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가 뽑은 '개인 사전'에 자신의 생각 담아
조국 체코에 대한 원망과 애정을 담은 산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밀란 쿤데라 2주기를 맞는 11일에 맞춰 유고집 '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가는 시'(민음사)가 출간됐다. 체코 출신의 작가 쿤데라가 남긴 에세이 등을 한데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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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밀란 쿤데라 2주기를 맞아 펴낸 밀란 쿤데라 유고작. [사진 = 민음사] 2025.07.11 oks34@newspim.com |
먼저 수록된 '89개의 말'은 쿤데라가 중요시했던 말, 골칫거리로 여겼던 말, 좋아했던 말 101개를 모으고 설명한 '개인 사전'이다. 단행본에 실린 적 없는 국내 초역의 글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에는 정치적 이유로 조국인 체코를 떠나 살았던 작가의 심경이 잘 담겨 있다. 쿤데라가 품은 향수, 체코 문명을 억압하고 몰이해한 소련과 서유럽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 있다. 쿤데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프랑스 망명을 도운 피에르 노라는 이 두 편의 글을 엮어 작가 사후에 펴냈다.
밀란 쿤데라는 일평생 조국인 체코를 떠나 프랑스에 살았으며, 체코어로 쓴 작품이 조국에서 판매 금지된 후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해 왔다. 그런 그에게 번역은 무척이나 중요했지만 늘 번역이 충실하지 않아 고뇌했다. 그런 쿤데라에게 피에르 노라가 "자네의 개인 사전을 써보라"고 제안해 '89개의 말'이 탄생했다.
작가는 '절대(Absolu)'에서 시작해 '저속함(Vulgarité)'까지 자신이 쓰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 형식으로 설명하며, 엄정하게 선택한 단어가 번역 중 어떻게 변형되고 의도가 바뀌었는지 그 일화도 들려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지, 모국어와 프랑스어의 간극 사이에서 어떤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는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는 늘 서구 문명에서 간접적으로 이해되는 체코 문화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프라하는 서유럽 문화의 오랜 중심지이지만, 체코어라는 언어 장벽과 침략 속에 낯설고 먼 곳이 되었다. 특히 소련 침공 이후 프라하가 동유럽의 위성국이 되었으며, 그 천 년의 문화가 붕괴되었다고 비판하는 등 조국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찾아볼 수 있다. 피에르 노라는 "밀란 쿤데라가 우리 곁을 떠난 지금, 다시 가져와 한데 묶은 이 두 텍스트는 그의 존재를 다른 어떤 책보다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고 말한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