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질서 와해..주요국 '마이웨이' 심화
[워싱턴DC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3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2016년 연차총회에서 전세계가 지정학적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끊임없이 불거진 환율전쟁과 보호주의 무역을 통해 주요국의 ‘마이웨이’ 행보가 이미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총회에서는 정치, 경제적 변화 속에 점차 심화되는 국가간 통합의 와해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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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세미나 진행을 맡은 라나 포루아 <타임>지 에디터와 케빈 러드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대표, 데이비드 립튼 IMF 수석부총재, 라스 헨드릭 롤러 독일 정부 수석 경제자문관, 이안 브레머 뉴욕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
7일(현지시각) ‘정치-경제 변화 : 분열인가 통합인가’를 주제로 IMF 본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패널 참가자들은 금융시스템 리스크부터 테러와 난민 사태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주요국의 분열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과 이머징마켓의 부상 및 새로운 IT 기술의 등장이 전통적인 세계 질서를 흔들어 놓았고, 이는 국제 무역과 테러 위협에 대하 대처 등 현안에 대한 국가 공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의 역할이 크게 축소된 것이 국제 질서의 새로운 현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안 브레머 뉴욕대학교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전세계가 지정학적 침체를 맞았다”고 주장하고, 이는 사이버 테러부터 핵무기까지 주요 쟁점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위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국제 기구를 미국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경제 및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크게 위축됐다”며 “뿐만 아니라 세계화 혹은 미국화가 더 이상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브레머 교수는 유럽의 난민 사태를 한 가지 사례로 꼽았다. 유럽 정치권과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 중국이 모두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간 분열은 내년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의 패널로 참석한 독일 정부 수석경제자문관인 라스 헨드릭 롤러는 “내년 3월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책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크게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6월 이른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충격이 예상보다 작았지만 2년간에 걸친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양측에 ‘윈-윈’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립튼 IMF 수석부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고, 신흥국의 세력이 커진 한편 IT 신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자칫 전세계 경제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패널들은 자국 이해를 중심으로 한 국가간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해소하는 한편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대표는 중국이 공조를 이뤄내기 위한 접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에 변화가 없고, IT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중국에 작지 않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행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밖에 패널들은 주요20개국(G20)과 IMF 등 국제 기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문제도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