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1심과 달리 흡연·암 인과 인정"
"금지 첨가물 추가 발견…입증할 것"
"담배소송, 새로운 역사 만드는 일"
"소송 제기하지 않는 것, 직무유기"
"대법원, 사회 동향 따져…희망 있어"
"담배책임법 청원에 관심 가져달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한 담배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공개 변론을 요청할 것"이라며 "논리가 확실하게 섰기 때문에 내가 기어이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강력한 승소 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정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이라는 큰 뜻이 있는 정부의 직무 유기"라며 소송의 취지를 설명하고 "대법원은 법리 뿐만 아니라 사회 동향과 정의도 고려하는 만큼 국민을 위한 길로 나가줄 것"이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정 이사장은 "담배 첨가물의 중독성, 유해성 등 핵심적인 부분을 환기해 파기환송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기회가 주어지면 직접 끝까지 붙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 2심 패소 후 기자회견에서 '비통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 화가 많이 났다. 그때는 판결문을 자세히 못 읽고 요약 내용을 듣기만 했기 때문에 다시 읽어보면서 발견한 미진한 부분들을 얘기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진행하면서 풀어나갈 예정이다.
- 판결에서 가장 수긍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 법원은 우리 국민이 1960~1970년대에 담배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판시했다. 그래서 담배 회사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담배 위험한거 다 알잖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한정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도에 와서 1960년대와 1970년대 사회 인지도를 알려니 힘든 것이다. 지금 담배를 피다가 30년 뒤에 병에 걸린 사람한테 피해 보상하라고 얘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담배 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선택에 의한 것이다. 지금은 담배를 사면 경고그림이 붙어있지 않나. 그런데 그때(1960~1970년대)는 없었다. 1976년도에 처음으로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1976년에 첫 문구가 나온 것을 보면 1976년, 1977년, 1978년, 1979년은 조금 알았더라도 1960년대와 1970년대 후반까지는 심각한 것을 몰랐다. 저도 의과 대학생이고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1977년에 담배를 피기 시작해서 꽤 오래 피웠다.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한 시기였다.
- 1960~1970년대에 담배 폐해를 알리지 않은 이유는
▲ 당시 담배가 우리나라의 제일 주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쌀이나 보리를 먹고 자급자족하던 시기였다. 연초를 팔아 수출해 들어온 수입이 매우 컸다. 국민에게 위험하다고 못 알리고 안 알린 것이다. 당시 전매청은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슬로건을 펼치기도 했다. 추자는 지금의 비욘세같은 모두가 열광하는 유명한 가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1975년에 "담배는 건강에 위험합니다"라고 표시하도록 각국에 권고했는데 우리나라는 매우 약한 경고문구를 1976년에야 처음으로 표시했다.
- 그런 논거가 2심에서 충분히 변론되지 않았나
▲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채증 법칙을 위반했다. 증거가 여러개 있으면 골고루 다 본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담배 회사에 유리한 증거만 봤다. 판결문에 보면 '기사들을 보면 담배가 해롭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라고 나온다. 우리가 기사를 찾아보니 '흡연이 알츠하이머병 억제', '흡연 폐암과 무관해' 이런 식의 반대되는 기사도 많았다. 또 1960년대에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처럼 TV도 없었다. 라디오가 있었지만, 라디오에서 담배가 해롭다는 얘기하지 않았다. 정보를 왜곡했다고 생각한다. '원고가 제시한 증거는 왜 안 받았냐, 잘못됐다'는 논리를 대법원에서 집중해서 다루려고 한다.
- 다른 아쉬움은 없었나
▲ 첨가물에 대해 유해성이 없다고 했다. 너무 억울하다. 우리가 담배 회사에 첨가물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에 진행된 개인 담배소송에서 KT&G가 넣었다고 인정한 242개의 첨가물 목록을 다시 보니 다른 나라에서 금지된 첨가물도 있었다. 우리 연구원에서 34개 첨가물이 유해 성분인 것으로 추가 확인했다. 금지 내지는 독성이 있다고 나왔다. 그런데 판사들은 첨가물이 유해한 증거가 없다고 얘기했다.
▲ 첨가물은 흡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향을 넣는 등을 해서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자를 유인한다. 가향 담배는 질병관리본부장 시절부터 지켜봤다. 향이 좋으니까 아이들이 접근하지 않나. 자연스럽게 니코틴을 접하고 중독된다. 그렇게 판시할 줄은 몰랐다. 유해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초점을 흐렸다.

- 반대로 1심과 달리 인정된 부분은
▲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켰느냐에 대해 명시하진 않았지만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굉장한 큰 진전이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2심 11차와 12차 변론에 직접 나서 집중적으로 물었다. 소세포폐암은 담배 핀 사람들의 98%가 담배로 인해 발병됐다고 14만명을 추적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자동차 사고가 나도 3대 7 등으로 책임을 구분해서 인정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쳐 인과관계가 인정됐다.
▲ 이번 판결에서는 과거 대법원이 제시했던 '폐암의 비특이성'이라는 판단이 배제됐다. 건보공단이 변론과정에서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다. 비특이적인 병은 세상에 없다. 비특이적이라고 얘기하려면 병명이 안 붙어야 한다. 병명이 붙으면 병명에 대한 특이적인 여러 사실이 있고 특이성이 다 있으면 병명으로 들어가고 일부 있으면 의심된다는 의증으로 들어가는 것이 의학이다.
- 일부 국민은 세금 쓰면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하는데
▲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이라는 큰 뜻이 있는 정부의 직무유기다. 사실 소송에 비용이 드는 것은 맞다. 국가도 나서서 금연 캠페인 하는데 수십억씩 들어간다. 만일 재판에서 승소하면 국민은 '재판부도, 담배가 해롭다고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담배가 해롭다는 인식이 새로 세워진다. 그때는 수백억이 넘는 홍보 효과가 나타난다.
▲ 우리보다 법이 훨씬 발달한 미국도 판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미국은 1950년대에 첫 재판을 해서 1998년도에 300조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캐나다도 1998년도에 처음 소송을 제기하고 2025년도에 결론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겨우 2014년도에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 선고 결과가 정부가 금연 캠페인을 하는 취지와 엇갈린다는 비판도 있다.
▲ 정신과적으로는 양가 감정이라고 한다. 아이한테 공부하라고 야단치면서 나가서 놀기도 해야지라고 말하면 아이는 헷갈린다. 사법부가 국민에 상반된 태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앞선 판결과 다른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나
▲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 법원인 만큼 새로운 판례를 만들 수 있다. 소방관이 평생 불 끄다가 유해가스 노출로 폐암에 걸린 사례가 있다. 법원에 가서 불 끄다가 걸린 직업병이라고 하니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고 했다. 공무상 스트레스로 폐암에 걸렸다고 소송을 제기한 경찰관에게는 폐암 발병의 원인이 흡연 때문이라고 판결했다. 이런 사례들도 2심에서 얘기했으나 무시당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작동하면 이런 경우도 다시 돌아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대법원은 법리 뿐 아니라 사회 동향과 정의도 고려한다.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국민을 위한 길로 나가주지 않겠나. 그것이 대법원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전략은
▲ 공개 변론을 요청할 계획이다. 작년 1월 15일에 11차 변론에 직접 참석해 보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다. 이후 지난 1월까지 1년 만에 판결 나온 것을 보니까 나름대로 논리가 확실하게 섰다. 그래서 기어이 내가 마무리 지어야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 이전 신문을 다 조사하고 있다. '흡연이 알츠하이머병 억제', '흡연 폐암과 무관해' 라는 제목이 기사에 실렸다. 첨가물이 유해하지 않다고 했는데 34개 이상의 첨가물이 유해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됐다. 첨가물이나 천공을 하는 것은 담배 소비를 촉진하고 담배량을 늘린다. 소주가 약해지니까 한 병 더 먹지 않나. 암모니아를 더 넣어서 중독성을 올리는 등의 것들이 있다. 핵심적인 부분을 환기하면서 이래도 정말 고등법원의 판결이 옳았느냐에 대한 파기환송을 요청하고 공개변론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끝까지 붙어볼 생각이다.
- 소부가 아니라 전원합의체인 이유가 있나
▲ 소부는 대법관 4명이 한다. 흡연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2차 간접흡연과 3차 간접흡연까지 보면 전 국민이 대상이다. 당장 건강보험에서도 3조8000억원이 나간다.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4조6000억원이다. 이 정도면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야 한다.
-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
▲ 국민 150만명이나 담배 소송을 지지해 주셨다.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 2070년도가 되면 노인인구와 생산 가능 인구가 똑같아진다. 그때 되면 약들도 더 비싸질 거다. 건강보험으로 급여를 해주다 보면 생산을 많이 하더라도 노인들 항암제를 쓰다가 끝난다. 아이들도 50대부터 암에 걸리면 우리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담배에 한 번 중독이 되면 다른 중독도 쉽게 걸린다는 것이 의학적인 이론이다. 담배를 피우면 도파민이 나오면서 그 기분을 술이나 도박으로 찾는다. 담배를 핀다는 것은 지옥의 문을 여는 것과 같다. 이미 몰디브는 특정 연생 이후부터 담배 판매를 원천 금지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담배는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훨씬 강하다. 담배의 해악은 대마초보다 말도 못 할 정도로 나빠 이번 담배 소송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국회 청원에 올라가 있는 '담배책임법'에도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는 일이다.
- 담배 회사한테 하시고 싶은 얘기
▲ 과거의 잘못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이 논의되던 1994년 당시 한국담배협회에서는 흡연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고 미성년자 대상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공식적인 의견서를 국회에 보냈었다. 그러면 안 된다. 담배 회사 직원 중 내부 고발을 해주시면 좋겠다. 익명이 보장된다. 미국 담배 회사 대표들이 담배 중독성이 없다고 할 때 한 담배 회사 연구원이 담배 중독성을 촉진하는 설계를 했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번 만큼 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