 누군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2번과 4번의 경우 관련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소비자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가장 명확한 경우는 꼼꼼한 관련법규가 마련되어 있어 제공받지 못한 서비스나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을 때다. 그렇지 않고 떼를 더 쓰는 사람이나 적극적으로 항의한 사람에게만 배상이 제공되거나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너도 나도 그 행위에 동참하려 한다. 즉 잘 구축된 보상제도의 유무와 예기치 못한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완충장치, 원인규명과 추후 유사한 사고에 대한 효과적 대처 등의 유무와 신뢰정도가 사회적 반응의 차이를 보여준다.

2번과 4번의 경우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 피해자 가족을 부추기거나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함께 투쟁하면 사회적 상처는 치유하지 못한 채 더 오래 지속되고 화를 더 조직적으로 키울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정치화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치의 영역은 책임 규명 과정의 투명화와 유사한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추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고 시설 설치와 점검 등에 예산을 배정하도록 하는 노력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보상제도의 적절성, 희생자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의 유무와 효과성, 엄청난 충격으로 생긴 국민들의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국민 정서 보듬기 등 국가의 화합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절제와 질서의 뿌리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연구서 '변화하는 사회의 정치질서(1968)' 와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연구서 '정치질서의 근원(2011)'에서 인지적 관성(Cognitive inertia), 즉 변화의 요구에 대한 완고성과 저항성이 강할 때 무질서와 폭력적 행태가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바뀌는 사회, 변하지 않는 사회, 지키려는 세력이 완강한 저항을 할 때 더 많이 분노하게 된다고 본다. 또한 이권이나 친분과 연결되어 거래하는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와 가족 및 친척끼리 끌어주는 친족주의 (Nepotism)로 구성되는 후원주의(Patronage)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이를 깨트리기 위해 격렬한 반항과 폭력이 더 쉽게 수반되어 질서가 파괴된다고 보았다. 이런 나라일수록 질서가 낮게 뿌려내려 정치민주화의 기반이 약하다고 보았다.

더 순간적으로 흥분하는 국민일수록 기다리지 못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많은 시간 기다림이 있었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격하게 요구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굳이 요구하거나 어필하지 않아도 규칙에 따라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정도나 똑 같은 수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굳이 반응을 할 필요가 없고 추후에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 된다.

후쿠야마는 질서 잡힌 국가의 3가지 조건으로 행정부의 능력, 법치, 민주적 책임성을 든다. 이 세 가지가 잘 작동하는 국가일수록 질서와 규칙이 잘 지켜지고, 약할수록 사회적 불안정 현상, 즉 저항, 항의, 감정 폭발 등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절제하면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제도화와 관습화는 많은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문화의 개조와 사회심리적 요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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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지지율 35.2% 2주연속 하락…국힘 41% 민주 35%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해 35.2%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12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2%포인트(p) 내린 35.2%였다. 부정평가는 61.4%로 전주 대비 1.6%p 올랐다. '잘 모름'은 3.4%였다. 리얼미터는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사법부 독립성 논란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따른 여야 안보 공방, 수도권 전월세·아파트값 상승세 등 인사·안보·부동산 악재가 국정감사 이슈로 집중되면서 지지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 본관에서 4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06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 지지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각각 3.1%p, 2.1%p 오른 20대(27.3%)와 30대(31.3%)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5.7%, 국민의힘은 41.3%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7.0%p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2.9%p 오르면서 지지율이 역전됐다. 다만 양당 간 격차는 5.8%p로 여전히 오차범위(±3.1%p) 내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 "조 대법원장의 법사위 충돌 및 탄핵 추진 논란, 수사권 개편을 둘러싼 조국혁신당과의 갈등, 수도권 부동산 전월세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진보층과 40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이탈해 상당 폭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초반 DMZ 지뢰 폭발 사태 등 안보 이슈와 조 대법원장 증언 채택 및 탄핵 공방 등을 통해 대여 공세를 강화한 데다 농지 전수조사·대미투자 등 정부 정책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의 반사이익을 얻어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주보다 1.1%p 오른 6.3%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2.8%, 진보당은 1.2%다. 기타 정당은 1.8%, 무당층은 11.0%로 조사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응답률은 2.8%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6%였다. 두 조사 모두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cjay@newspim.com 2026-10-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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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취임 6년, 로봇 상용화 눈앞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로봇 사업이 상용화를 향한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투입하고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 AI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까지 약 1조7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로봇 상용화 기대에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투자금 회수와 자동차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이 정 회장 개인과 현대차·기아 등 여러 주체에 나뉘어 있어 로봇 사업의 성장과 현대차 주주가 얻는 경제적 이익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포그래픽=챗GPT] 2026.10.12  ◆ 그룹의 로봇 가치, 현대차 주주 몫과는 다르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12월 인수를 결정한 뒤 2021년 6월 지배지분 80%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정 회장도 개인 자금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출자 등을 거치며 지분 구조가 달라졌다. 지난 7월 잔여 지분 인수 추진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HMG글로벌 56.4%, 정 회장 22.6%,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보도됐다. HMG글로벌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참여한 투자법인이다. HMG글로벌 지분은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로 구성됐다. 이를 적용하면 당시 현대차의 HMG글로벌 경유 보스턴다이내믹스 간접 지분은 약 27.9%다. HMG글로벌이 보유한 지분 56.4%에 현대차의 출자 비율 49.5%를 곱한 수치다.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기존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HMG글로벌 62.5%, 정 회장 25%, 현대글로비스 12.5%로 조정되는 구조다. 이 경우 현대차의 HMG글로벌 경유 간접 지분은 약 30.9%로 높아진다.  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모두 확보하더라도 로봇 사업의 성과를 현대차가 독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과 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도 투자한 만큼 성과는 여러 주주에게 나뉜다. 현대차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그룹의 로봇 기업'이라는 간판보다 현대차가 투입한 돈에 비해 얼마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다. ◆ 로봇 팔아 버는 돈과 공장에서 아끼는 돈 현대차가 로봇 사업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외부 판매를 늘려 투자 가치를 높이는 것과 자동차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에는 로봇의 기술력을 실제 생산 현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 핵심 과제다. 주주 입장에서도 로봇의 성능 못지않게 투자비를 얼마나 빨리 회수하고 생산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로봇 기업의 성장이다. 외부 고객에게 로봇을 판매하고 유지보수·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면 투자 지분의 가치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 상승이 현대차의 현금 유입이나 배당 재원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익 귀속과 현금 회수는 지분 구조와 배당, 지분 매각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는 성장 기대와 실적 사이의 간극도 크다. 로이터는 지난 9월 현대글로비스 공시를 인용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해 5284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2021~2025년 누적 손실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로봇 사업의 성장 기대와 별개로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아마존의 AI 사업을 이끌었던 로히트 프라사드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기술 개발을 넘어 로봇 상용화와 수익 모델 구축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두 번째는 자동차 생산의 효율 개선이다. 이를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을 생산 순서에 맞춰 분류·배치하는 서열작업부터 맡길 계획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이때 현대차가 얻는 효과는 로봇 판매 이익이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반복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무거운 부품을 옮기는 부담을 줄이면 생산성과 작업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로봇 투입 자체를 비용 절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도입 가격과 유지보수비, 생산라인 변경 비용을 고려한 뒤에도 작업시간 단축과 품질 개선 효과가 이를 웃돌아야 한다. 현대차 주주 관점에서는 로봇을 몇 대 배치했는지보다 차량 한 대당 생산비와 공정 가동률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중요하다. 지난해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소재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3만대 생산능력보다 중요한 '투자 회수'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실제 생산량이나 판매량과 다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그룹 내부 수요뿐 아니라 외부 고객의 구매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 회장의 로봇 전략은 자동차 제조 역량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시설과 제조 데이터, 현대모비스의 부품 기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역량을 결합해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공장은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을 검증하는 현장이자, 초기 수요처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룹 차원의 사업 확장과 현대차의 주주가치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정 회장의 개인 투자 성과, 다른 계열사의 부품·물류 사업 기회, 현대차의 생산성 개선을 한데 묶으면 현대차 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불분명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임 6년을 맞은 정 회장의 승부수는 로봇 기업 인수와 기술 시연을 넘어, 생산 현장의 검증과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앞으로는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추가 투자 규모와 차량 한 대당 생산비 절감액, 투자금 회수 기간이 로봇 전략의 주주가치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peoplekim@newspim.com 2026-10-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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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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