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청년 취업난 속 기업들의 채용난이 동시 진행되는 가운데 반도체·AI 등 첨단산업에선 고학력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 조선·철강·유통업 등 전통제조업의 현장 생산직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청년층의 외면이 심해 외국인 근로자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 기업들이 인재를 붙잡으려면 급여 인상뿐 아니라 핵심기술 개발 기회 제공과 근무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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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는 '조선·유통' 현장 생산직...근무환경 차이 커
청년들은 취업난, 기업들은 채용난 '미스매치' 이어져
청년들이 겪는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직무 미스매치와 지역 격차, 높은 구직 비용과 불안이 겹친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뉴스핌은 이번 기획에서 청년 설문과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짚고, 교육·고용·산업 정책의 한계를 함께 점검한다. 아울러 청년 세대가 왜 첫 일자리에서 막히고 어디에서 좌절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남라다 김아영 기자 = "외국계 기업을 선택하는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연봉 차이가 압도적으로 크고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만 해도 업계에서 글로벌 기준의 실력자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IT분야의 경우 해외로 직접 나가면 연봉이 한국보다 최소 4~5배 이상 많고, 과장급만 돼도 미국 기준으로 5~6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까지 함께 이주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자녀 교육 문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국내 대기업에서 외국계 IT 회사로 이직한 직장인)
"철강업황이 안좋아진 지 3~4년은 됐죠. 공격적인 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설명회도 나가고 매년 공채를 진행하고 있기는 한데, (청년들의 입사) 지원이 원활하진 않습니다. 금속공학과 등 철강 전문 학과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공계 인재들이 대부분 업황이 좋은 반도체나 IT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생들의 기업 선호 비중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국내 주요 철강회사 관계자)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채용난의 역설'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 취업 대란] 글싣는 순서
1. 중고 신입에 밀려 서류 '광탈'…막막한 준비생
2. '취업률 70%' 착시…청년 고용시장 한파 원인은 일자리 '양'보다 '질'
3. '자격증은 다다익선'…스펙 쌓기 비용에 '한숨'
4. "지방·3600만원도 OK"…눈 낮춰도 문턱 높인 기업
5. 겉도는 AI 교육…취준생도 기업도 '답답'
6. 회사만이 전부는 아니다…창업을 '대안' 아닌 정식 커리어로
7. AI가 바꾼 채용시장…대학 교육은 아직도 '이론형'
8. 지역대학과 기업이 함께 여는 새 통로…'정착 인재' 낳는다
9. 4년제 대학이 너무 많다…"연구대학·전문대학 역할 다시 짜야"
10. "사람이 없다"…채용난의 역설
11. "스펙보다 인적성"…대기업 채용 기준 재편
12. AI 채용 도입…채용 방식 변화
13. "이렇게 준비하라"…인사담당자 현실 조언
첨단 산업에선 고학력 전문 인력이, 조선·철강·유통업에선 현장 생산직 인력이 부족한 '미스매치'다. 이 같은 흐름은 연봉 등 근무환경에서 청년층 구직자와 기업 간 눈높이 차이 뿐 아니라 외국 기업으로의 글로벌 인재 유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 속에 기업들의 '채용난'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 '반도체·AI' 고급 인력 부족...이공계 인재는 엑소더스
가장 눈에 띄는 건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에서조차 '채용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과 맞물린 고연봉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가 새로운 진로 선택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2025년 말 발표한 '기업 연구개발(R&D) 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부족 인원은 약 1540명으로 12대 전략 기술 중 1위를 차지했다. 1540명 중 상당수는 석·박사급 고급 인력에 집중됐다. 산기협 보고서는 특히 박사급 인력의 부족률이 다른 학력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체 연구인력 부족은 숫자 면에서 학사급이 56.6%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부족률은 박사(4.8%), 석사(4.0%), 학사(3.5%) 순으로 '고학력'일수록 인력난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AI 분야에선 국내 인재의 글로벌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이슈노트에 따르면, 국내 AI 전문인력의 약 16%가 해외로 유출됐는데, AI 기술 보유자의 해외 취업 확률은 일반인보다 27%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AI 인력은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58%에 달하는 등 고학력자 중심이다. AI 기술 보유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은 2024년 약 6%에서 최근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다수의 기업(대기업 69.0%, 중견기업 68.7%)은 AI 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 있지만 숙련인재 부족, 높은 급여 기대 등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에서 외국계 G사로 이직한 직장인 A씨는 "외국계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높은 연봉과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라며 "본인의 성과에 따라 기대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고,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와 최신 기술 경험 등 커리어적으로 성장할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무엇보다 국내에는 거의 없는 AI 등 핵심기술 분야의 포지션이 해외에는 많다는 점도 이공계 인재들에게 큰 작용을 한다"며 "앞으로 국내 기업이 인재를 붙잡으려면 급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코어 기술 개발 포지션 확대, 장기적 투자, 엔지니어 프라이드와 기술적 성장 욕구를 채워주는 환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외국계 M사로 이직한 직장인 B씨는 "최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성과급을 많이 올렸지만 어디까지나 현금성 보상이다. 하지만, 외국계는 본사 채용 시 지급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설계 단계부터 깊게 관여할 수 있다"면서 "이 부분이 매력적임을 느낄 때 이직 고민을 하고 여기에 보상 체계 고민까지 맞물리면 실제 이직 도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년들 '현장 생산직' 외면..."근무환경 개선 없으면 인력난 지속"
조선과 철강, 유통업계는 수년 전부터 현장 생산직 중심으로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10년 만의 '슈퍼사이클'로 전례 없는 호황 속에서도 산업 현장은 인력난을 호소한다. 이는 업무강도와 연봉수준 등 근무환경에 기인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지난해 평균 급여액은 사업보고서 상 1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조선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용접 등 하청이 더 오래 그리고 강도 높게 일하지만 임금은 훨씬 적은 이중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외면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년 상반기 주요 업종의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조선업의 인력 미충원율(구인 대비 채용 실패율)은 18.9%다. 같은 해 전산업 평균(9.6%)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조선 3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장 생산직 업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매년 외국인 근로자들을 늘리며 부족한 인력을 메꿔 왔다. 지난 2022년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E-7 비자 한도(쿼터)를 폐지하고 '외국인 용접공' 등을 대폭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을 정도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경기 변동이 큰 산업 특성상 호황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불황기에는 대량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구조로 청년층이 기피하면서 숙련 인력의 유입이 끊겼다"며 "용접, 도장 등 고강도 공정은 청년층의 기피가 심해 외국인 인력을 줄여도 내국인으로 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유통업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청년층의 생산직 기피 현상에 장기 근속 기피까지 겹치며 대기업조차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핌이 오뚜기·농심·삼양식품·CJ제일제당·롯데웰푸드·오리온·롯데칠성·삼립 등 8개사의 지난해 급여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568만원으로 전년(6424만원) 대비 2.24% 증가했다. 그러나 직군별 온도차는 뚜렷했다. 생산직은 5000만원~6000만원대에 머무는 반면 관리·지원직은 8000만원~1억원 수준을 유지하며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
생산직은 주·야간 2교대와 장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지만 관리·지원부서는 주간 사무직 체계로 운영된다. 동일한 정규직임에도 근로시간, 업무 강도, 보상 구조가 크게 다른 셈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도 지방에 생산공장이 있으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도 이런데 영세 중소업체의 경우 인력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장 근무는 12시간 맞교대가 일반적인데 이에 상응하는 처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근무 체계와 임금 구조를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인력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