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일본 주식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 자국 신문이 기업들의 실제 실적과 거의 일치하는 전망 기사를 내놔 시장을 미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외인투자자들은 이에 반응하지 못하고 번번이 헛물을 켜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는 만큼, 이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민감한 주가 정보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이 결여돼 있다고 4일(현지시각) 지적했다.

◆ 시장, 실적발표 보다 전망 기사에 오히려 반응
지난달 29일 일본 게임개발업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자사 매출이 943억3300만엔, 운영이익이 537억7200만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적이 발표되기 6일 전인 7월 2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 프리뷰'란 코너에서 실제와 거의 근접한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닛케이 프리뷰는 매출 930억엔, 운영이익 500억엔을 예상했다.
시장은 공식 발표보다 니혼게이자이의 보도에 더 크게 반응했다. 보도 당일 일본증시에서 겅호의 주가 거래량은 이전 15일 평균 거래량보다 50% 이상 늘었으며, 실적 발표 다음 날 거래량도 웃돌았다.
캐논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막대했다. 7월 11일 니혼게이자이는 캐논의 분기 운영이익이 11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해 앞서 시장이 예상했던 900억엔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기사가 나가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캐논 주가는 2.4%나 급등해 올해 2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2주 후 캐논이 공식 발표한 운영이익은 니혼게이자이의 예상과 거의 일치한 1105억엔이었다. 발표 후 다음 날 캐논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으며, 거래량 또한 11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전망기사 일본어로만…외인들 '때놓쳐'
문제는 이런 기사가 일본어로만 제공돼 외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36만4000명에 달하는 온라인 구독자들에게 '즉시 영문번역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해외 투자자들은 이런 기사들을 제때 제공 받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가 실적 전망 기사를 내놓으면 해당 기업들은 몇 시간 내에 자사와 관련이 없는 기사라고 발표하는 게 그간 의례적으로 이어졌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부인과 다르게 지금껏 다른 내용들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는게 FT의 설명이다. CLSA의 니콜라스 스미스 연구원은 "기사 내용과 반대로 움직이면 손해를 본다는 시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자국 및 해외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에도 일본 규제당국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아 고의로 모른 체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FT는 일부 국가들이 정보공개 위반과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연구원도 "자국 언어로만 제공되는 실적 정보는 '내부거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