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장관 후보자 하루에 3, 4명 청문회
자료 제출 안하고 버티기...증인 없는 경우도
낙마 벼르는 국힘, 국민 신뢰 잃어 동력 없어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다음 주는 인사청문회 슈퍼위크다. 한 주간 16명의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잡혀 있다. 14일과 15일에는 각각 4명, 16일과 17일에는 각각 3명, 18일에는 2명이 등판한다. 야당의 낙마 공세와 여당의 후보 지키기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국민의힘은 일부 후보자의 낙마를 위한 파상 공세에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장관 후보자는 청문 보고서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야당의 유일한 무기는 여론전이다.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후보의 임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역풍을 부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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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6.30 choipix16@newspim.com |
관건은 여론의 흐름이다. 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 중반대에 이른다. 반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분의 1 수준인 20% 안팎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야당이 아무리 도덕성 공세를 펼쳐도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메신저 효과'다. 메시지 내용보다는 메시지를 내는 주체가 신뢰를 주지 못하면 메시지 자체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총리 청문회가 그랬다. 수상한 돈 거래와 칭화대 석사 논문 의혹 등 김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넘쳐났다. 야당은 총공세를 폈다. 그럼에도 여론의 흐름은 여당 편이었다. 마지막까지 긍정 여론이 훨씬 더 높았다. 신뢰를 잃은 야당의 메시지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담 없이 김 총리를 임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도 심각하다.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농지법 위반 의혹부터 재산 신고 누락, 이해충돌 논란, 갑질 의혹, 논문 가로채기 의혹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역대 정부 장관 후보자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당의 걱정이 가장 많은 것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을 주도했던 범학계국민검증단이 이 후보자의 논문을 직접 검증해 청문회 전인 14일까지 결론을 낸다고 한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자녀 조기 유학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낙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인천에 근무 중인 배우자가 강원도에 농지를 보유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고, '코로나19 사태' 때 질병관리청장이었던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손소독제와 마스크 관련 주식을 보유해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나왔다.
현역 의원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강 의원의 보좌진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 후보자가 자택 쓰레기 처리·변기 수리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의원이 된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보좌진을 51명을 임용하고 46명을 면직 처리하는 등 잦은 보좌진 교체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올해 태양광 사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가족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터졌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들에게 무상으로 집·건물·차량을 임대·증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자료 제출 거부와 버티기로 일관하며 증인과 참고인도 전무했던 김민석 총리의 전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른바 김 총리가 만든 뉴노멀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률은 5% 미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이 없다. 증인 또는 참고인 1명만 나오는 청문회도 여러 개 있다.
국민의힘 측은 "요구한 자료 대부분이 제출되지 않아 청문회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문회를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는 후보자는 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별 실효성은 없다.
국민의힘은 일부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를 펴지만 여의치 않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민의힘의 메신저 효과가 걸림돌이다. 대선 참패 후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구 주류의 기득권 지키기 몸부림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 보수층 상당수도 지지 대열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후보자 전원을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낙마자 없이 청문회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무기력하다. 유일한 변수는 여론의 흐름이다.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면 적어도 한두 명 정도는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