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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술진흥법' 통과로 추급권, 획득…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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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진흥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미술 작가의 저작권 범주에 해당하는 '추급권'이 확보됐다.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추급권'에 대한 유예기간은 4년으로 뒀다. 작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은 마련됐지만, '추급권'이 가야할 길은 멀다. 

'재판매보상권'인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은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저작권에서 파생된 권리다. 대게는 별도법이 있거나 저작권법 안에서 이뤄진다. 국내서는 '미술진흥법' 아래 추급권이 포함됐다. 다만 미술품 재판매가가 500만원 미만인 경우, 원작자로부터 직접 취득한 지 3년이 넘지 않고 재판매가가 2000만원 미만인 경우, 업무상 저작물인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보상 요율은 작가·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문화부 이현경 기자

추급권은 해외서는 100년 전부터 도입됐다. EU를 비롯한 8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만 허용하고 있다. 영화나 음악, 도서와 달리 미술 작품은 가치를 인정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술 작가들이 살아있는 동안 작품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상정되기는 어렵다. 김환기, 박수근도 생전에 미술 작품을 팔아서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는 없었다.

국내서 '추급권'에 대한 논의는 2007년 한·EU FTA 체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EU가 한국에 추급권 도입을 요구했지만 국내 미술 시장 위축 우려로 무산됐다. 물론, 압박은 아니었다. 2021년 7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술진흥법'을 발의했고 2년 만에 통과된 거다.

국내 화랑, 옥션과 같은 미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미술진흥법' 통과 후 구체적인 시행령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추급권'이 오히려 한국 미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실제로 '추급권'을 인정받을 작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옥션이 화랑협회와 같은 조직체가 없으니 법안 통과 전 공청회와 같은 자리가 없었다"며 "국내 8개 경매사가 국회에 추급권과 관련한 의견서를 보낸적 있는데 업계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법 제정은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꼭 '추급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추급권'에 대한 유예기간이 4년인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추급권'으로 인해 1차 시장에서 가격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젊은 작가들이 법안의 취지 목적에 맞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극단적으로, 애초 1차 시장인 화랑에서 추급권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판매하거나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시장에서는 비싼 가격의 작품이나 거장의 작품이 출품되는데, 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만 수익이 되는 구조는 달라질게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미술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경제체제인데, 지금에 와서 유럽권의 사회주의식 제도가 적용된 것"이라면서 "추급권은 작가에게 주는 복지다. 저작권과는 다른 문제다. 저작권은 작가의 작품을 상업 용도로 활용될 때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작품 값이 떨어지면 추급권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추급권' 도입은 환영하지만, 적당한 시기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미술 작가가 돈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미술 시장 규모가 1조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전 세계 미술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미국 미술 시이 30세라면, 한국 미술 시장은 7세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며 어린아이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 전문가는 "미술 시장에서 돈 벌 수 있는 사람은 갤러리 대표와 옥션 오너, 그리고 컬렉터 뿐이다. 오너와 소위 잘 나가는 작가만 돈을 버는 구조다. 그래서 추급권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미술 시장 규모가 2000억이 안된다. 여기서 세금까지 부과하면 미술 시장은 위축될 거다. 적어도 미술시장이 최소 1조는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미술시장 1조'라는 발표에 부정하며 "지난해 기준 크리스티가 11조달러, 소더비가 10조달러, 세계 3대 경매사라고 하는 필립스 옥션이 1조달러"라며 "서울옥션이 상반기에 300억도 못했다. 이게 한국 미술 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급권'은 국내외 갤러리, 아트페어, 유통사, 그리고 작가까지 모두에게 고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미술 업계를 잡기 전에 해외 갤러리 세금을 먼저 매겨야 한다"면서 "한국에서 장사하는 해외 갤러리는 세금도 내지 않고, 노동법도 지키지 않는다. 유한회사라 세무조사도 없고, 아무것도 안하고 한국인력만 다 빼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해외단체가 주최하는 아트페어를 포함한 국내서 개최되는 모든 아트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프리즈도 세금을 내고 한국에 광고 집행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작가도 작품 값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금이 필요하다"라며 "높은 가격에 작품이 팔리는 생존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진수 강남대학교 교수는 추급권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오르는 만큼 권리도 똑같이 상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수 교수는 "추급권은 한·EU FTA부터 이야기가 된 것이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많이 되고, 국제 관계서도 이러한 문제가 언급되기 때문에 합의를 이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소득 3만3000불 시대다. 문화도 이제 '콘텐츠'고 '산업화'가 됐다"면서 "콘텐츠가 될만한 것은 다 돈이 되고 세금과 보상이 함께 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작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는 정부, 학계, 미술유통업계가 한 마음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시기 조정과 요율, 작가에게 제대로 수익이 돌아 갈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제도를 섬세하게 다듬어야 한다. 작가의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한국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성장을 이뤄가는 작업은 쉽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미술 관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깊은 고민을 해나가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다수를 아우르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을 위한 충분한 논의의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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