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란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걸프 산유국의 해외 자본 배분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등락이나 교전 강도와 무관하게 걸프 자본이 서방 자산시장으로 자동 환류하던 수십년간의 방정식이 종전과 같은 형태로 작동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자본 흐름의 변곡 진단에 불을 붙인 것은 불을 붙인 것은 사우디아라비아·UAE·쿠웨이트·카타르 등 4대 걸프국 중 3개국이 해외 투자 약속과 기존 계약의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다. 방위비 급증과 에너지 수출 기반 훼손, 디지털 인프라 피격 등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진 삼중의 재정 압박이 걸프국들을 투자 재검토로 내몬 것이다.

걸프 산유국의 자본 흐름은 그 자체가 세계 금융시장의 선순환 고리다. 유가가 오르면 잉여자본이 쌓이고 이 자금은 걸프 산유국의 국부펀드를 통해 미국 국채·기술주·부동산 등 서방 자산으로 흘러가 시장 유동성을 떠받쳤다.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은 미국 기술주의 대형 매수 주체,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카타르투자청(QIA)은 글로벌 대체투자의 핵심 자금줄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사태가 이 구조의 전제에 균열을 냈다는 분석이 따른다. 걸프국들의 재정 부담이 단일 요인이 아니라 삼중으로 겹쳤다. 방위비 부담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의 선적 마비와 시설 피격으로 에너지 수출이 위축됐고 공항·호텔·주거시설 타격으로 관광·항공 부문이 사실상 중단됐다.
과거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관련국에 전비는 지출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구조의 문제로 부각됐다. 먼저 공격과 방어의 비용 비대칭성이 전비를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난 점이 있다. 이란 드론 한 대의 단가는 2만500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를 격추하는 요격 미사일은 대당 수백만달러다. UAE의 하루 방어비만 10억달러로 추산됐다.
피해가 번지는 경로 자체도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란의 물리적 공격이 UAE에 있는 AWS 데이터센터를 타격하면서 물리전과 디지털 인프라 간 경계가 무너졌다. 과거 전쟁에서 타격 대상은 정유소·항만 등 물리 시설에 한정됐고 피해 규모는 시설 복구 비용 범위 안에서 산정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보는 순간 클라우드 서비스와 디지털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연쇄 확산된다.
예전과 달라진 비용 구조는 교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이들의 자본 배분 방정식의 변화를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피격 시설의 복구 작업에는 예년보다 긴 시간이 필요해졌고 유가가 종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과거만큼 수입이 쌓이는 구조가 아니게 됐다. 수입 기반의 훼손 정도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잉여자본의 해외 배분 양상도 종전과는 다른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개국은 외국 기업 투자뿐 아니라 스포츠 후원, 보유 자산 매각 등의 사안에서도 재조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조정 여파는 최근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사모신용 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다. 걸프 국부펀드는 사모신용 펀드의 주요 출자자군이자 일부 운용사와는 공동투자·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2023년 UAE의 무바달라는 블루아울의 사모신용 부문에 출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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