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중소·중견 최대 70% 물류비 지원…해외공동물류망↑
[싱테이블]은 글로벌 미식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K-푸드'가 어떻게 확장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다. 한식당 'NAEUM(내음)'의 미슐랭 선정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된 제주산 소·돼지 수출이 K-푸드의 확장력을 보여준다. <뉴스핌>은 싱가포르 현장에서 확인한 K-푸드의 확산 움직임을 짚어보고, 아세안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싱가포르=뉴스핌] 이정아 기자 = 싱가포르에서 K-푸드는 이제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 내 한국 식재료 주요 유통사인 고려무역은 코로나19 이후 K-푸드 수요가 2~3배 늘었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문성인 고려무역 영업총괄은 "코로나 이전 주문율을 30%로 본다면 지금은 최소 두 배, 많게는 세 배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외식활동이 제한되던 시기 현지 소비자들이 드라마와 SNS를 통해 한국 음식을 접했고, 이후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한국에서 브랜드를 그대로 들여와 식당을 여는 사례도 잇따랐다.
수요 확대와 함께 K-푸드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라면과 김, 떡볶이 등 이른바 '스테디셀러 상품'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건강식과 프리미엄 식재료로 관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그는 "요즘은 건강 식품이나 패키징이 잘된 고급 식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김밥이나 붕어빵처럼 간편식 메뉴가 늘면서 맥주와 라면 같은 연관 상품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고급 한식당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문 총괄은 "고급 한식당에서는 일반 된장 대신 명인 된장이나 특정 레시피에 맞춘 된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식자재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채널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고려무역은 싱가포르에서 직영 마트 10곳을 운영하는 동시에 레스토랑, 호텔, 항공사, 해운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유통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와 동시에 로컬 대형 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비중도 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쇼피와 라자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마트와 온라인은 B2C, 레스토랑과 호텔은 B2B로 구분해 각각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항구 도시라는 싱가포르의 특성도 유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식당 외에 해운사 거래가 늘면서 식품 공급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문 총괄은 "전체적으로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해운사 쪽은 40% 가까이 늘었다"며 "물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유통 구조가 한 단계 확장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현지 소비 둔화로 성장 속도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그는 "이제는 안정적인 공급과 물류 역량이 시장 성패를 가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처럼 온라인 주문과 즉시 배송이 일상화된 시장에서는 현지 물류망 구축 여부가 곧 유통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K-푸드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유통·물류 지원 역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2009년부터 해외공동물류센터 사업을 운영하며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물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현지 협력 물류사의 창고를 활용해 보관, 입출고, 포장, 배송, 반품, 통관, 수입대행까지 일괄 지원하는 방식이다. 물류비는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되며, 중소기업은 최대 70%, 중견기업은 50%까지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코트라는 전 세계 80개국 124개 무역관을 기반으로 해외공동물류센터 30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물류망을 활용하는 기업은 지난 9월 기준 1684개사에 달한다.

연도별 예산은 2022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134억1100만 원으로 확대됐고, 지원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현장에서는 물류비 부담이 여전히 가장 큰 애로로 꼽힌다. 코트라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6.5%는 물류비 상승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관세·통관 행정 애로는 46.2%, 인증과 FTA 관련 부담은 20.2% 순이었다. 응답 기업의 89.3%는 물류비 지원 한도를 최소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트라는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글로벌 주요 거점에 'K-물류데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식품 분야, 특히 냉장·냉동이 필요한 콜드체인 품목을 중심으로 한 특화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게장, 곶감, 막걸리 등 온도 관리가 필수적인 K-푸드의 현지 유통 수요를 발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백인기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장은 "한국에서 직접 배송하면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걸리지만, 현지 물류센터를 활용하면 주문 다음 날 바로 배송이 가능하다"며 "이 차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지만, 활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물류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