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유럽 정치권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불신임 정국을 성공적으로 돌파하기는 했지만 그의 정치적 기반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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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의회가 실시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반대 360표, 찬성 175표, 기권 18표로 최종 부결됐다. 전체 유럽의회 의원 720명 중 553명이 표결에 참가했다.
EU 집행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유럽의회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유럽의회에서 720석 중 401석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유럽의회에서 의석수로 1위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188석)과 136석으로 의회 내 2위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자유주의 성향 리뉴유럽(RENEW EUR·75석),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53석) 등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들 정파 소속 의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들 4개 세력의 의원수를 모두 합치면 452명에 달한다.
이번 불신임안은 실시 전부터 부결이 예상됐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성향 '유럽 보수와 개혁'(ECR) 소속인 초선 게오르게 피페에라 의원이 내놓은 불신임안은 상정에 필요한 72명의 서명을 받아냈지만, 가결을 위한 지지세는 부족했다. ECR은 의석수가 79석으로 유럽의회 내 4번째 세력이다.
극우 성향 '유럽을위한애국자들(PATRIOTS for EUROPE)'과 '주권 유럽' 소속 의원들이 전원 찬성한다고 해도 200표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극우 성향 세력은 이번 불신임안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리더십 흔들기와 중도 보수·진보 연합의 분열을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 했다.
폴리티코는 "다양한 정치 세력은 EU 집행위의 불투명성과 권력의 과도한 중앙집권화, 그린딜에 대한 후퇴, EU의 제도적 절차 위반에 대한 비난 등을 표출하기 위해 이번 불신임 투표를 이용했다"며 "사회민주주의동맹과 리뉴유럽 등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점점 더 의견이 맞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사회민주진보동맹 소속의 카타리나 바클리 유럽의회 부의장은 "많은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번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겐 '절대적으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불신임안을 상정한 피페에라 의원은 "이번 표결에서 부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EU에 유익한 조치였다"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으로 몇 차례 더 비난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