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들 스테이블 코인 발행 역설
디지털 자산 시장 기반 위안화 국제화 파괴력
홍콩 스테이블 코인에 본토 기업들 진출 채비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 주도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강한 금지 정책을 사용해 왔다. 암호화폐가 금융 당국의 금융 시장 통제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스테이블 코인 역시 정부의 시장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은 왜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검토하는 것일까.
중국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행장이 6월 상하이 루자쭈이(陸家嘴) 포럼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기존의 결제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판궁성 행장이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단어를 거론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후 관영 언론들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증권시보는 최근 "스테이블 코인의 흐름에 순응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국 내 학자들 역시 자유롭게 스테이블 코인 도입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SNS 상에서도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중국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중국에서 이러한 현상은 발생하기 힘들다. 중국 내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현재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홍콩이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령을 발표하고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중국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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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테이블 코인 도입 움직임 배경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2025.07.10 ys1744@newspim.com |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강점은 위안화 국제화
중국 내 학자들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류샤오춘(劉曉春) 상하이신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되면 그 주된 목적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경쟁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 산업 발전과 위안화 국제화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화폐 기반의 CIPS(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를 구축해 활용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CIPS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협약을 맺고 현지 통화로 직접 결제하는 네트워크다. CIPS는 기존 방식인 SWIFT를 활용하지 않고, 달러를 중간 매개로 삼지도 않는다. SWIFT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결제망이며, 중국에게는 CIPS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CIPS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CIPS를 통한 거래 건수는 821만 건으로 전년 대비 24.2% 증가했고, 거래 금액은 175조 위안으로 42.6% 증가했다. CIPS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69개의 직접 참여자와 1487개의 간접 참여자가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 119개국을 커버하고 있다. 4800개 이상의 은행 법인이 이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CIPS와는 전혀 다른 파괴력
하지만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CIPS에 비해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큰 동력을 주입할 수 있다. CIPS는 주로 은행 간 결제에 사용되는 인프라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의 거래에는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전자지갑, 블록체인 네트워크,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위안화의 용처를 늘리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또한 송금 속도에서도 강점이 있다. CIPS는 SWIFT 결제망보다는 속도가 빠르지만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만큼 스테이블 코인에 비하면 속도가 느리다.
현재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USDT와 USDC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의 기축통화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면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위안화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위안화가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CIPS로는 우회가 어려운 국제 제재를 돌파할 수 있다. CIPS는 인민은행과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만큼, 제재 우회 효과가 제한적이다.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운영된다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시간 결제가 완료되기 때문에 시간차 없는 환전과 송금이 가능하다. 무역 업체들이 외환 리스크를 회피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중소 무역 업체들이 제3국 무역 업체에 위안화 결제를 유인할 수 있는 강한 동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CIPS에 비해 넓은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핀테크 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디지털 페이 기업의 서비스와 연동되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또한, 미래 기술 변화에도 보다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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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PS와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의 차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2025.07.10 ys1744@newspim.com |
◆정부 규제가 가미된 스테이블 코인이 대안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이 많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화하고 발행을 허가하기란 쉽지 않다. 스테이블 코인은 규제에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국가의 통화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USDT와 USDC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 역시 현실을 인정하고 공적 스테이블 코인 혹은 규제된 민간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디지털 공간까지 확장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중국 역시 스테이블 코인의 강점을 취하면서도 정부의 필수적인 금융 통제권을 유지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타오(楊濤)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홍콩은 자국 통화에 연결된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 범위에 포함시켜 법정 통화를 보호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게 된다면 중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가 가해질 수 있는 만큼,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홍콩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중국의 업체들이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성공시킨다면, 그 여파는 중국에까지 확산하게 된다.
홍콩은 법정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스테이블 코인 조례 초안이 관보에 게재됐고, 지난 5월 입법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5월 30일 정식 관보에 등재됐다. 조례의 발효일은 8월 1일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운영하려면 홍콩통화청(HKMA)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홍콩 내 발행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홍콩 달러와 연결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경우에도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홍콩통화청은 8월 1일부터 라이선스 신청을 접수받는다. 홍콩통화청은 신청 서류를 심사해 라이선스를 발행할 예정이다. 라이선스 발행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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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와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콩 스테이블코인, 본토 기업들 출전 채비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 중인 기업으로는 알리바바 그룹 산하 앤트인터내셔널,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JD)닷컴의 자회사인 JD코인링크, SC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앤트인터내셔널은 홍콩은 물론 싱가포르와 룩셈부르크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라이선스 신청을 검토 중이다. JD코인링크는 현재 홍콩통화청의 샌드박스(정책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홍콩 달러 연동 토큰을 테스트 중이다. SC 홍콩지부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라이선스 신청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베이징의 핀테크 업체인 징베이팡(京北方, 노스킹)도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 중이다. 징베이팡은 디지털 위안화 결제시스템 제공업체다. 징베이팡은 홍콩 핀테크 업체와 함께 홍콩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중국 본토의 일부 자산운용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