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벤치치 2-0, 사발렌카 2-1로 꺾고 결승 올라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같은 해 태어난 이가 시비옹테크와 어맨다 아니시모바가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 문턱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 결승은 단순한 타이틀 경쟁을 넘어 깊은 상처를 딛고 돌아온 두 선수가 써 내려가는 재기의 서사다.
시비옹테크(4위·폴란드)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벨린다 벤치치(35위·스위스)를 2-0(6-2 6-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오픈 4회, US오픈 1회 우승 경력을 갖고 있는 시비옹테크지만 잔디코트에서는 첫 메이저 결승이다.
먼저 결승에 선착한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미국)는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2-1(6-4 4-6 6-4)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두 선수는 오는 13일 0시(한국시간) 결승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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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왼쪽)와 어맨다 아니시모바. [사진=로이터] |
두 선수는 2001년생 동갑으로, 주니어 시절인 2016년 한 차례 맞붙어 아니시모바가 승리한 바 있다. 성인 무대에서는 첫 맞대결이다.
둘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8월 도핑 양성 반응으로 1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며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결승은 징계 복귀 이후 첫 메이저 결승이다.
아니시모바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9년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으나 같은 해 아버지를 잃고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2023년엔 번아웃 증세로 코트를 떠나 세계랭킹이 300위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윔블던은 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 출전조차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프랑스오픈에서 사발렌카에게 패했던 기억을 이번 윔블던 4강에서 설욕하며 결승에 올랐다. 사발렌카 상대 전적은 이제 6승 3패가 됐다.
시비옹테크는 잔디가 어색한 클레이 여왕이라는 낙인을 떼어낼 기회를 잡았다. 아니시모바는 잊힌 천재 소녀이라는 오명을 씼을 기회다. 2024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은 테니스가 단지 기술 싸움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의지의 충돌이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