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투약 사고, 사망까지 이른 사례 발생
한국 다제 약물 복용, 해외보다 '높은' 수준
다제약물 방지하려면…자기주도 관리 필요
'내가 먹는 약! 한눈에'로 조제일·효능 확인
2023년부터 정부가 시행한 '진료비 확인 서비스'는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가 건강보험(의료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권리구제 제도다. 만약 비급여로 알았던 병원 진료비가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될 경우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진료비 확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소개해 현명한 병원 이용을 돕는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2003년 한 30대 여성은 무좀 치료를 위해 경구 무좀약(케타코나졸)을 처방받아 평소 복용하던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항히스타민제)와 같이 먹었다. 함께 쓰이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두 약을 함께 먹은 그는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10일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의 환자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약물 관련 사고 건수는 2018년 1676건에서 2023년 1만89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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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다제 약물 복용이다. 다제약물 복용은 일반적으로 5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다제 약물 복용 비중이 높은 나라다.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공동연구팀의 202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젊은 노인 330만명 중 16만명(35.4%)는 5개 이상의 약물을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다. 10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도 8.8%에 달했다.
다제 약물 복용이 위험한 이유는 처방 연쇄(약물의 부작용을 새로운 증상으로 인식해 또 다른 약을 처방)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간 부작용, 약물 자체 부작용, 약물 처방 오류 등이 나타난다.
한국 국민이 약물을 많이 복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치의 제도 없이 여러 진료과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병원에서 중복 처방을 받거나, 동일 성분의 약을 여러 번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
심평원은 이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운영하고 있다. DUR 시스템은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약 처방 시 중복, 금기 등 문제가 있으면 컴퓨터 화면에 자동으로 알림(팝업창)이 뜬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지성환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교수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다약제에 대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환자와 가족에게 올바른 약물 사용에 대해 교육해야 하고, 국민 또한 기본적인 소양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평원은 의약품 부작용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주도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운영하고 있다. 심평원 홈페이지나 '건강e음' 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조제 날짜, 조제 약국, 약 이름, 효능 등을 알 수 있다.
환자는 병원과 약국에 방문해 조제 받은 최근 1년간의 의약품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만일 14세 미만 자녀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대신 투약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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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이용한 국민은 점차 늘고 있다. 2019년 29만3556건에서 2024년 318만6271건으로 10.9배 늘었다.
윤영미 보건의료정책연대 공동대표는 "고령화 사회에 질환이 여러 개 발생하면서 약물도 다중적으로 처방되고 있다"며 "만일 다제약물 복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때 저혈압 쇼크 등이 올 수 있다"며 제도 활용성을 강조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처방 기관 등을 제공해 내가 먹는 약물에 대해 궁금했을 때 정보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다만,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심평원은) 환자 친화적으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