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국가 책임 인정한 2심에 상고
국감서 지적 나오자 "취하 검토" 밝혀
최종적으로 취하 않고 상고 결정 유지
"법률 해석 오인 있어…기준 명확해야"
유족 대리인 "대법원 조속한 심리 희망"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고용노동부가 2020년 발생한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사망 판결 관련 상고 결정을 취하하지 않고 유지한다. 앞서 법원은 고(故) 속헹씨 사망 사건에 정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노동부가 상고한 것을 두고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자 김영훈 장관은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6일 노동부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노동부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9월 19일 고 속헹(NUON Sokkheng)씨 유가족이 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일부 승소 판결에 상고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한다.
노동부 측은 "법원이 국가의 작위의무를 오인해 잘못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대로 확정된다면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국가 작위의무 범위와 책임범위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상고를 취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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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2020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있다.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노동자 사망원인의 철저한 규명과 피해 이주여성노동자 유족에 대한 사과 및 보상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2020.12.28 pangbin@newspim.com |
캄보디아 국적 속헹 씨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지난 2020년 12월 경기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및 합병증이었다. 고인은 당시 영하 18도 수준의 한파 속 난방이 제공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다.
이번 판결이 항소심 결론대로 유지된다면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건강관리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확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속헹씨 사업장 외에도 불법적 행위가 발생한 많은 사업장이 근로감독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과 장례비 등을 포함한 산업재해 보상금을 신청했다. 공단은 2022년 5월 산업재해임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같은 해 9월 국가 상대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1심 법원은 정부가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속헹씨가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었지만, 지난 9월 2심 판결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정부가 해당 사건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점은 외국인고용법 시행령 23조 2항을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노동부 등 정부가 유족에게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동부는 2심 판결에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상고를 결정했다. 노동부는 "법원은 법률 오인을 바탕으로 국가 작위의무를 인정했고, 이를 미이행한 것을 인과관계의 주요 연결고리로 삼아 피해자의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판단을 내렸다"며 "기초 근거가 되는 법률 해석에 오인이 있다고 판단해 상고를 결정했고 이 같은 결정을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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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캄보디아 농업 이주노동자 메이메이(가명,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022년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농업 이주노동자 주거 노동환경 대책촉구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7 photo@newspim.com |
정부 결정은 지난달 열린 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상고를 취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상고한 이유는 (법원이) 사실 관계를 오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상고 취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노동부는 국감 이후 상고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유족 법률대리인을 맡은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 기숙사 운영 규정을 두고 있고, 이와 관련한 관리·감독 의무를 노동부에 부과하고 있다"며 "이 사건 같은 경우 조사만 나왔다면 금방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검진 등은 국내 내국인 근로자에게도 알림이 가는 것처럼 사업주가 건강검진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도 당연히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상고 유지 결정이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정부 방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노동부는 "정책은 정책대로 외국인 근로자 보호를 더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책 방향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이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언급하면서 최종심 판결도 2심과 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법원 판결을 예단할 수는 없다. 국가가 민간 업체나 사업자, 근로자 등 대상으로 점검한다는 것은 국가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부연했다.
조 변호사는 "대법원 사건은 언제 올라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건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기에 빠른 판단을 해 주면 좋겠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고심해 결정했고, 피해자 유가족도 항소심 판결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니 대법원이 조속하게 심리를 마쳐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