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 2시간 내 20분 휴식' 보장 세 번째 심의
민주노총 "규개위 탓 노동자 죽어나…개선해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폭염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휴게 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11일 논의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해당 규칙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규개위는 '폭염규칙'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염규칙은 33도 이상 폭염 환경에서 일할 때 2시간 이내 20분씩 노동자를 쉬도록 하는 내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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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휴식권 부정하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폭염 규칙 신속 통과를 촉구하는 긴급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2025.07.11 gdlee@newspim.com |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규개위가 영세사업자 부담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어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노동부는 2차례 폭염규칙 심사를 청구했지만, 규개위는 4월과 5월 각각 재검토를 권고했다.
이에 노동부는 폭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 폭염규칙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날 다시 규개위에 폭염규칙을 심사 청구했다. 이날 진행되는 심사 결과는 오후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선 노동안전 보건위원장은 "규개위가 멈춰 세운 폭염규칙 때문에 벌써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었냐"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 이후에도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가는 일이 멈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달 초 택배 노동자 3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일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60대 남성 노동자가 야외 근무 중 사망했고, 7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40.2도, 경북 건설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측정된 체온"이라며 "규제개혁을 한다고 하는 규개위가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따른 변화들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했다.
허영호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불과 이틀 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한 노동자가 폭염 속 사망했다. 2년 전 코스트코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제도적 개선은 없다"며 "실외 주차장, 배송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제대로 된 휴식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노동자가 폭염에도 일을 멈추지 못하는 현실도 지적됐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를 의미한다.
김도영 건설산업연맹 조직국장은 "폭염으로 어지럽다고 말한 다음날 출근부에서 이름이 사라지는 게 건설현장의 현실"이라며 "2시간에 20분 쉬겠다는 요구가 기업에 그토록 피해를 주는 일이냐. 우리는 당당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폭염 휴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적용 배제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폭염은 모두에게 닥치는 위험인 만큼, 모든 노동자에게 폭염 대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