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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⑪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기사입력 : 2023년02월23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10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우리 모두 장애인입니다. 차별국가에서 장애인 친화 국가로

수업에 들어가면 눈에 띄는 학생이 있다. 맨 앞에 앉아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학생이다. 그 학생 옆에는 수업 노트를 적는 보조 선생님이 함께 앉아 있다. 수업내용을 꼼꼼히 적어 가며 수화로 소통한다.

50분 수업 후 잠시 휴식시간 후 돌아오면 장애인 학생 옆에서는 다른 수화 선생님이 앉아 있다. 첫 시간 수화 선생님은 강도가 높은 업무의 성격 상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임무를 교대한 것이다. 청각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학생을 돕기 위해 두 명의 보조 선생님이 배치된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시험 때 특별히 더 배려한다. 난독증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교수에게 사전에 제출하면 시험시간은 최대 2시간 더 주어지고 종이 대신 컴퓨터로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시각 기능 저하 장애인이 수강할 때는 필기시험 대신 구두시험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세미나 과제 제출도 재량에 따라 1주일 정도의 시간을 더 부여해 준다. 장애인 학생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대학 행정처 차원에서 기능장애 학생 지원단이 따로 조직되어 있어 장애인 학생 들이 입학할 때 그 들의 권리와 학교의 지원에 대해 알려준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장애인 학생을 위한 지원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힘으로 학업을 진행할 수 없는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장애인 교육 지원정책에 근거한다.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의 부모양육지원, 보조원 지원, 특수학교 지원, 보조장비 지원, 장애인 취업훈련 지원 등 총체적 프로그램의 일부다.

지금은 가장 앞서 가는 장애인 친화 국가 중 하나지만 50여년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장애인 차별 국가에 속했다. 1960년대까지 유럽에서는 우생학(Eugenics)이 지배하고 있었다. 스웨덴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우생학은 18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인종주의적 시각과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 정립된 적자생존론에 기반을 둔 학문적 체계로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스웨덴은 1921년 국립우생학 연구소를 웁살라 대학에 설립해 유전적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유전적 질환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적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935년 장애인 강제불임법이 제정되었고, 이보다 더 강화된 개정법이 1941년 발효되어 1975년 폐지될 때까지 격리수용과 강제불임시술을 강요했다. 이 기간 동안 강제불임 시술의 희생자는 6만3000명에 달했다고 기록되고 있다

1757년에 발효된 교회법에 따라 간질병 환자와 정신질환자들에게 결혼을 금지 시켰다. 1920년 제정된 혼인법도 간질환자와 정신질환자들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고, 1968년 허가제(교구장의 허락)로 잠시 바뀌었다가 1974년 완전 폐기 될 때까지 존속되었다. 노동 의욕 저하, 장기 실업, 알코올 중독 등으로 가난구제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경제적 비독립자들에게는 1945년까지 투표권이 제한되었다.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1943)에서도 나태와 궁핍은 질병, 무지, 불결과 함께 5대 사회악으로 간주할 정도로 부정적 시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로 분류된 발달장애인 등은 보호자와 함께 투표하도록 한 제한투표권은 1989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인종차별적 사상을 확산시킨 우생학의 연구와 이에 근거한 비인도적인 정책은 장애인의 인권탄압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197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어 온 셈이다. 이렇게 어두운 역사를 가진 스웨덴의 장애인 정책은 어떤 계기로 변화되기 시작되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장애인 위상의 대전환

신체적 조건과 생물학적 차이에 관계없이 백인 남성에 국한되었던 재산소유권, 기본권, 정치권이 점차 신체적 조건과 생물학적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과 구성원에 확장되기 시작한 데에는 1948년 UN인권선언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여전히 영미를 중심으로 백인 중심의 인권에 국한되는 상황에서 1966년 발효된 정치, 경제,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은 선진국 인권정책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공해 주었다. 미국 존슨대통령 시절 흑인인권과 투표권에 대한 보장(1964)은 링컨에 의해서 시작된 흑인노예제도 폐지(1863) 이후 100년 만에 흑인의 인권과 참정권이 법제화 되었다. 이때부터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논의가 스웨덴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생학을 벗어 던지고 처음으로 시도한 장애인 정책은 1968년 제정된 돌봄법과 장애아동의 의무교육에서 출발했다. 이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은 특수교사를 채용해 가정에서 교육을 시킬 수 있었지만, 재정능력이 없는 가정은 자녀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아동들은 가정을 벗어날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도 이때부터 빠르게 정착되기 시작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계기가 된 이유다.
모든 장애인이 학교교육을 받아도 좌절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훈련의 부재, 그리고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의 부재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특화 사회기업인 삼할(Samhall)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삼할활동이 시작된 것은 1980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애인은 같은 장애를 갖는 것이 아니라 장애의 종류가 다양하며, 같은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맞춤 직업훈련을 제공하지 않으면 교육은 큰 효과가 없었다. 설사 훈련을 통해 특정 직능기술을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스스로 직업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 조직이 만들어졌다.

일반 직업교육원은 훈련생들이 반복 훈련으로 요구되는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르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 개인 특성에 맞는 기술훈련이 적용되어야 하고, 맞춤 교육에 따라 얻은 기술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매칭해 주어야 가능하다. 삼할은 다양한 장애인 단체와 사회단체, 그리고 사회기업들을 하나로 모아 조직화된 직업훈련, 직업소개, 기업이 한 조직으로 만들어진 경우다.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예산은 국가에서 지원하지만, 전액을 지원하지는 않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구조다. 조직과 운영은 기초 지방자치체에서 담당하고 다양한 워크숍을 통한 교육과 정보제공, 맞춤 직업훈련, 직업소개, 소규모 기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에 특화된 사회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2023년 기준 2만493명을 직접 고용해 다양한 기업의 니즈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반 기업들의 부품이나 완제품 납품을 위한 생산기업의 역할도 하는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40여개 국가의 130개 조직과 국제적으로 연대한 활동과 노하우 제공, 개도국지원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기초단체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학교교육을 졸업한 후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삼할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훈련이나 대학교육 기간 동안 지원을 위해 19~29세 장애인의 경우 2만1230크로네(한화 약 250만원)의 월지원금을 취업준비, 학업 등을 위해 수행할 수 있도록 활동지원금(aktivitetsstöd, activity subsidy)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고등하교 졸업을 마치고 다양한 이유로 잠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할 때 타임아웃을 하고 언제든 다시 돌아와 교육과 직업훈련 등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장애인들도 비장애인 학생들처럼 CSN 학업지원금(35%는 저리융자, 65%는 학업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활동지원금을 받는 경우 학업보조금만 받을 수 있도록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20203년 기준 1만2052크로네(한화 약 145만원)의 학업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학업지원금은 개인적 사정으로 초, 중, 고등학교를 중단한 경우 다시 정규교육을 받기 원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61세까지 학업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어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훈련 교육을 받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65세까지 융자 부분은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51부터 61세까지는 차등지급제를 운영한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스웨덴이 50년 만에 장애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시작은 법제도의 개선부터 시작했다. 장애인의 시각에서, 그리고 장애인 가정의 시각에서부터 바라본 사회의 제약과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점들은 들여다보면 인간 보편적 권리인 인권 보장이 핵심요소다. 스웨덴의 차별법(사실 차별금지법, 혹은 차별근절법에 해당함)을 들여다보면 그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존엄권, 인권, 생존권, 행복권 등의 헌법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부의 장애인 정책은 두 가지 법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1993년 제정된 장애인 지원 및 서비스 법으로 장애인의 실질적 지원 종류와 범위를 다루며 개인보조원, 행정지원, 가정보조원, 자녀돌봄, 주택, 활동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 법은 장애인 자녀의 지원, 장애아 부모의 돌봄 지원 등 장애인 가정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교육, 생활지원 등을 국가가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 책임을 지는 2원적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 보장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들의 일상생활을 가능하도록 해 가족 모두의 희생을 최소화 하는데 중점을 둔다.

둘째, 2008년에 제정된 차별법(Discrimination Act)이다. 이 법은 1장 1절 생물학적 성, 성정체성, 인종, 종교, 믿음, 장애, 성전환, 나이 등의 이유로 직간접적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모두 차별이라 규정하고 있다. 결국 살아가는 동안 체험하는 유무형의 부당한 대우는 인간 차별에 해당한다고 본다. 선언적 문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같은 법 1장 5절 4항은 더 구체적 내용을 담는다. '비장애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에 제한된 접근성은 명백한 차별이다' 이 조항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내용을 담는다. 장애인이 되어 직접 체험에 보지 못하면 그 들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알지 못한다. 주무 장관이 직접 다양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일 체험 등을 통해 깨닫지 못하면 정책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같은 법안 3장 1절 '차별예방과 차별방지의 증진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은 국가의 의무로 다룬다. 이와 별도로 가정과 실생활 영역 뿐 아니라 장애로 인해 직장에서 받는 차별대우에 대한 내용도 특별법으로 다루고 있다(직장 내 차별금지법, 1993). 헌법정신에 입각해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차별을 예방하고 조치하는 조항이다. 장애인들의 실생활 지원과 서비스 규정, 차별금지법 등이 권리의 보장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면 지원규모와 종류, 의료 및 건강 지원 등의 상세 내용은 사회지원법과 보건건강법에 담겨져 있다.

이 법들은 장애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준다. 출퇴근과 생활을 위해 자동차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차량지원금, 운전연습 보조금, 차량구입비 보조, 차량개조비용지원 등 꼼꼼한 지원으로 뒷받침 한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전동휠체어를 신체에 맞게 제작해 주는 지원프로그램,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장애인 특화택시를 지방자치별로 운영한다. 가정에서 일상의 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이를 지원하는 생활보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등하교를 돕는 역할도 함께 한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서 부모, 형제, 자매 등 다른 가족구성원이 함께 구속되거나 고통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다. 장애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자의 시각에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다. 투표소 접근을 위한 램프 시설, 휠체어에 앉아 비밀 투표할 수 있는 스크린 책상,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 및 화장실 구비물(넘어졌을 때 누를 수 있는 비상벨, 특수 수도밸브, 보조레일 등),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설치물에 대한 내용 등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의 생활, 교육, 건강, 연금 등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아래 표는 스웨덴이 장애인을 위한 공공 지출 비용이 국민총생산 대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지 국제 비교로 보여 준다. 4.73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덴마크에 이어 스웨덴은 4.2퍼센트로 2위에 올라 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도 높은 장애인 사회지출비율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 지원 관련 공공 지출이 국민총생산의 1퍼센트 미만으로 프랑스, 미국, 일본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5명 중 한 사람 이상이 장애인인 사회

전체 국민 중에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국민들의 장애 정도를 조사한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보행보조 장비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25만 명이 보행보조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런 노화현상으로 보행보조 장비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일종의 자연스런 장애현상이지만 우리 부모님들, 그리고 나 자신도 곧 장애를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청각장애에 관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스웨덴 국민의 18.4퍼센트가 난청 장애를 안고 있다. 선천성 청각 장애도 있지만, 젊었을 때 노동소음에 노출된 경우 후천성 청각 장애가 잦게 찾아온다. 노동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계음에 장시간, 반복적으로 귀를 노출하면 생기는 증상이다. 생활 소음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이 부엌에서 사용하는 보조기계음, 잔디 깎기 기계 소음 등의 반복 노출이나 젊은이들이 헤드폰을 끼고 매일 음량을 키워 음악을 들으면 청각장애가 쉽게 온다고 한다. 또한 스웨덴 국민의 7퍼센트가 정신장애를 안고 산다고 한다. 경쟁사회 속 대인관계, 상대적 가치박탈, 날씨 등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증거다. 우울증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 5~8퍼센트 국민이 읽거나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인구의 14퍼센트는 이해력이 떨어져 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진단이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보면 50명 정도 수강하는 수업에서 대략 3~4명 정도는 난독증 증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난독증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장애인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백정의 삶을 다룬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백정들은 천박한 직업인이라는 사회의 멸시를 받으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가축을 도축하는 자신들은 '한벌 백정', 이렇게 잡아 놓은 고기를 가져가 부위별로 판매하는 푸줏간 주인은 '두벌 백정', 먹을 만한 크기로 요리해 먹는 사람은 '세벌 백정'. 모두가 백정인 사회다. 자신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서민들과 지배계급에 대한 경멸의 마음을 읽는다.

이런 논리라면 현대 사회는 모두가 장애를 안고 사는 장애인 사회다. 스웨덴 통계에서 보여주듯 힘든 장애를 안고 사는 장애인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 형제, 자매 등 장애인 가족 뿐 아니라 작은 장애라도 가진 사람은 모두 장애인이다. 나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에는 관대하지만 남의 장애는 무시하고자 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행복추구권은 선언적 의미보다 모든 사람에게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헌법 정신의 실현을 위해 정치는 더 분발해야 한다. 학교 교실에서 그리고 국민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유토피아적인 질문은 사실 최고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 국가들이 꿈꾸는 나라다. 모두는 힘들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다. 이런 국가를 위해서는 스스로 목표를 찾아 살아 갈 수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행한 사고나 후천성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계속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주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장애인 입니다, 우리 모두 장애인 입니다'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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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호, 쿠웨이트에 소나기골···'3연속 金' 힘찬 시동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3연패를 노리는 황선홍호는 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소나기골을 퍼부었다. 정우영은 해트트릭, 조영욱은 멀티골을 기록했다. 백승호-엄원상-박재용-안재준이 골 릴레이를 펼치며 쿠웨이트 수비를 초토화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진화의 진화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9-0으로 크게 이겼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태국이 바레인과 1-1로 비겨 나란히 승점 1을 나눠 가졌다. 첫 경기를 대승한 한국(승점 3)은 바레인, 태국(이상 승점 1)을 제치고 조 1위로 나섰다. 19일(한국시간) 쿠웨이트와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쿠웨이트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정우영이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 KFA] 황선홍 감독은 4-2-3-1 전형을 내세웠다. 전방에 조영욱을 배치하고 2선은 정우영·고영준·엄원상이 나섰다. 중원은 백승호·정호연이 맡았다. 백4엔 박규현·이한범·박진섭·황재원이 섰다. 골문은 이광연이 지켰다. 전반 2분 선제골이 터졌다. 정우영이 조영욱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까지 침투하다 상대 수비에 걸려 공이 떴다. 정우영이 이를 가볍게 터치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19분 엄원상이 박스 안에서 찬 왼발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조영욱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전반 44분에는 주장 백승호가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왼쪽 골대 구석을 뚫었다. 전반 추가시간. 쿠웨이트의 공격 전개에서 나온 패스 미스를 가로채 고영준의 스루패스와 정우영의 침착한 마무리로 4번째 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4-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19일(한국시간) 쿠웨이트와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쿠웨이트전에서 골을 넣은 조영욱이 한국 응원단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 KFA] 후반 3분. 뒷공간을 침투한 엄원상이 공을 내줬고 조영욱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으나 정우영이 재차 밀어 넣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4분 뒤에는 조영욱이 찔러준 공을 엄원상이 마무리하며 6-0까지 벌렸다. 후반 29분 조영욱이 영리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골키퍼 다리 사이로 한 골을 추가했다. 후반 35분 박재용이 황선홍호에 8번째 골을 안겼다. 교체 투입된 설영우가 도움을 기록했다. 종료 직전에는 안재준도 골맛을 봤다. 홍현석의 스루패스가 쿠웨이트 뒷공간을 허물며 9번째 골을 터뜨렸다. 19일(한국시간) 쿠웨이트와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쿠웨이트전에서 대승을 거둔 황선홍호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KFA] 한국은 오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후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psoq1337@newspim.com 2023-09-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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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가결땐 檢공작수사에 날개"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당내 의원들을 향해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결로 당론을 모아달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이 대표는 이날로 21일 차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2023.09.19 leehs@newspim.com 이 대표는 이 싸움은 자신과 검찰 간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와의 싸움임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검찰 독재와 폭력통치로 정치를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며 "검찰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입법부를 짓밟으며 3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 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위기에 처한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며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 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받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배임죄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된다"며 "'지자체는 인허가할 때 이를 이용해 최대한 돈을 벌고 민간이익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면서 '제가 그 의무를 위반해서 공사를 개발사업에 참여시켜 200억원을 더 벌 수 있는데도, 토지 무상양여로 약 1000억원 밖에 못 벌었으니 200억원 만큼 배임죄'라는 공산당식 주장을 한다"고 반박했다. 또 "만일 시 산하기관이 참여해 200억 원을 벌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이라 우겼을 것"이라며 "실제로 검찰은 성남시가 인허가를 조건으로 시 산하인 성남FC에 광고하게 했다고 제3자 뇌물로 기소했다"고 했다. 그는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3류 소설 스토리라인도 못 되는 수준"이라며 "더구나 이 스토리를 뒷받침할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기록이나 녹취, 메모 하나 없다. 이화영 부지사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가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비회기 중에 청구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를 감옥에 보낼 정도로 범죄의 증거가 분명하다면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 중에 청구해야 맞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고도 맹폭했다. 그는 이번 영장청구가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며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면서도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부결을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검찰의 정치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heyjin@newspim.com 2023-09-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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