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급등…운송비 상승 불가피
LPDDR 가격 3배 급등…저가폰 20% 역성장 전망
공급망 '이중 충격'…2027년 이후에야 회복 가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망에 또 하나의 변수가 더해졌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이미 단말기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와 항공 운송비 상승까지 겹치고 있다. 부품과 물류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제조사들의 마진 방어 여력은 빠르게 줄어드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가격이 한 차례 더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확전은 지난해 6월 12일간의 이스라엘·이란 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에는 국지전 양상에 그치며 글로벌 IT 수요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미·이스라엘의 공동 공습 이후 역내 군사력 배치가 확대되고,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가장 민감한 고리는 물류다. 세계 스마트폰 물량 대부분은 항공 화물로 이동한다. 고가·단주기 제품 특성상 해상 운송보다 비용이 높더라도 항공이 선호된다. 특히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운송 지연이 곧 판매 손실로 직결된다.
문제는 중동이 글로벌 항공 화물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라는 점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카타르 도하는 유럽·아프리카·미국 동부를 잇는 환적 거점 역할을 해왔다. 충돌 장기화로 항공기 우회 운항이 불가피해질 경우 최소 2~3시간 이상의 추가 비행이 발생한다.

장거리 화물기인 보잉 777F 기준 시간당 7~8톤의 연료가 소모된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 3시간이 늘어나면 연료비만 수만 달러가 추가된다. 보험료 인상과 지상조업비, 추가 승무원 투입 비용까지 더해지면 물류 단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도 부담이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봉쇄 발표 직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상징적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항공 연료비를 통해 스마트폰 운송비로 직결된다.
여기에 이미 메모리 가격은 급등세다. 모바일용 LPDDR4·5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3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용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전환하면서 모바일용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일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올해 초 제품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6 시리즈도 모델별로 출고가가 최대 30만~40만원 가량 올랐다.
전쟁 변수는 이미 불안한 공급망에 추가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항공기 한 대에 수십만 대의 스마트폰이 실리는 만큼 단말기 한 대당 운송비 증가는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스마트폰은 단위당 물류비 비중이 낮은 대신 원가 관리가 촘촘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송비가 소폭만 상승해도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제조사가 이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1억 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0달러 미만 저가 시장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프리미엄 제품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망 통합과 가격 결정력이 강한 상위 업체로 시장이 더 쏠릴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전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수요 위축이 아닌 공급 제약에 따른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신규 메모리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에야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전까지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 부담이 한 차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