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내 제조 기업은 100% 반도체 관세에서 면제"
애플·TSMC 등 투자 약속한 기업들 주가 '껑충'
트럼프 "투자 약속 번복하면 관세 소급 적용할 것"
중국 기업 타깃 관측...한·일·EU는 '완화된 관세' 전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칩과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미국 내 거액 투자를 약속한 회사들은 무관세 혜택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히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칩과 반도체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거나, 이미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라면 관세는 없다(0%)"고 강조했다.
이번 관세가 얼마나 많은 칩에, 어떤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의 반도체 100% 관세 엄포에도, 이날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대만 TSMC(ADR)와 인텔, 애플 등 주요 기업들 주가가 상승한 것은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에 따른 무관세 혜택 기대가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 투자하면 혜택…'먹튀' 안 봐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론, IBM, 소프트뱅크 등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면서 투자금액도 일일이 나열했다.
애플은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총 6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약속한 투자 금액보다 1000억 달러가 늘어난 수준이다.
애플이 해당 투자를 통해 자사 제품의 부품 상당수를 미국에서 제조할 것임을 강조했고, 이러한 약속으로 아이폰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기대감은 애플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정규장서 애플 주가는 5.1% 상승한 213.25달러에 마감해 50일 이동평균선을 재돌파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도 애플 주가는 3% 추가 상승, 4개월 만의 최고가를 바라보며 200일선에 근접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시간 외 거래에서 2% 넘게 반등했다.
TSMC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CNBC와의 인터뷰 도중 TSMC가 미국에 3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는 TSMC가 여태 미국에 발표한 총 투자액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투자 금액을 나열하며 TSMC는 현재 2000억 달러를 투자 중이라고 언급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칩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향후 4년 동안 미국 내 칩 및 전자제품 생산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투자 금액이 5000억 달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마이크론이 2000억 달러, IBM이 15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입하기로 했고, 소프트뱅크 투자 약속 금액은 1000억 달러를 훨씬 웃돈다고 소개했다.
또 존슨앤존슨의 550억 달러를 비롯해 머크, 스텔란티스, GM 등도 수백억 달러 투자에 나서기로 했고 최종 숫자만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너무 많아 다 나열할 수 없으며, 수조 달러의 투자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넥스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현금이 풍부하고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면서 이건 사실상 '가장 큰 자본을 가진 자만 살아남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면서 "만약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공장 짓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결국 짓지 않으면, 우리는 나중에 다시 계산해서 그동안 면제됐던 부분까지 전부 합산해 부과할 것"이라면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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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8.07 kwonjiun@newspim.com |
◆ 중국이 타깃?…관세 합의한 한·일·EU는?
로이터통신은 이번 관세 조치가 아직 무역 협정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마틴 초르젬파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투자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업계 대부분은 이번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서 제조된 칩은 면제되지 않을 것이며, SMIC나 화웨이가 만든 칩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칩은 대부분 중국에서 조립된 기기 안에 포함된 채 미국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만약 이번 관세가 반도체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만 겨냥한다면,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미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U는 대부분의 수출품—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을 포함—에 대해 단일 15% 관세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도 미국이 자국보다 더 불리한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약속받았으며, 이 또한 15% 수준의 관세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