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상징격 UBS 플로어 건물 매물로 나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축구장 3배 크기의 트레이딩 플로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07년 미국 금융위기 이전 자본시장의 상징격이었던 UBS의 트레이딩 플로어는 건물주가 모기지 채권 매각에 나서면서 폐쇄될 상황이다.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에 위치한 트레이딩 플로어는 높이가 40피트에 이르고, 축구장 3배 크기의 면적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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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트레이딩 플로어 <출처=블룸버그> |
세계 최대 크기의 트레이딩 플로어는 규모뿐 아니라 벽도 기둥도 설치되지 않은 특징적인 모습을 앞세워 금융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플로어는 주식부터 채권, 외환, 원자재, 파생상품까지 모든 트레이딩이 이뤄지는 하나의 허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월가 투자은행(IB) 업계 전반의 트레이딩 사업 부문이 장기적인 하강 기류를 맞은 데다 스탬포드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상징적인 트레이딩 거점이 매물로 나왔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BS 트레이딩 플로어가 위치한 건물의 모기지 채권을 관리하는 CW 캐피탈 애셋 매니지먼트가 1억4940만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각에 나섰다.
CW는 매각 주관사로 미셔 캐피탈 어드바이저스를 고용했고, 채권을 대폭 할인한 가격에 팔아치울 계획이다. 모기지 채권 매각이 성사되면 UBS는 건물을 비워야 하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건물주 AVG 파트너가 지난 10월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서 채권 매각에 나섰다.
UBS의 트레이딩 플로어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5000명에 이르는 트레이더들이 세계 최대 면적의 플로어를 채웠으나 최근 수치는 2000명에도 못 미친다. 절반 이상의 공간이 빈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업체들의 자가매매를 포함한 트레이딩이 크게 위축됐고, 이 때문에 대규모 감원이 꼬리를 물었다.
파장은 금융 업체들이 집중된 부동산 시장으로 번졌다. 금융위기 이후 뉴욕 맨해튼의 월가는 상당 부분 회복을 이뤘지만 코네티컷 주의 스탬포드는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규제 완화를 통해 트레이딩을 포함한 금융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코네티컷 주의 금융업체 이탈에 반전을 이끌어낼 것인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UBS는 지난 2011년 트레이딩 거점을 뉴욕 맨해튼으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코네티컷 주에서 2000만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팩키지를 제공하며 이를 막았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약 10만 평방피트 규모의 트레이딩 플로어가 매각 이후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쏠리고 있다.
콜센터부터 롤러 더비 경기장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 상황. 일부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방송 스튜디오가 들어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