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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천재 파레노"리움 데크에 세운 탑이 실내작품들 춤추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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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디지털 멀티플렉스(DMX)기술 활용한 대표작과 신작 등 40점 전시, 아시아 최대 규모
-현실과 상상 넘나들며 매순간 달라지는 공연같은 작업, 난해하지만 곱씹을수록 흥미로와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리움미술관이 오는 28일 공식개막하는 '필립 파레노:보이스(VOICES)'전의 기획에 참여한 추성아 리움 큐레이터는 "필립 파레노는 아주 예민하고 까다로운 작가였어요. 그런데 함께 일할수록 천재임을 절감했지요. 마지막까지 40여 점에 달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작품들을 고치고 또 고치곤 했는데 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작품들이 '확확' 살아나더라고요. 아티스트이기에 앞서 철학자이기도 했고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뉴스핌] 오는 2월 28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보이스' 전을 여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 이 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로 꼽히며, 한 곳에 고정되지 않는 혁신적이고도 총체적인 작업으로 뛰어난 통찰력과 예술적 추진력을 보여준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요즘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b.1964)의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 서울 이태원로 리움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시기 작품 중 주요작이 망라된 일종의 '서베이 전시'라는 점이 특징이다. 즉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까지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포괄,집대성한 매머드 전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필립 파레노가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한 높이 13.6m의 타워형 작품 '막'. 리움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으로, 새로운 언어 '∂A(델타에이, 2024)를 위해 기압계, 온도계, 지진계 같은 센서를 갖추고 즉각적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신호와 데이터를 수집해 소리와 소스로 변조 변환하는 자동시스템을 갖췄다. 이 때 소리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 운율을 활용한 새로운 VSO(동사-주어-목적어) 언어인 ∂A의 신호를 해석해 '단어'와 '문구'로 표현하는 동안에 탑의 양태를 기반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rt29@newspim.com

리움미술관에 당도하기 위해 언덕길을 올라오면 오른쪽 넓은 야외데크에 움직이는 대형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막(膜)'이라는 이 설치작품은 리움 야외데크 중앙에 수많은 전선들을 마치 혈관처럼 길게 늘어뜨린채 세워졌다. 전선 주위로 알듯 모를 듯한 사운드가 들리며, 타워의 흰색 마디들은 상하로 움직인다. 파레노가 새로 선보인 신작으로, 리움 실내에 설치된 작품들과 조응하며 작품을 컨트롤한다. 이를테면 사령탑인 셈이다. 미술관 밖의 작품이 미술관 안의 작품과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움직인다니 적잖이 놀랍다. 

작가는 "이 시대 미술관들은 항상 닫혀져 있습니다. 외부세계와 등을 돌리거나, 담을 쌓고 있는 거죠. 내부에 아주 귀하고, 비싼 작품들이 전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항온항습 장치라든가 작품을 위한 조명 조절장치 등도 정교하게 되어 있지요. 저는 그런한 미술관에 '틈'을 내고 싶었어요"라고 마치 혁명가처럼 말했다. 이를위해 파레노는 바깥에 있는 타워와 실내 작품들에 센서를 부착해 신호를 전송하며 소통하게 하고, 통합시켜 어떤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파레노가 구상한 그 '상상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느끼는 '감각이 아주 많은 캐릭터'로 구현됐다. 상상의 캐릭터는 모든 것들을 느끼고 그것을 언어화해서 마침내 우리에게 말까지 건넨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제공=리움미술관, 촬영=홍철기] 2024.02.26 art29@newspim.com

작가는 또 "센서들은 마이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작은 기상측정도구 같은 것들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외부에 배치함으로써 전시장 내부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외부 데이터가 내부에 있는 작품에 영향을 미치도록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파레노는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현하는 것도 모자라 야외 공간까지도 작품과 연동하고 조율하게 하는 '놀라운 실험'을 시도했다.

필립 파레노는 그간 시간의 인식과 경험, 실재와 가상, 관객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끈질기게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통상적인 예술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하며, 유기적인 전시형식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것으론 성에 차지않는 작가다. 물론 그 역시 영상, 조각 등 기존 매체를 활용하지만, 데이터와 연동하거나 인공지능,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을 통해 자신의 무대를 '거대한 자동기계'로 변신시키곤 한다. 이 점이 오늘날 다른 작가와 그를 구분짓게 하는 핵심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제공= 리움미술관, 촬영=이현준] 2024.02.26 art29@newspim.com

이번 리움 전시도 전시 공간을 압도하는 새로운 목소리(보이스)와 유령같은 존재들, 그리고 전시를 조율하는 인공두뇌에 의해 움직이고 부유하는 '공연같은 이색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시인 동시에 '보는 전시'가 아니라 '생각하며 음미해야 하는 전시'이다.

작가는 인공두뇌를 사용해 외부 환경데이터를 사운드로 전환하고, 사운드와 목소리가 상호작용하며 전시공간에서 청각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장 곳곳에서는 기기묘묘한 소리가 들리고 마치 유령이 살아난 듯 주홍색 눈을 뿌리거나 여러 조각들을 부유하고 춤추게 만든다.

이번 리움 전시는 독일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보이스'라는 공통 주제와 핵심 작품을 두 미술관이 공유하며, 각 기관에서 다른 전시를 펼치는 '이란성 쌍둥이' 전시모델이 한국과 독일서 펼쳐진다. 전체 영상작품의 자막 모음집 '보이스:발화된 언어'와 도록을 양 기관이 공동 발간한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 전경.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필립 파레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 둘이 결합되는 실험을 이어왔다. 작가는 예술 작품과 전시를 대하는 방식을 탐구하면서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흐뜨러트린다. 개별 작품을 집결해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 '통합적인 경험의 장'으로 전시를 변모시키는 것이다. 또 사진, 그래픽 포스터,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사건의 순서와 연동되는 거대한 무대 환경을 만든다.

전시제목 '보이스(VOICES)'는 '다수의 목소리'를 포괄한다.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요소로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목소리들은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발화하는 주체가 된다. 리움의 이번 전시 '보이스'는 이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의 공간으로 집결시켜 주체적 대상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중 그라운드갤러리에 설치된 '차양' 연작. ⓒPhilippe Parreno, [제공=리움미술관, 촬영=홍철기] 2024.02.26 art29@newspim.com

이를 위해 파레노는 배우 배두나와 협업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창조했다. 배두나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재하는 가상'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이 새로운 목소리는 새로운 언어인 '∂A(델타에이)'를 배우며 성장했다.

미술관 야외데크에 설치된 신작 '막(膜)'은 탑 형상이지만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기온 습도 풍량 소음 등 지상의 모든 환경요소를 수집해 송신한다)로, 새롭게 탄생한 목소리인 '델타에이'(2024)와 소통하면서 이번 리움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막'이 수집한 데이터는 사운드로 변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전시를 꿈틀거리게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2024.02.26 art29@newspim.com

한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M2 1층은 파레노가 여러 협업자들과 제작한 1990년대~ 2000년대 초기작들이 펼쳐졌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 네덜란드 패션사진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제작했던 10여 점의 작품이 모였다.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및 영상작품 '엔딩 크레딧'(1999)과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망가(만화)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를 부여한 영상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을 만날 수 있다. 대상이 여러 형태의 목소리로 가시화돼 존립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두루 파고든 작업이다. 조명 및 가구 설치작품 '루미나리에'(2001)와 그래픽 포스터 '안리: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는 프랑스 아티스트 피에르 위그, 디자인 듀오 M/M과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M2 B1에서는 동심 가득했던 눈사람이 더러워지고 일그러진 형상을 하고 있는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을 보게 된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너른 전시장에 수많은 물고기(풍선)가 둥둥 떠다녀 관람객이 '물고기들의 거대한 어항'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태양이 사라지고 오로지 저녁(석양)만 이어지는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 지저 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2002)은 공간 전체가 지구의 멸망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일견 디스토피아이지만 유토피아가 교차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조종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실존과 허상 간에 유사인간의 시선과 장소에 대한 기억 속 재현은 필립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주제다.

미술관 로비에서도 작가는 두개의 상반된 대형영상 작품인 '대낮의 올빼미'(2020-2023)와 '일광반사경'(2023)을 보여준다. 블랙박스 또한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물론 평범한 영화관일리 없다. '최초의 차양'(2016-2024)은 영화 상영이 끝나면 공간을 환하게 밝히며 막간을 알리는 사이니지 조명 역할을 한다.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를 환생시킨 영상 '마릴린'(2012)은 기계장치를 통해 마릴린의 음성과 시선, 필체를 완벽하게 구현해 마치 살아있는 배우를 조우하는 것같다. 또다른 유령같은 존재인 고야의 집과 그의 페인팅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머거리의 집'(2021) 등 모두 3편의 영상이 교차상영된다.

그동안 렘 쿨하스의 건축이 워낙 강렬해 전시작들이 잘 부각되지 못했던 그라운드갤러리는 모처럼 활기를 띄며 빛을 발한다. 거대한 키네틱 공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깜박이고 움직이며, 관람객은 '섬광'을 인식하며 '찰나'와 '영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한 풍경과 안무가 공연처럼 펼쳐지는가 하면 너른 공간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움직이는 '움직이는 벽'(2024)도 감상할 수 있다. 

필립 파레노는 절친 작가인 티노 세갈(Tino Sehgal)에게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라이브 작품'을 의뢰했다. 관람객은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를 연결하는 두 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때 티노 세갈의 신작 '이렇게 장식하기(쉬헤라자드 파레노)(보이스 버전)'(2024)을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다.

[서울 뉴스핌]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필립 파레노 개인전 전시 전경. 리움 그라운드갤러리의 공중에 커다란 말풍선들이 떠도는 등 모든 전시물이 부유하거나 움직이는 '키네틱 공간'으로 조성됐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2.26 art29@newspim.com

파레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지만 낭만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나는 무엇을 하더라도 완결되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요리를 할 때를 빼고요. 요리는 식사를 하면 완결되는 것이니까요. 미술이라는 것은 항상 미완이라고 보기에 자주 바꾸고 다시 연결하곤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책을 읽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줄거리를 잃어버린 순간, 운전을 하다가 잠깐 하늘을 쳐다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걸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아주 소중한 순간이지요. 돈을 버는 시간 보다 몇배 더요"라고 철학자같은 말도 남겼다.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준비됐다.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필립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보고, 큐레이터 토크에서는 '보이스(VOICES)'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이번 전시를 중심으로 심도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니콜라 부리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강연자로 나선다. 1990년대 활발한 활동을 보인 작가들을 두루 살피며 필립 파레노를 조망한다. 이밖에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피는 작가연구 세미나가 월 1회씩 열린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 인형극 워크숍'이 열리며, 매주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누구나 참여가능한 자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신청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필립 파레노는 베니스비엔날레에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일곱차례나 참여했다. 리옹비엔날레도 단골작가로 초대돼 네차례 작품을 선보였다. 개인전으로는 'Philippe Parreno'(부르스 드 코메르스, 파리 2021), 'Echo'(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 2019), 'Looking back on a Future'(마틴-그로피우스 바우, 베를린, 2018), 'ANYWHEN'(테이트모던, 런던, 2016) 등이 있다. 파레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루마 아를, 21세기 가나자와 미술관, 파리 근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모던, 아이리쉬미술관, 반아베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는 오는 7월 7일까지 개최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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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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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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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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