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 증시가 10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시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이날까지 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밀어붙이기'는 허세로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바닥에서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영국 벤치마크 지수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97포인트(0.54%) 오른 552.93으로 장을 마쳤다. 나흘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지난 6월 10일(553.12) 이후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왔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8.64포인트(1.23%) 뛴 8975.66으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3.79포인트(0.30%) 상승한 7902.25에 마감했다. 특히 FTSE 100 지수는 지난 3월 3일 기록했던 종전 최고가(8871.31)를 돌파했다.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92.75포인트(0.38%) 내린 2만4456.81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93.14포인트(0.72%) 떨어진 4만528.17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12.80포인트(0.79%) 하락한 1만4141.6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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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EU 간 무역 협상은 당초 예정됐던 9일을 넘긴 이날도 타결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협상팀이)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달성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측 협상대표를 맡고 있는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원칙적인 차원의 협정안에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며칠 내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단 안팎에서는 "EU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잠재적 조치들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이 의외로 약세로 끝을 맺으면서 협상 결과가 파괴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자금·시장 책임자인 수잔나 스트리터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의 고율 관세 발표를 허세로 간주하며 무시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구리 수입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고, 브라질 수입품에 대해서도 50%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관세안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했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광업주가 3.2% 급등해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글렌코어와 리오틴토 주가가 각각 4%씩 올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8% 상승하면서 의료 섹터도 1.8% 뛰었다.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9일 장 마감 후 "지난 4~5월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로 인해 2분기 매출 실적이 3억 유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다음달 13일에 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의 광고 그룹 WPP는 전날 수익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18.8% 폭락한 충격에서 벗어나며 하루만에 주가가 약 2%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엔터프라이즈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신디 로즈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필립 잰슨 WPP 회장은 "광고 업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가운데 로즈의 인공지능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는 오는 9월 1일 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유럽 주요 대기업들은 다음주 2분기 실적 발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성적표가 가장 먼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