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 떼어내는 분할 방식, 주주 권리 침해"
명부 제공 형식적 수용에 '기만' 판단…"소송 검토"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서 소액주주 연대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가운데, 주주행동 플랫폼 'ACT(액트)'가 이번에는 하나마이크론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소액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하나마이크론의 인적분할 계획을 '주주 보호 장치를 회피하려는 편법'으로 규정하고, 지난 4일 회사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한 데 이어, 주주명부 제공 거부에 법적 대응도 예고했으나 회사 측의 조건부 수용에 따라 전략을 조율 중이다.
![]() |
[사진 = AI생성이미지] |
하나마이크론은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존속법인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사업 전문성을 이유로 독립 운영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액트는 이번 구조가 최근 철회된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안과 핵심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파마리서치도 의약품·화장품 부문을 신설법인으로 분할한 뒤, 존속회사를 투자 중심의 지주사로 전환하려 시도했다.
액트측은 이 같은 구조 속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소외되거나 가치 희석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 효율화' 또는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경영권 승계 등 내부적인 목적을 위한 구조라고 주장한다.
회사의 주력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뒤 별도로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 방식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권리만 남기고 수익성은 빠져나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액트는 하나마이크론의 인적분할 구조 역시 이러한 전형적인 패턴에 해당한다고 보고, 주주 보호 조치 없이 무리하게 강행될 경우 기존 주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태준 액트 소장은 "두 회사 모두 핵심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 신설 법인을 상장시키려는 구조이며, 이는 모회사 주주의 가치 희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마리서치의 경우 머스트자산운용이 지분을 일정 수준 보유한 상태에서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 영향력이 기업의 철회 결정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됐다. 다만 하나마이크론의 경우 결정 철회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사실상 소액주주 개별 연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액트는 현재 하나마이크론 주주총회 대응을 위해 위임장을 확보 중이다. 지난 4일에는 하나마이크론 측에 인적분할 관련 질의를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위임장 확보를 위한 주주명부 제공 등을 요구하며 회신을 요청했다.
회사측은 전날 오후 주주명부 제공과 관련해 '충남 본사 방문 수령' 조건을 제시하며 형식상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액트는 해당 조치를 물리적 접근을 사실상 제한하는 '기만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윤 소장은 "이메일 제공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음에도, 물리적 이동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형식적으로만 응하는 것은 사실상 주주 기만에 가깝다"면서 최종 회신안을 검토한 뒤 소송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마이크론 소액주주 대표 출마도 이뤄진 상태다. 윤 소장은 "며칠 전 내부적으로 주주 대표가 출마해 조직화를 준비 중이며, 주총 직전까지 연대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며 "액트는 이 흐름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