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수호가 우선…관세부과·국경정책 성과 자화자찬
헤그세스 "정치적 올바름 아닌 전투력 강화 집중해야"
NYT "소령 출신 장관, 경험많은 군 지휘관에 장광설"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핵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기지에 긴급 소집된 800여 명의 미군 지휘관 앞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이 핵무기를 재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핵무기의 파괴력이 엄청나다며 결코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례없는 이 날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최근 러시아로부터 약간의 위협을 받아, 핵잠수함을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핵잠수함 2척을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보다 25년 앞서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따라오고 있다며 핵 능력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10분 가량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핵 관련 언급 외에도 자신의 관세 부과와 국경 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는 "우리는 본토 수호가 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는 근본 원칙을 되찾았다"며 "미국은 내부로부터 침략당하고 있다. 우리는 국경을 지키는 데 수조 달러를 쓴 뒤 이제 국경을 지키고 있으며 내부로부터의 침략을 빠르게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군 병력을 도심 치안유지에 투입해온 방침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위험한 미국 내 도시를 '훈련장'으로 활용하라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선 헤그세스 장관은 인종과 성 평등같은 정치적 올바름이 아닌 전투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가 '워크(Woke, 사회적 정의에 대한 각성의 의미)부'가 됐었지만, 이제는 아니라며 병사와 지휘관을 옭아매는 어리석은 교전 규칙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사는 (인종, 성별 배려없이) 실력 위주로 이뤄질 것이며, 이미 많은 변화를 추진했지만 추가 조치가 곧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방부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 복원된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 전쟁 준비, 승리하기 위한 준비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매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방어가 아닌 전쟁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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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한 해병대 기지에서 고위 군 지도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소집이 세계 곳곳에서 근무 중이던 미군 지휘관들이 단기간에 집결한 초유의 규모였다며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목전에 둔 시점에 왜 이 같은 행사가 필요했는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통상 합참의장과 4성 장군 등 주요 전투부대 사령관들은 1년에 최소 두 차례 워싱턴에서 모이고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지만 이번처럼 다수의 하급 장성과 해군 제독들까지 대규모로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행사장으로 향하는 마린1호기 헬리콥터에 오르며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약간의 비용은 들겠지만 낭비보다는 낫다. 우리는 탄약과 로켓에 더 쓰고 싶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내 장성들과 제독들은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며 이를 군 지휘부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전통 때문이라고 짚었다.
작전 차질, 비용, 고위 군 지휘관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보안 위험 등이 제기된 가운데 열린 이 날 행사는 결과적으로 예비역 소령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이 경험 많은 군 장성급 지휘관들에게 '전사 정신(warrior ethos)'을 장광설로 주입하는 장으로 끝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