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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④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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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스웨덴의 현대사를 읽다 보면 스릴러 소설이 주는 긴장감, 대하소설이 주는 감동, 범죄소설에서처럼 진실을 찾아 헤매는 미로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1983년 10월 4일, 스웨덴 전국 기업인이 당시 사민당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무려 75,000명(경찰집계,기업인 집계 10만명)이 모여 정부청사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사비평가인 뵈른 엘렘브란트(Björn Elmbrant)는 그의 저서에서 이 집회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편성된 60여 편의 특별열차, 200대 이상의 버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승용차는 스톡홀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사를 기획한 10-4위원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국의 기업인들을 스톡홀름으로 집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 기업인이 궐기한 스웨덴 중심가를 완전히 마비시킬 정도의 대규모 시위였다. 스웨덴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업인들이 직접 피켓을 들고 정부의 세금정책을 비판하면서 가두시위를 벌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피켓에는 "세금사회주의다" "정치인과 관료가 기업을 경영할 것인가"라 적혀 있었다. 시위를 주도한 10-4위원회는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기업인 533,702명의 서명을 담은 수십 개의 종이 상자도 함께 정부에 전달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시위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1971년 스웨덴 사회로 시계를 돌려보자.

스웨덴 전국노총 대의원 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동자기금을 만들어 한다는 안이 제출되었다. 연대임금제로 사무직 노조원의 임금이 더 올라 생산직 노동자와 임금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고, 임금절감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매출증가와 기업성장을 이루었으니 파이의 일부는 노동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연대임금제를 통해 고소득 금속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해 기업에게 큰 이득을 남겼으니 이번에는 노동자를 위해 기업이 수익의 일부를 노동자를 위해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도 연대임금제를 고안한 노총 수석 경제연구원 중 한 명이었던 마이드너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연대임금제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조할 것, 마이드너의 자서전과 다양한 글을 읽다 보면 연대임금제를 고안할 때부터 그 다음 수순으로 노동자기금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1971년 전국노총 대의원 회의에서 대안마련을 위한 자체 연구단이 구성되었고 이 연구단이 채택한 안은 1975년 정식으로 노조의 정책으로 채택됐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사진=사민당 홈페이지]

노조의 복안은 이랬다. 매년 기업 순이익의 20퍼센트를 임금노동자기금으로 적립해 이를 노조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매년 기금적립을 통해 경영권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업인들의 그 제안의 뒤에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넘어 20-30년 정도 기금이 적립되면 결국 최대주주가 되어 기업경영권을 노동자가 가지고 간다는 것을. 이 같은 의도를 안 기업인들은 궐기하기 시작했다. 친노조 정부가 기금 법안을 통과시키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식 국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간주해 스웨덴에서 모든 기업 활동을 포기하고 본사와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키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우파계열에 있는 국민당의 제안으로 구성된 1975년 특별조사위원회는 각 당과 시장주체들의 의견을 경청해 해결책을 찾고자 했으나, 여기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해체되었다. 우파진영 정당들은 자유기업의 공동소유권에 대한 반자본주의, 반시장주의적 기금이 노동자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만든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결국 노조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던 사민당은 1976년 치러진 총선에서 4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우파정부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 간 듯 했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노조는 어떻게든 관철시키고자 당시 야당이었던 사민당을 설득하며 은밀하게 논의를 진행해 나갔다. 1970년대 두 번의 유가파동과 연이은 환율개혁의 결과로 파생된 실질 임금의 하락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파의 실각으로 1982년 6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사민당은 어떻게든 노동자기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83년 10월 4일의 기업인 가두시위와 53만 기업인의 서명서 제출은 기금법을 통과시킬 경우 스웨덴을 떠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의미했다.

스웨덴을 구하자. 노동자기금을 막자 [출처=Aftonbladet 1983-10-4]

사민당의 딜레마

두 마차가 전 속력으로 달려오면 두 말(노조와 기업)과 마차는 모두 전복하고 마차에 탄 승객(국민)도 희생당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심판(정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사민당은 노조에게서 큰 양보를 이끌어내 노동자가 절대 기업을 직접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선에서 기금법을 통과시키고자 했다. 노조의 마차는 계속 달리게 하되, 기업이 끄는 마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노선을 살짝 바꾼 것이다. 노총에서 요구했던 기업 순익 20퍼센트와 노동자의 기금소유 대신, 기업주식 배당일정 분에 요금을 부여해 기금을 모아 국가가 대신 관리하고 이 기금의 규모 또한 기업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기준 8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노동자가 직접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규모도 축소시킨 것이었다.

운명의 날 1983년 12월 21일. 최대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의회의사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노동자기금안은 좌익당(전신 공산당)의 도움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원 간 몸싸움과 의장석 점거사태 없이 조용하게 투표가 진행되었다. 찬성 51.1퍼센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업주식 배당을 국가가 받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사회주의라고 격앙했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세금을 신설한 것이기에 그렇지 않아도 1960년부터 도입된 고용주세(Payroll tax)로 인해 피고용자 한 사람 당 연금, 보건건강보험료, 노동재해보험료, 실업기금 등의 복지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에서 기업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은 기존의 법인세와 고용주세에 이어 노동자 기금세가 추가되어 기업의 경영환경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 것이다.

<출처=이케아(IKEA)홈페이지>

기업의 엑소더스, 새로운 시작

결국 스웨덴의 간판 기업이었던 IKEA, Tetra Pak, H&M, Alfa Laval 등의 대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대 결단을 내렸다. 4개의 수출주력 기업들이 스웨덴을 떠난 것이었다. 1938년부터 45년간 유지되어 오던 노사간 평화체제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민당과 노조는 큰 충격에 빠졌다. 쉘울로프 펠트 (Kjell-Olof Feldt) 당시 재무부 장관은 자서전에서 대기업의 해외이전은 협상용 압력으로만 받아들인 사민당의 오판임을 인정하고 대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적었다. 노조도 연대임금제로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다가 간판 대기업을 잃는 아픔을 맛보았다. 1991년 들어서 우파정부는 말도 많던 노동자기금을 8년 만에 주저 없이 폐지했다. 이 때 노조는 조용히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적립된 기금의 일부는 참여했던 16,000여개의 기업에 다시 돌려주고, 나머지 기금은 중소기업설립지원재단, 연구재단설립, 국민연금 등으로 분산해 공공기금으로 활용했다.

이때부터 사민당의 대 기업 정책은 180도 변하기 시작했다. 1994년 다시 집권에 성공한 사민당의 잉바르 칼손(Ingvar Carlsson) 총리는 스웨덴을 떠났던 대기업에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다시는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민당 정부의 정식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믿고 IKEA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업들은 스웨덴으로 다시 귀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IKEA는 이미 창업주의 자녀들이 지주회사로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국적 기업인 IKEA의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는 디자인 연구센터는 원래 본사가 있던 엘름흘트(Ämlmhult)에 존속시켰다. 스웨덴을 떠났던 기업들이 모두 돌아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민당의 Volte-face, 기업친화정책

이때부터 사민당은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잉바르 칼손의 뒤를 이은 예란 페손 (Göran Person) 총리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2004년 12월 폐지해 창업주들이 자유롭게 자녀들이 승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국민총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퍼센트도 되지 않지만 승계를 위해 부담해야 할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주력 기업을 매각하던지 아니면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국부의 유출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최고조였던 1980년대에는 상속세가 70퍼센트까지 이르렀다. 1990년대 말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결국 상속세와 증여세가 사민당 이 주도해 폐지시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창업주들이 승계하는데 어려움을 가져다 준 큰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었다. 우파정권에서 추진했다면 노조와 사민당, 그리고 좌익당 지지층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개혁을 사민당이 밀어 붙여 관철시킨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기금의 학습효과는 컸다.

사민당의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도 채찍을 들었다. 1990년 재정위기가 찾아 왔을 때 파업금지와 임금동결을 선언해 노조에 고통에 동참하자고 앞장서 권고했다. 채찍은 아팠지만 큰형 격인 사민당의 국가를 살리기 위한 노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스웨덴의 복지는 일하는 국민들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표현도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표현도 사민당이 1998년 선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가 제안하고 토니 블레어 (Tony Blair)가 실천한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스웨덴에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국민이 일하고 세금을 납부할 때 더 좋은 복지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표현은 현 사민당의 홈페이지 일자리 정책과 복지정책의 홍보내용이다 (https://www.socialdemokraterna.se/var-politik/a-till-o/jobb. 2023년 1월 21일 열람). 이 기조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민당의 정책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틀만 유지되고 있었던 중앙임금교섭 단체 협약도 재개되었다. 노조와 재계의 관계도 빠르게 정상화 되었다. 살트쉐바덴 조약의 정신이 다시 부활된 것이다. 이때부터 스웨덴의 기업환경은 빠르게 개선되어가기 시작했다. 2017년 포브스지가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스웨덴으로 꼽을 정도였다.

스웨덴 일간지에 실린 황금주 A, B, C, D주 [출처=Dagens nyheter 2023-01-21]

높은 세금에도 기업들이 국내에 남아 있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은 법인세와 함께 고용주세를 부담하고 있다. 현재 31.42퍼센트에 이르는 고용주세는 연금, 보건건강보험료, 산재해보험료, 실업기금 등의 피고용자의 사회안전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기업이 한 사람을 고용하면 임금의 31.42퍼센트를 국가에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 개별적으로 피고용자 임금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기금을 적립해 직장연금으로 지급한다. 사내 복지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병상보험 이외에 병가시 최초 2주일의 병가급여를 직장이 부담한다.

이렇게 기업하기가 힘든데도 왜 스웨덴을 떠나지 않느냐고 스웨덴 기업인들과 경제학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 같이 제로에 가까운 부패율, 높은 사회적 신뢰, 정치의 안정성과 예측성, 공무원의 전문성과 일처리 능력, 언론의 자유, 그리고 평화적 노사관계와 낮은 노사분규를 꼽는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 상속세와 증여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스웨덴 국민들의 영어구사력을 들 수 있다. 세계에서 제2외국어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국가가 네덜란드(90%), 몰타(89%)에 이어 스웨덴이라고 한다. 2012년 진행된 Eurobarometer 유럽인의 언어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86퍼센트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40퍼센트는 일상생활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영어와 함께 독일어(26%), 불어(9%), 스페인어 (4%)를 구사하는 국민의 비율도 높다. 글로벌 에티켓과 다양한 문화의 이해도가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해외 직접 투자자들이 스웨덴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고 스웨덴 무역투자평의회(The Swedish Trade & Invest Council)은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민당의 존재다. 사민당은 스웨덴에서 가장 큰 정당으로 전통적 진보정당이지만 자유시장경제와 기업경쟁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노동시장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이 확보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친기업적 좌파정부가 있기에 기업들은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여기에 황금주제도가 있어 경영권을 방어하게 해 준다. 주식법에 따라 창업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A주는 B주, C주, D주에 비해 10배 혹은 SEB 같은 금융기업은 1000배 이상의 주주의결권을 보장해 주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긴요하게 사용된다. 스웨덴의 100년 이상이나 되는 가족기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고, 무상 대학교육과 직업교육이 연계되어 있어 노동유연성도 매우 높아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꼽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웨덴 모델의 핵심가치

겉으로 보기에는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획일적 사회주의적일 것 같은 스웨덴의 정치경제는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중심의 전형적인 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구조에는 노사 간의 평화체제가 필수다. 결국 스웨덴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노사중심의 이원적 조합주의(corporatism)의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7080시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스웨덴은 평등, 자유, 경쟁, 자율, 공정, 책임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함께 숨 쉬며 사민주의와 자유시장주의가 공존하는 완벽한 패러독스의 일면을 보여준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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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잠수함은 순항핵잠(SSGN)"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핵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SLCM)을 운용할 수 있는 8700t급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올해 3월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가 추진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시 잠수함 하단부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동체 전체를 전격 공개했다. 건조 중인 핵잠 배수량이 8700t급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방청도료가 칠해진 대형 선체를 살펴보는 김정은과 수행 간부들. [사진=노동신문]  ◆핵연료 장전·원자로 시운전·실출력 운전 남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잠 건조 단계와 관련해 원자로 등 핵심 장비가 들어간 상태의 외피 결합과 외관 완성으로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단계로 볼 때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주터빈 계통, 감속기·주축 라인, 주냉각 펌프 하우징,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이 내부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잠수함 중앙부에 서 있는 김 위원장의 선체 중앙부는 원자로 구획 부분"이라면서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향후 핵연료 장전과 완전한 원자로 시운전, 실출력 운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700t급과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 함교와 발사관 구간이 연동된 설계라고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25개의 다축 트롤리에 얹혀 있는 잠수함 공개와 배수량 기준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통상 1만1000~1만8000t급의 전략핵잠(SSBN)이나 순항핵잠(SSGN) 보다는 작은 사이즈"라면서 "배수량 기준으로는 러시아의 아쿨라급(8000~8500t), 델타급 III·IV(9000~10000t)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살펴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딸 주애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뒤편의 '군자리 혁명 정신'이란 글귀는 6.25 전쟁 당시 탄약과 무기 제조와 보급을 위해 지하 군수공장이 위치한 군자리의 주민들이 결사의 각오로 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동 구호. [사진=노동신문] ◆SLCM에 소수 SLBM 운용 혼합형 배치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의 특징은 중앙 미사일 발사관 구획과 함교를 구분하지 않고 일체화시킨 설계"이라면서 "함교(지휘·항법·센서·통신 상부구조)와 발사관(VLS) 사이에 독립 격벽을 치고 외관상 매끄럽게 연동된 외형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체골격에서는 러시아 델타급 III·IV, 선체 비율에서는 중국의 진급(Type 094)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부가 두툼해지는 배럴형(bulged) 실루엣으로 발사관을 중앙에 집중 배치하는 델타급의 전형적 특징과 유사하다. 중앙 발사관 높이를 함교와 연동시킨 것은 SLCM 이외에도 소수의 SLBM을 운용하는 혼합형 배치 가능성도 있다고 홍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했다. 북한의 잠수함 용어 표현과 잠수함 성격으로 봤을 때 순항핵잠(SLCM)용이거나 SLCM 다수와 SLBM 소수의 혼합 플랫폼으로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영문판에 'nuclear-powered strategic guided missile submarine'로 표기해 'guided missile'은 통상 순항미사일(SLCM)"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왼쪽 셋째) 국무위원장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조춘룡(김정은 오른쪽) 등과 잠수함 설비를 살펴보는 장면. 뒤편으로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릴 무기생산에 총권기하자'는 선동 구호가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한국 해군 핵잠수함 건조·도입 속도 붙을 듯 홍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핵탄두 SLCM을 탑재하는 SSGN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소수의 SLBM과 다수의 SLCM 혼합 플랫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이중 용도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일 경우에는 저고도 비행으로 요격 회피 가능성이 있어 '제2격' 보복능력이 신장될 것으로 분석됐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8700t급 SSGN일 경우 전략순항 미사일 화살-2, 화살-1라-3(대형화 개량형), 불화살-3-3-1 등을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는 1500~2000km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잠수함 함수 부분에 어뢰관 6~7개가 식별돼 핵어뢰 탑재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공격핵잠(SSN) 50척과 순항핵잠(SSGN) 4척, 전략핵잠(SSBN) 14척 잠수함 전력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24시간 365일을 중단 없이 전략·전술 작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핵잠 실물 전체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향후 한국의 핵잠 건조와 도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 2025-12-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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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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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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