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5.2% "폐의약품, 쓰레기통에 버려"
국민 74.1% "폐의약품, 처리 방법 몰라"
폐의약품 수거함, 약국·주민센터에 설치
밀봉 후 우체통에 버려도 'OK'…물약 예외
2023년부터 정부가 시행한 '진료비 확인 서비스'는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가 건강보험(의료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권리구제 제도다. 만약 비급여로 알았던 병원 진료비가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될 경우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진료비 확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소개해 현명한 병원 이용을 돕는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A 씨는 쓰레기봉투에 먹다 남은 약(폐의약품)을 버릴 때마다 '이래도 되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약국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을 발견해 찾아보니, 먹다 남은 약을 쓰레기봉투에 버릴 경우 토질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약 성분이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의약품은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버려야 한다.
◆ 국민 절반 "먹다 남은 약, 쓰레기통에 버려"… 74.1% "폐의약품 처리법 몰라"
심평원이 실시한 2018년 조사한 '폐의약품 처리 방법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55.2%는 폐의약품을 쓰레기통, 하수구, 변기 등에 폐기한다고 답변했다.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 비치된 수거함에 배출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국민 36.1%는 향후 사용 또는 복용을 위해 보관한다고 답했고, 0.6%는 지인과 가족에게 나눠준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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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을 처리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국민도 74.1%에 달했다. 환경부가 폐의약품을 유해 폐기물로 지정하고 보건소, 약국 등에 설치된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다 보니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는 사람이 많다.
폐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처방·조제의약품에 따라 구분된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 포장지에 명시돼 있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폐의약품이라고 한다. 처방·조제약의 경우 처방 시 의사가 내린 복약 기간을 초과한 약품을 폐의약품이라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폐의약품 처리 방법을 모르는 가운데 고령화로 약 복용이 늘어나는 만큼 폐의약품 수거량은 점점 늘어날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폐의약품 수거량은 712.8톤(t) 규모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의약품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고 환경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4월까지 4대강 130곳에서 의약물질 검출량을 조사한 결과, 진통제인 트라마돌, 당뇨병 치료제인 시타글립틴 등 19종의 의약물질이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에 폐의약품 성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폐의약품, 약국·주민센터·우체통에 배출…심평원 "폐의약품 수거함 전국 확대"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평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주와 경남에서 '폐의약품 안심 처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해 처리한다.
원주시는 전체 221개소 중 약국 163개, 공동주택 31개, 관공서 27개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다. 지난해 기준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처리된 수거처리량은 총 8.5톤으로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다.
폐의약품을 버려야 하는 사람들은 해당 지자체 생활폐기물을 담당하는 부서에 연락해 폐의약품 수거함 위치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약국에 전화해 폐의약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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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수거함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07.10 sdk1991@newspim.com |
수거함에 알약을 버릴 때는 케이스를 제거하고 약만 모아 비닐봉지에 담아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가루약은 분리할 경우 가루가 날릴 수 있어 봉지 그대로 수거함에 투입하면 된다.
시럽형 물약 또한 원래 용기대로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처방·조제약의 경우 봉투에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어 약 봉투를 반드시 분리하고 약포지 그대로 폐기해야 된다.
수거함을 찾기 어렵다면, 우체통에 버리는 방법도 있다. 서울 등 45개 지자체는 심평원, 우체국과 협업해 '폐의약품 회수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 방치된 약이 있으면 일반 종이봉투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표시한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알약과 가루약은 포장지를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버리면 된다. 다만 물약, 시럽, 연고는 우체통에 버릴 수 없어 약국이나 주민센터에 배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여전히 폐의약품의 위험성과 분리배출 방식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며 "지자체마다 수거 인프라 수준이 달라 올바른 배출 문화 정착이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소는 "행정안전부가 폐의약품 수거함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아 '2024년 상반기 공공 데이터 제공 표준'을 제·개정해 공공데이터포털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국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국민과 약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