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최고 블루칩작가 오치균, '전복의 예술'로 자신의 미술관 휘감다

기사입력 : 2024년05월01일 18:00

최종수정 : 2024년05월02일 07:59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욕' '사북' '감' 회화로 큰 사랑받던 유명 작가
15년간 작업실로 쓰던 건물,미술관으로 개조
새로운 유리조형작업과 회화연작으로 개관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 미술전문기자= 수많은 미술애호가들이 그의 그림을 한 점쯤 갖고 싶어 몸살을 앓게 했던 최고의 블루칩 작가 오치균(b.1956). 그가 오랜 칩거 끝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냥 돌아온 게 아니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자신의 이름을 딴 '오치균미술관'을 개관하면서다.

문제는 그 공간을 세간의 조형문법을 거부한 '전복의 예술'로 온통 휘감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40여년간 그려온 풍경화와 인물화, '감' 연작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전혀 예기치 못했던 3차원의 조형작품을 미술관 가득 부려놓고 사람들을 맞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오치균의 유리 조형물 'Autumn Bluetooth', 2022. Broken Glass, speaker. 투명한 유리병, 꽃병 등을 일부러 깨뜨린 뒤 이를 켜켜이 쌓아올리고, 물감으로 색을 입힌 3차원의 신작이다. 스피커를 통해 음악도 흘러나오는 공감각적 작품이다. [사진=오치균미술관] 2024.05.01 art29@newspim.com

오치균은 어느 한 곳에 꽂히면 누구도 말릴 수 없을만큼 깊이 빨려들며 신들린 듯 작업하는 작가다. 그림 작업도 화폭과 자신 사이에 다른 무언가가 개입되는 게 싫어 손가락으로 한다. 손가락에 물감을 잔뜩 묻힌 뒤 대형 캔버스에 한없이 발라가며 형상을 만들다보면 손가락이 짓무르기 일쑤다. 하지만 그는 '내 생각을 손으로, 몸으로 화폭에 즉발적으로 표현해야 진짜 나다운 작업이 나온다'는 신념에 40년 넘게 '핑거 페인팅'(지두화)을 고집해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인생 후반기를 더욱 이단아처럼 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기존 질서에 어깃장을 놓는 것같은 오치균의 새로운 유리 조형작업은 날카롭다 못해 어딘지 슬프다. 그런데 슬픔이 몰려오던 끝에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무모하면서도 날이 선 '뜻밖의 예술'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개관한 오치균미술관 전경. 작가가 15년간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5월 2일부터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오치균미술관] 2024.05.01 art29@newspim.com

오치균은 5월 2일 서울 압구정(행정구역상으론 신사동 552-19)에 자신의 이름을 딴 '오치균미술관(Oh Museum of Art)'을 개관한다. 압구정역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인 이 곳은 본래 오치균이 작업실로 사용하며 수많은 그림을 빚어냈던 곳이다. 1980년대초 유치원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몇 명의 소유주를 거쳐 2008년 오치균이 인수했다. 당시 건축가 최욱이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오치균은 그 때부터 15년간 창문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은둔자처럼 화폭과 씨름했다. 그리곤 지난해 리모델링을 시작해 이 봄 관람객을 맞는 개인 미술관으로 출범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595㎡(180평) 규모인 '오치균 미술관'은 건축가 홍경모가 새로운 공간을 설계했고, 디스플레이는 이정섭(소요서가 대표), 시공은 곽현정이 맡았다. 세 사람은 모두 오치균 작가의 서울대 미대 후배들로, 선배 작가의 오랜 분투와 고통, 희열이 녹아들어 있는 작업실의 흔적과 공기를 최대한 살려가며 미묘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오치균의 대표작 '감' 페인팅과 신작 입체조형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오치균미술관 1층 로비. [사진=오치균미술관] 2024.05.01 art29@newspim.com

◆자연보다는 도시를 더 사랑했기에 도심미술관 탄생

오치균은 좀 엉뚱한 작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최고의 블루칩 아티스트로 명성을 구가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지만 넓은 정원이 딸린 교외작업실 장만을 마다 했다. 대부분의 성공한 작가들은 호젓하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하길 원하나 그는 서울에서도 가장 복잡한 압구정역 근처의 작은 건물을 택했다. 작업에만 집중하길 원하는 그에겐 손이 많이 가는 전원주택은 해당사항이 없었던 것. 게다가 추위를 몹씨 타는 체질인지라 건물 내 아늑한 작업실에 콕 틀어박히길 원했다.  

미술관이라고 하지만 오치균미술관은 기존의 반듯한 화이트큐브형 미술관과는 사뭇 다르다. 오치균은 낡은 건물의 기계실이며 지하공간, 파이프와 기둥, 그리고 어지럽다 못해 신산스런 작업실을 최대한 살리길 원했다. 후배들은 그 뜻에 맞춰 리모델링을 시행했다. 이에따라 오치균미술관은 아직도 힘차게 펄떡이는 작가의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오치균의 '절절하고도 고독한 캐슬(성)'이자, 천벌동굴같은 미술관이다. 만약 오치균이 그린 더없이 감각적이고도 매혹적인 회화를 좋아했던 미술팬이라면 이 공간에서 오치균 작가의 치열하고 절실했던 지난날과 오늘과 미래 작업세계를 가늠해봄직 하다.

[서울=뉴스핌] 오랫동안 오치균 작가의 치열한 창작의 현장이었음을 말해주는 작가의 작업실. 작업실로 쓰던 공간 일부를 그대로 보존해 일반에 공개한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5.01 art29@newspim.com

지하에서부터 2층까지 크고 작은 전시실이 이어지고, '히든 스페이스'도 여럿인 오치균미술관에는 작가의 초기작인 '홈리스'와 '뉴욕'시리즈를 필두로, '산타페' '사북' '감'까지 대표 연작들이 자리했다. 작가의 창작현장을 그대로 살린 1층의 작업실 코너에는 심드렁한 자화상도 걸렸다.

이들 그림은 모두 작가가 끝까지 팔기를 거부하며, 간직해온 것들로 시기별 핵심작이 망라돼 오치균 예술의 변화과정을 조망해보게 한다. 그와 함께 작가가 지난 5년간 맹렬하게 작업한 유리조형작업을 선보이는 전시가 개관전시로 마련됐다.

[서울=뉴스핌] 오치균의 대표작인 '뉴욕'시리즈 회화. 오치균미술관 개관전에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적 회화들이 망라돼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망해볼 수 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5.01 art29@newspim.com

지난 2016년 개인전(관훈동 노화랑)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나타난 오 작가는 "40년간 평면작업을 하다가 5년 전부터 전혀 다른 형식의 입체작업을 하며 행복했다. 내 그림값이 너무 떨어져 걱정도 많이 되고, 우울해 외출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유리를 깨뜨려 그 예리한 파편들을 이어가며 3차원의 조각을 만드는 작업에 빠져들며 이겨냈다. 그러나 이 날카로운 조각들이 계속 쌓이면서 작품운반도 어렵고, 이런 실험적인 조각들을 전시하겠다고 나설 곳도 없을 터라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개조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치균이 입체작품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어느 날 작업실에 무수히 떨어져있는 물감덩어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오랜 기간 평면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감'그림은 사실 고통의 그림인데 복제하듯 너무 양산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며 "새로운 걸 찾던 중 물감덩어리를 발견했고, 이를 조물조물 이어붙여 꽃과 나비를 만들고 철사로 연결해 유리병에 꽂아봤다. 그런데 매끈한 유리병이 거슬려 이를 깨뜨린 뒤 꽂았더니 멋졌다. 완벽한 균형 보다는 어딘가 불균형한 것에 나는 더 끌린다"고 했다. 이후 오치균은 물감덩어리, 돌, 유리파편을 이리저리 쌓아가며 3차원의 조형작업에 빠져들게 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오치균의 유리 조형물 'Bluetooth', Broken Glass, Bluetooth,Light, 2023. [사진=오치균미술관] 2024.05.01 art29@newspim.com

◆깨진 유리를 쌓다가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여러번   

평면작업에만 머물다 뒤늦게 시작한 3차원 입체작업은 그를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며칠씩 밤을 새우가 일쑤였는데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방향도 알 수 없어 짜릿했다. 유리 조형작업은 기성 유리제품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깨진 유리는 소멸과 취약성을 상징하지만 작가는 그 깨진 파편들을 변형시켜 새로운 탄생을 시도한다는 점에 매료됐다. 결국 오치균의 유리조형작업은 탄생과 파괴, 연결과 단절, 생성과 소멸이 공존한다. 이는 인간과 우주의  궤적과도 닮아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버려진 돌 두덩이를 쌓은 뒤 아크릴물감으로 칠한 작품. 눈물을 흘리고 있는 투박한 형상이 애틋하고 정겹다. [사진=오치균미술관] 2024.05.01 art29@newspim.com

붓이나 나이프 같은 도구를 쓰지않고 손가락으로 물감을 쌓아올리며 '시간의 층위'를 만드는 평면작품처럼 오치균의 입체작품 또한 깨진 유리를 쌓아올리며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 문제는 유리조형 역시 손으로 작업한다는데 있다. 몸과 작품이 직접 부딪히고, 소통해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유리파편을 손으로 만지다 보니 상처가 자주 나고, 피를 철철 흘려 병원에 달려간 적도 여러 번이다.      

작업의 근간이 된 날카롭게 깨진 유리 파편들은 히스테릭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또 예리한 선과 면이 교차하거나 끊어지면서 무한한 생성이 구현된다. 따라서 오치균의 유리조각에서는 그의 회화에서 접했던 히스테리가 똑같이 발견된다. 작가의 감각이 최고조로 상승하며 발현된 '시퍼렇게 살아있는 미감'은 펑퍼짐한 작품에선 느낄 수 없는 예리함이 느껴진다.

[서울=뉴스핌] 오치균의 신작 입체 조형작업. 작가의 대표적 회화인 '감'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작품이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5.01 art29@newspim.com

작가는 말한다. "나는 깨진 유리가 좋았고, 그것으로 형상을 만든다는 게 흥미로왔다. 깨진 조각은 하나의 원형체에서 나온 건데, 한 생명이 파괴되면서 다른 생명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형체가 사라지면서 또다른 형상이 탄생하는 '순환과 반복', 멋지지 않은가? 박살 난 자연스러움이 너무나 아름다와 나는 이 작업을 포기할 수 없다".  

[서울=뉴스핌] 압구정 오치균미술관 3층에 꾸며진 테라스 카페에서 오랜 칩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고 있는 오치균 작가. 자신의 신작 입체조형작업과 미술관에 대한 일반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5.01 art29@newspim.com

◆개관전, 오치균의 입체신작과 회화연작 망라

오치균미술관은 개관을 맞아 총3부에 걸쳐 오치균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기념전을 기획했다. 그 중 첫 전시인 'Glass Drawings in Three Dimension'은 오는 9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고인 물같은 삶을 거부하며, 세간의 어법을 전복시킨 생경한 작업을 시도한 오치균의 신작과 평면회화들이 함께 나와 변화된 세계를 살필 수 있다. 물론 관람객 중에는 작가가 새로 시도한 입체 조형작업이 낯설다 못해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감을 여러 겹 덧발라가며 형상을 만드는 회화와, 깨진 유리파편과 돌을 켜켜이 쌓아가며 색을 입히는 입체작업은 맥락이 같은 것만은 분명하다. 

오치균의 아내이자 화가인 이명순 오치균미술관 관장은 "미술관을 만든 것은 지금까지 작가가 해온 작업을 제대로 남겨두면서, 대중들과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라며 "작가는 앞으로 좋은 작업을 하는 후배 작가들의 작업도 소개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총 3부로 내년 4월말까지 이어지는 개관전이 끝나면 후배들의 기획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오치균이 자신의 돌잡이 딸을 그린 페인팅. 미술관 1층 전시실 한 코너에 내걸려 있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5.01 art29@newspim.com

오치균은 충남 대덕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고등학교를 시골에서 보냈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뉴욕시립대학에서 공부하고 5년간 뉴욕 미술계에 도전하다가 귀국했다. 이후 가나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화가로서 입지를 다진 뒤, 다시 미국으로 떠나 뉴욕과 산타페에서 작업했다. 그 때 작업한 '뉴욕' '산타페' 시리즈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작품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후 단색화 열풍이 불며 침체기를 갖게 됐고, 치솟던 작품값도 크게 떨어졌다. 작업실에 숨어들듯 칩거했던 작가는 입체조형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자신의 전체'를 대중에 내보이는 모험을 개시한 작가는 "나의 새 입체작품과 미술관을 사람들이 좋아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입장료는 성인 1만4000원, 청소년 1만1000원.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추경호 체포동의안 본회의 통과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추경호)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 결과 재석 180인 가운데 찬성 172표, 반대 4표, 기권 2표, 무 2표로 가결됐다. 불체포특권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조건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치고 나서며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25.11.27 pangbin@newspim.com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들은 로텐더홀에서 정부여당 및 특검 규탄대회를 벌였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추경호"라며 "반드시 싸워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 등으로 여러 차례 바꿔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틀 뒤인 5일 국회에 체포동의요청서를 제출했으며,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가 동의함에 따라 법원은 조만간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다. 결과에 따라 추 의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추 의원은 투표 전 신상발언 기회를 얻어 특검 수사는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 가담했는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영장을 창작했다"며 "특검은 계엄 공모를 입증하지도, 표결을 방해받았다는 의원을 특정하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right@newspim.com 2025-11-27 15:41
사진
영국계 단타, 11월에만 5조 팔았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영국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9~10월 단기 매수세로 코스피를 4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영국계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약 5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급 전환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까지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단기간에 코스피를 다시 40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이탈보다는 업종 재배치·수익 실현·헤지 전략 등 다층적 조정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영국계, 활발한 거래에도 낮은 보유 비중…'단타 성향' 뚜렷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4조99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금액은 13조5328억원으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월 영국계가 2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4조2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외국인 매매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투자자는 총 557조원 규모(매수 273조9270억원, 매도 283조730억원)를 거래하며 외국인 전체 거래액의 44.7%를 차지했다. 국적별 기준으로는 거래 비중 1위였지만, 보유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등 높은 회전율이 특징적이다. 이는 중·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유동적 자금 특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9월 2조2000억원, 10월 2조4000억원 등 두 달간 총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코스피는 9월 말 3424포인트에서 10월 말 4107포인트까지 약 20% 급등했다. 이후 이달 3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1.87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고, 거래 비중에서도 영국계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한 달 새 300포인트 넘게 밀리며, 전날(26일) 기준 3960.87로 마감했다. ◆ 수익 실현 흐름 속 업종·자산군 재배치 뚜렷…"ETF 투자도 변화 감지" 코스피 4000선을 끌어올렸던 외국인 수급이 11월 들어 주춤하면서, 이번 수급 전환의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은 특정 업종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해외 자산이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비중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레버리지'(93억8000만원)였고,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64억2000만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6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5억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절반이 중국 테크 및 미국 증시 관련 상품으로 구성돼 외국인 자금의 관심이 해외 주요 지수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TOP10'(-79억원), 'TIGER200선물레버리지'(-68억원), 'KODEX AI반도체'(-56억9000만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으며,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국내 ETF였다. 개별 종목에서도 자금 재배치 흐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25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NAVER, 한화오션 등이 포함됐다. 반면 셀트리온, 이수페타시스, LG 씨엔에스, SK바이오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통 반도체주에서 인프라, 바이오, AI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물 매도를 통해 일부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나 국채 등 대체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재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국인 유입에 기반한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만들어낸 구조적 상승이었다"며 "현재 조정은 큰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nylee54@newspim.com 2025-11-27 08:2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