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40달러 돌파 시 물가 1.1% 급등
엔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경제에는 그야말로 '에너지 쇼크'의 공포가 엄습하는 모양새다.
◆ 멈춰 선 탱커선, 실재화된 물류 마비
일본 해운 업계는 즉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3대 해운사인 니폰유센, 미쓰이상선, 가와사키기선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항행을 전격 중단했다.
특히 미쓰이상선은 이란 해군으로부터 "어떤 선박도 통항을 금지한다"는 직접적인 무전 안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페르시아만 내에 있던 선박들은 안전 해역으로 대피해 대기 중이며, 일본으로 향하던 탱커선들도 항로를 멈춘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란 외교 당국은 공식적인 봉쇄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현지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력 행사가 이어지면서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 '95.9%'의 아킬레스건...254일의 버티기 시작
일본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극단적으로 높은 원유 중동 의존도다. 2024년 통계 기준 일본 원유 수입의 95.9%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곧 일본 경제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현재 국가 및 민간 비축분을 합쳐 약 254일분의 석유와 3주분의 LNG(액화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석유 수급에 영향이 있다는 보고는 없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력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악의 경우 日 GDP 3% 하락"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훨씬 비관적이다. 민간 싱크탱크들은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종합연구소(JRI)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현재 배럴당 60달러 선인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역시 유가가 140달러에 달하면 물가가 1.14% 급등하고 GDP는 0.6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 에너지 가격까지 폭등할 경우, 일본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원유 넘어 교역 전반으로 번지는 불길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일본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물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용선과 LNG 운반선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물동량 차질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은 물론 일본 제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동의 화약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일본 경제의 '에너지 생명줄'을 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