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앞으로 암세포 돌연변이의 진행 정도로 면역항암제가 어떤 환자에게 적합한지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면역항암제의 새 바이오마커로 종양조직변이부담(TMB : Tumor Mutational Burden)의 활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등 대사물질을 이용해 신체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생체표지자'로, 현재는 PD-L1이란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율을 이용해 면역항암제가 어떤 환자에게 적합한지 가려내고 있다.

하지만 PD-L1 만으로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찾기에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으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웅양 유전체연구소장, 심준호 연구원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198명의 유전체를 전체엑솜염기서열을 분석해(WES : Whole exome sequencing) 수정 TMB가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유럽종양학회 국제학술지(Annals of Onc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TMB란 암세포 돌연변이가 얼마나 진행되는지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돌연변이가 많아지면 정상 세포와 비교해 오직 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항원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또한 이에 따른 면역원성도 높아져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TMB가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로 널리 쓰이지 못한 이유는 일부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이는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된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의 병용 임상 결과에 따르면, TMB가 높은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사용 시 무진행 생존기간의 연장을 보였으나 생존을 연장시키는 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결과들을 보였다.

이에 TMB가 비소세포폐암에서 PD-L1과 더불어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견이 교차하고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면역원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적합성항원(HLA) 대립유전자의 이형상실(LOH)을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직적합성항원 대립유전자 이형상실이 발생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데 방해를 받게 된다.

연구팀은 TMB를 계산할 때 이러한 기전을 고려해 새 방법을 고안해냈다.

수정TMB 모델을 쓰자 어떤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더 효과 있는지 명확해진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TMB 값이 높더라도 낮은 환자에 비해 유의미한 생존율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정 TMB 모델에서는 확실한 생존율 향상이 나타났다.

통계적 분석 결과 수정 TMB가 높은 환자는 낮은 환자 대비 사망할 위험도가 44%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수정 TMB가 높았던 환자가 암의 무진행 생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이 네이처 캔서지에 발표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의 코호트 연구에도 수정 TMB 모델을 적용했고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현성을 담보해 과학적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로 앞으로 수정 TMB가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 바이오마커로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새 모델에 따라 TMB 값이 높은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투여 시 전체 생존율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며 "앞으로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치료 선택지를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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