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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⑬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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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여행에서 찾은 지방의 매력, 지방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새로운 곳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긴 산행을 하거나 멋진 관광명소를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다. 때로는 승용차로, 때로는 기차로, 여름에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달고 시골길을 정처 없이 다니는 여행이다. 출장이나 국제회의에 가도 주변 도시를 돌아 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북유럽 여행길은 몇 개의 연결 고리가 있다. 하나의 고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틀란드 반도를 연결하는 해상로다. 지금은 코펜하겐과 말뫼 사이를 잊는 다리가 생겨 두 반도가 연결되었지만, 예전에는 헬싱보리(Helsingborg)에서 헬싱외르(Helsingør)를 연결하는 배를 타야 서로 왕래 할 수 있었다. 헬싱외르에 있는 크룬보리(Kronborg)성에는 햄릿의 실제 배경이 되는 연유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체취를 느끼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예전에는 스톡홀름에서 침대열차를 타고 코펜하겐을 지나 독일 함부르크까지 갈 때는 페리가 열차를 싣고 연결해 주었기 때문에 꽤나 운치 있는 여행이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두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해상로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가려면 크루즈선을 타고 건너야 한다. 승용차를 싣고 이동해 핀란드의 전역을 자작나무 숲을 따라 승용차와 자전거로 여름 시골길을 구석구석 다니는 기분은 색다른 묘미를 준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고단한 몸을 풀어 주는 하루 마지막 일정으로 제격이다. 세 번째 고리는 스톡홀름과 발틱3국과 연결되는 해상로다.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으로 연결하는 해상로도 있지만, 스톡홀름을 베이스캠프로 생각하면 3국으로 연결되는 해상로가 제일 좋은 대안이다.스톡홀름에서 탈린까지 가는 크루즈선, 그리고 라트비아 벤츠필스(Ventspils)항으로 연결되는 크루즈선 등은 배에서 내려 리투아니아까지 연결된다.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에서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 (Riga) 그리고 리투아니아 빌니우스(Vilnius)로 연결되는 발틱3국의 중세마을 체험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 다음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연결하는 육로 고리다. 워낙 두 나라의 국경선이 길다 보니 연결하는 도로는 수 없이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스웨덴 예테보리, 노르웨이 오슬로 루트는 북유럽을 체험하고자 하는 유럽대륙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이다. 이 서해안로 (Västkust)는 독일과 네덜란드, 하물며 이태리에서 캐러밴을 몰고 오는 관광객들이 몰려 여름에는 캐러밴의 대이동을 목격할 수 있다.

크룬보리성 [사진=셔터스톡]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덴마크의 프레데릭스함을 연결하는 해상로다. 어느 해 6월 예테보리에서 탄 스테나 라인으로 프레데릭스함으로 향할 때 스웨덴 젊은이들이 부르는 떼 창을 잊을 수 없다. '여름은 짧고, 비 한번 오면 날아가 버리는 계절'을 노래하는 스웨덴의 여름 찬가다. 건너편 덴마크에 도착해 북쪽 방향으로 버스에 오르면 1시간 안에 스카겐(Skagen)이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유틀란드 반도의 끝, 그리고 덴마크의 끝인 도시다. 발틱해의 물이 빠져나가 북해와 만나는 길목에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는 스카겐파라는 화가들이 모여 함께 인생과 자연, 그리고 낭만을 화폭에 담아 전시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모여 그린 작품을 한데 모아 놓은 스카겐 미술관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순례지처럼 꼭 들리는 곳이다.

스카겐 마을의 좁은 도로를 따라 역사를 담은 나무집들이 도열해 있다. 미술관과 멋진 모래사장은 동네 사람들을 부유한 시골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기자기 한 집, 카페, 미술박물관이 잘 어우러져 있다. 진한 커피 한잔 그리고 데이니쉬 페스트리와 함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그 순간 철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그렇게 해서 다닌 북유럽과 발틱 국가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체취를 느꼈다. 차를 몰다가 식사를 위해, 휴식과 함께 커피를 즐기기 위해, 주유를 위해, 길을 묻기 위해, 아니면 하루 숙박을 위해 잠시 머물며 거처 간 곳에서 사람을 만났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여행 출발하기 전 두꺼운 유럽 지도 책 하나와 노트에 빼곡하게 여행 루트에 따라 잠잘 곳, 식사할 곳, 볼만한 곳을 별표로 그려 가며 적어 놓아야 했다. 언젠가 북유럽 기행의 경험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일상에 파묻혀 있다가 새로운 여행계획을 실행 하다 보니 잊혀진 것이 아쉽다.

스카겐 [사진=셔터스톡]

여행에서 발견한 지방 경쟁력

북유럽 4개국을 자동차로 구석구석을 다니며 본 도시들, 사람 사는 모습들, 그리고 문화의 수준과 삶의 질, 그들과의 대화를 떠 올리며 지방 균형발전을 생각해 본다.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목은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시골길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국도를 타고 꼬불꼬불 달려야 한다. 북유럽의 국도는 거의 예외 없이 도심을 관통한다. 도심에는 문화의 집(Kulturhuset)이 꼭 하나씩 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치토론도 하고, 실내 음악공연,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북유럽의 특징은 전국 어디를 가도 시내 중심가에는 똑 같은 체인점 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인구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중심가 (이곳에서는 센투룸, centrum이라 부른다)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 같은 상가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톡홀름이나 지방 도시 어디를 가도 쇼핑몰 상가 모습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이 덕분에 같은 브랜드의 옷, 신발, 그리고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빈부격차나 삶의 질이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헬싱키에서 북쪽 스웨덴 국경지대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분위기다. 처음에는 울창한 숲과 끝없는 호수들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지만 1~2시간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이제는 눈의 피로 때문인지, 감동을 워낙 처음에 크게 받아서 그런지 더 큰 감흥은 주지 못한다. 그만큼 끝없이 펼쳐지는 숲, 호수, 숲, 호수, 그리고 조그만 마을, 숲, 호수가 반복된다. 중간 중간 숙박을 하게 되는 마을에서 맥주 한잔을 놓고 이야기 하는 현지인들에게서 핀란드의 두 가지 자랑을 듣는다. 지역 맥주와 사우나. 어디를 가도 체험 추천 순위 1-2위에 오른다. 핀란드의 지역 펍에서 맛보는 맥주는 독특했고 숙박지 사우나는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양했다. 두 개의 조합이 핀란드의 관광 산업을 이끄는 동력이다. 여기에 북극권에 속하는 대자연은 관광객을 자석같이 끌어 들인다. 겨울 설원에서 펼쳐지는 오로라관람과 연계된 북구사슴 썰매 체험은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가 갖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 자연이 압권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피요르드가 깊숙이 들어와 있어 높은 봉우리에서 쏟아 내는 폭포들과 함께 풍광은 그대로 동양화의 화폭을 담고 있다. 피요르드로 연결되는 특성 상 작은 배들도 자동차를 실을 수 있을 튼튼하다. 배에서 내려 자동차를 끌고 조금만 몰면 바로 산중턱까지 이른다. 그만큼 높은 산의 절경과 좁은 길이 굽이굽이 연결되어 감탄과 스릴을 함께 맛 볼 수 있다. 좁은 길에 폭이 넓은 캐러밴이 다가 오면 서로 갓길까지 고개를 빼고 확인하면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 간혹 자동차 바퀴가 도랑에 빠져 반쯤 넘어져 있는 캐러밴을 볼 때마다 노르웨이 지방정부의 도로계획을 탓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향하는 시골마을 들을 자동차로 구석구석 다녀 보면 여기가 오슬로 인지, 베르겐인지, 시골인지 도시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도시 간 격차를 거의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도시를 가나 외곽에 이케아가 들어서 있고, 노르웨이 특유의 건축양식이 도시마다 반복된다. 나무집들은 수채화의 색채로 옷을 입고 있어 자연과 함께 곳곳에 서양화를 품고 있는 듯하다. 북유럽 국가들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골마을 조차 대도시의 일부를 옮겨 놓은 것과 같이 부의 분배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국제적 매너와 영어 소통도 큰 차이가 없다. 지구의 북쪽 끝 도시라는 노르드캅(Nordkapp)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품새, 외국인을 대하는 매너는 오슬로에서 경험한 것들과 한 치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북유럽에서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도시보다 낫겠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많다. 스톡홀름, 코펜하겐, 오슬로, 헬싱키에서 살면서 높은 주택가격, 물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전철,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며 출퇴근을 하느니, 좀 더 저렴한 주택 가격으로 생기는 여유 자금으로 여행과 관광, 문화생활, 자연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원하는 직장이 시골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하지만 말이 시골이지 가까운 곳에 대학이나 병원, 시의회, 시청, 박물관, 영화관, 연극 공연장들이 있고, 국가기관, 산업시설이 전국에 걸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도시 간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 스웨덴의 스몰란드 모델(Småland model)은 성공한 사례로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스몰란드는 이케아의 신화가 시작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은 산업화 시기동안 도시별로 특화된 가구산업, 고무산업, 금속산업, 무기산업, 목재산업, 크리스털 산업 등이 경쟁력을 잃고 사양화 될 때 주지사, 시장, 기업인 들이 모여 논의하며 상생모델이 탄생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접목한 가구산업 클러스터, 고무와 금속산업을 연계해 구축한 타이어 산업단지 (자동차 바퀴부터 트랙터 바퀴, 대형트럭 바퀴까지 다양한 모델 개발), 무기산업 경쟁력을 가전, 버너, 등산장비 등 여가산업, 임업장비 산업 특화단지, 목재산업 특화 도시끼리 연계해 조립식 가구 산업클러스터, 크리스털 생산 도시와 대학이 서로 연계한 크리스털 제조, 교육, 관광 등 크리스털 산학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스웨덴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경제 성공 사례가 되었다. 매년 자체 산업박람회도 개최해 지역경제를 세계화 시키는데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지방에 경쟁력 있는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주변 도시에서 온 학생들을 교육시켜 지역에 남아 활동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수도에 있는 대학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지방공무원과 스톡홀름 시 공무원이나 중앙공무원 임금수준이 비슷하고, 지방에 있는 기업들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니 굳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대 도시로 갈 필요는 더 더욱 없는 셈이다. 지방도시의 국제공항에서 유럽 대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더 쉽다 보니 수도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룰레오 [사진=셔터스톡]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 사람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참가한 부부를 소개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룰레오(Luleå) 라는 북극(Artic circle) 지역에 위치한 작은 시골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핀란드 국경과 가까이 있을 정도로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시골사투리를 쓰지 않아 물어 보니 본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35년을 살다가 이사했다고 했다. 북쪽의 사투리는 몇 마디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다. 35년 전 스웨덴 생활을 시작한 곳도 옹에(Ånge) 라는 작은 북쪽 마을 이었다. 북쪽 지방 사람들은 대화할 때 입술을 모아 숨을 들이 마시며 "슈" 소리와 같은 바람소리를 내는 습관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들이 입에 목캔디 같은 것을 입에 넣고 있는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래, 맞아" 하면서 장단을 맞춰 주는 동의적 표현을 할 때 이렇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몇 마디만 나눠 보면 북쪽 지방에서 온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두 부부에게는 그런 억양이 없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왜 수도 스톡홀름에서 살다가 시골도시 룰레오로 이사 갔을까?

"스톡홀름에서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둘이 있어 4명이 사는 아파트 생활은 서로의 배려를 필요로 했지요. 값이 워낙 비싸서 큰 아파트는 엄두도 못 냈지요. 그래픽 디자이너인 부인과 공무원인 저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대중교통으로 출근 했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이 소요됩니다. 주중에는 여유가 없어 출퇴근만 하는 생활이었지요. 주말에는 스톡홀름의 자연을 즐겼습니다. 종종 문화생활도 즐겼지요. 오페라를 좋아해 자주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집은 점점 더 작아져 갔지요. 집을 알아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더 외곽으로 나가야만 조금 큰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톡홀름 생활에 회의가 생겼습니다. 이 때 TV에서 룰레오 도시를 소개하는 이주홍보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심장도 빠르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분된 듯 말을 이어 갔다. "아, 여기면 우리가족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겠구나. 바로 실행에 옮겼지요. 직장을 알아보고,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해 봄 룰레오에 올라가 큰 저택을 구입했습니다. 개인주택인데 개인 풀장, 사우나시설, 벽난로, 개인 요트 선착장이 있는 2층 집이었습니다."

문화생활, 학교, 삶의 질에 차이가 없는지 물었다. "문화생활 수준은 스톡홀름 생활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 파리, 런던, 비인에 가서 오페라를 즐기는 횟수가 많아져 차라리 더 높아진 듯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훨씬 더 좋다고 하더군요. 스톡홀름 때보다 더 자연친화적이고, 수업의 질은 큰 차이가 없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과목이 많아 사람, 역사, 지리, 지역경제 등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부인도 함께 거들었다. "대도시 생활에서 잃는 것보다 시골 삶에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우선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많아져 경제적 여유분을 자연과 함께 하는 스포츠에 투자합니다. 겨울에서 함께 크로스컨트리 노르딕스킹을 즐기고, 여름에는 요트 생활과 마운틴 바이크 트래킹을 가족과 함께 합니다. 삶의 질이 훨씬 더 좋아졌지요. 이 도시에는 공과대학이 있어 교육도시라 외국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시골이지만 국제적 도시인 셈이지요."

북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체험해 본 다양한 숙박시설도 경쟁력을 더 키워준다. 가정에서 운영하는 B&B는 북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농가에서 운영하는 B&B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곳에 묵는 것이 호텔보다 저렴하고 주인아주머니께서 해 주시는 시골 집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삶의 이야기, 생각 들을 나눌 수 있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금 큰 B&B에는 아담한 거실, 식당, 도서관 벽난로에서 옹기종기 모여 주인과 손님들이 함께 하는 커피 타임은 다른 유럽 도시에서 맛 볼 수 없는 아기자기 함이 묻어 있다. 지역 특색을 담고 있는 일반 가정의 향취,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과 야채, 속이 더 노란 계란 프라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와 함께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고성과 대저택 들을 호텔, 스파, 승마, 카누, 골프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체험 스포츠와 연계된 고급숙박시설들(Herrgård)도 관광산업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새로운 동네들을 들어설 때 숙박시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괜찮은 곳이 참 많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숙박시설들은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모텔 문화가 없어 가족과 함께 숙박과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여기에 여행을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 들이 산재해 있다. 물가가 치솟는 요즘에는 세컨핸드와 앤틱 가게들이 인기다. 도시마다 폐점하는 일반 상점들은 늘어나고 있어도 세컨핸드 가게는 불황을 모르고 계속 늘어나고 추세다. 시골 작은 마을부터 큰 도시의 가게까지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각 도시마다 특산물이 있어 중고가게 들은 수집가들에게도 특별한 매력을 준다. 예를 들어 스웨덴 스몰란드(Småland) 지방은 크리스털과 도기 중고제품, 덴마크 전역에는 디자인 가구와 전등, 노르웨이는 양털스웨터, 사냥용 칼 등이 중고로 많이 나와 있어 인기를 끈다. 지역이 배출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공예가 등이 만든 작품들이 간혹 눈에 띄어 스웨덴어로 퓐드(Fynd), 우리말로 "심봤다"를 하는 행운도 찾아온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국도 주변에 벼룩시장(Loppmarknad)이라 써 붙인 팻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잠시 쉬어갈 겸 퓐드를 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몰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의 집 [사진=셔터스톡]

지방은 곧 국가 경쟁력

내가 스웨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지냈던 작은 마을에서 가끔씩 엽서가 온다. "다시 돌아오면 대 환영입니다." 스톡홀름 생활을 접고 다시 돌아오면 더 좋은 이유가 함께 적혀 있다. 위에서 만난 룰레오 부부가 이야기 한 것이 거의 모두 나열되어 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과 지역과 지역을 묶어 진행되는 거대 지역화(Mega-regionalization)은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발전전략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해 볼 만하다. 남부권, 중부권, 북서부권, 북동부권으로 묶고 지방의 산업경쟁력, 연계관광산업, 대학교육 클러스터, 의료(관광)클러스터 등의 다양한 지역간 협조체제 구축은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지방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때 국가는 건강하고, 국민들의 삶은 풍요로워 진다. 지방이 골고루 잘 살고 지방이 강할 때 국가의 경쟁력도 상승한다. 불평불만은 주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 불평불만이 부의 쏠림과 대물림 현상으로 발생하면 상대적 가치 박탈은 더욱 커진다. 스몰란드 모델은 4차 산업의 도래로 사양 산업으로 발전한 지방 도시들이 새로운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할 때 유용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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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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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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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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