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는 8년만, 아이티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남아메리카 대륙 바로 위 카리브해에 자리한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마침내 월드컵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퀴라소는 19일(한국시간) 자메이카 킹스턴의 인디펜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3차 예선 B조 최종전에서 자메이카와 0-0으로 비겼다. 승부는 갈리지 않았지만, 이 무승부는 퀴라소에겐 금메달과도 같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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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턴 로이터=뉴스핌] 퀴라소 선수들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3차 예선 B조 자메키아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1.19 wcn05002@newspim.com |
지난해 1월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 아래 퀴라소는 예선 10경기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7승 3무). 조별리그에서는 3승 3무로 승점 12를 확보하며 자메이카(승점 11)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조 1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 최종예선은 총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팀만 본선에 자동 진출하고, 조 2위 중 상위 두 팀은 대륙 간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B조는 자메이카·파나마·코스타리카 등 전력이 고르게 분포된 격전지로 꼽혔다. 그 어려운 조에서 퀴라소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변 중의 이변'으로 평가된다.
흥미롭게도 이날 경기에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족 문제로 인해 벤치에 앉지 못했다. 네덜란드로 급히 귀국한 그는 영상 통화와 온라인 회의를 통해 선수단과 소통하며 원격으로 경기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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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턴 로이터=뉴스핌] 퀴라소 팬들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3차 예선 B조 자메키아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1.19 wcn05002@newspim.com |
작은 섬나라의 도전은 세계 축구계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최종전에서 값진 무승부를 거둔 퀴라소가 2026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인구 기준 '가장 작은 나라'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라고 보도했다. 퀴라소의 인구는 약 15만6000명이며, 국토 면적은 444㎢로 서울보다도 작은 수준이다. 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슬란드(인구 약 33만)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한편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FIFA가 본선 참가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더 많은 대륙의 중소 국가들이 본선 기회를 잡게 됐다. 아시아에서는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이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고, 지난달에는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도 감동적인 첫 본선 진출을 이루며 눈길을 끌었다. 이제 퀴라소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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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파나마 대표팀. [사진 = 파나마 대표팀 SNS] |
다른 조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A조에서는 파나마가 엘살바도르를 3-0으로 격파하며 승점 12로 조 1위를 차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8년 만의 본선 복귀를 확정했다. 과테말라에 1-3으로 패한 수리남은 조 2위로 밀려났으나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린다.
가장 치열했던 C조에서는 아이티가 52년 만에 월드컵 진출이라는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이티는 최종전에서 니카라과를 2-0으로 꺾고 승점 11점을 확보했고, 같은 시각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가 0-0으로 비기며 아이티가 조 1위로 올라섰다. 아이티는 1974 서독 월드컵 이후 두 번째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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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토프랭스 로이터=뉴스핌] 아이티 팬들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3차 예선 C조 니카라과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1.19 wcn05002@newspim.com |
온두라스는 조 2위로 최종예선을 마무리했으나, 조 2위끼리의 비교 성적에서 수리남보다 다득점이 부족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북중미 예선에서는 자동 진출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퀴라소, 파나마, 아이티가 본선 직행에 성공했고, 자메이카와 수리남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티켓을 두고 싸우게 됐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