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사업가·금융전문가 결탁, 1000억대 자금 동원
합동대응단 출범 후 첫 성과…계좌 지급정지 첫 집행
DI동일, 의혹에 주가 급락 "불법세력 피해자" 해명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한 이후 첫 대상자가 적발됐다. 금융위원회·금감원·거래소가 합동으로 꾸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출범 후 첫 성과로 재력가와 금융전문가들이 결탁한 대형 주가조작 세력을 적발했다.
합동대응단은 23일 "2024년 초부터 특정 종목을 대상으로 조직적·지능적 시세조종을 벌여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증권선물위원회가 관련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최초로 발동했고, 합동대응단은 혐의자 자택·사무실 등 10여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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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과 김홍식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겸 합동대응단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현판식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2025.07.30 leehs@newspim.com |
이번 사건은 종합병원·대형학원 운영자 등 이른바 '슈퍼리치'와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전·현직 임원들이 공모한 대규모 시세조종이다. 이들은 일일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대상으로 1000억원 이상 자금을 동원해 유통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한 뒤, 고가매수·허수주문·시·종가 관여 주문, 수만 차례의 가장·통정매매를 반복했다.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하는 등 고도의 전략도 동원해 해당 종목 주가를 조작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조사는 금감원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포착되며 시작됐다. 대규모·장기 조작 정황이 드러나자 합동대응단으로 사건이 이첩됐고, 기관들은 혐의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공조 조사를 진행했다. 금융위의 강제조사권을 활용한 압수수색과 증선위의 지급정지 조치가 동시에 집행되면서 범행은 현장에서 차단됐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합동대응단이 출범해 적발한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이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몰수하겠다. 주가조작 사범 여러분, 조심하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당진 전통시장 유세에서도 "주가조작은 거지를 만들 정도로 혼낼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취임 초기부터 강경한 태도를 이어왔다.
합동대응단은 지난 7월 말 정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신설한 조직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함께 참여해 불공정거래를 전담 감시·조사하는 체계를 갖췄다. 기존에는 기관별 역할이 나뉘어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서처럼 조사·압수수색·계좌 동결이 동시에 집행된 것은 합동대응단 출범의 직접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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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9.11 photo@newspim.com |
금융당국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불법 이익에 대해서는 최대 2배 과징금을 부과하고,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임원 선임 제한 등 신규 제재를 적극 활용해 불공정거래 세력을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사회적 명망가와 금융 전문가가 공모한 치밀한 주가조작을 진행 단계에서 차단해 피해 확산을 막은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주가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재를 확실히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동대응단이 실제로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발동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경고 효과가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피해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의 주가 하락 등 2차 피해 가능성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장사 DI동일이 주가조작 대상 기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해당 종목이 급락세를 보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DI동일은 3만625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의혹이 거론된 직후 하한가로 직행하며 2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서태원 DI동일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통해 "만약 당사가 피해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는 해당 사건과 전혀 무관하며, 불법 세력의 주가조작과 관련한 피해자임을 명확히 밝힌다"며 "관계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 주주가치 제고와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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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금융감독원] |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