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안전자산'으로서 매력 잃어가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올해 1~3월 사이, 전례 없는 규모로 엔화에서 스위스 프랑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번 주 발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외환보유고 운용기관들은 1~3월 동안 943억달러(약 130조원) 상당의 엔화를 처분했다.
단기 국채 수익률과 환율 변동을 조정한 이 추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스위스 프랑 매입은 사상 최대인 667억달러에 달했다.
그 결과 3월 말 기준 스위스 프랑이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76%로, 1992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IMF 데이터에 따르면 엔화의 비중은 5.15%, 미국 달러화는 57.7%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고에서의 엔화 비중 급감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와 경제 성장 둔화 등 펀더멘털의 약세로 인해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저성장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BOJ)이 통화 긴축을 단행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스위스의 금리는 스위스국립은행(중앙은행)이 지난달 정책금리를 0%로 인하한 이후에도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 일본보다 훨씬 높다. 스위스 프랑에 대한 수요 증가는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립국으로서 스위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웰스파고의 브랜든 매케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외환보유고의 이동이 "스위스 프랑이 안전자산으로서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엔화는 올해 초부터 BOJ가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크고, 여전히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원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스케 수석 외환 전략가는 "과거 위세를 떨쳤던 엔화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스위스 프랑이 '고독한 리스크 오프 통화'로서의 지위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세계 어딘가에서 국제 분쟁이나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경우, 스위스 프랑이 매수 압력을 받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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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