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선물 격차 3000불, 최대"
트럼프 쇼크 속 차익거래 기능부전
"현재 시세에 '관세율 30%' 상정"
자급자족 불가능, 부메랑 경고
이 기사는 7월 10일 오전 08시4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세계 구리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 위협으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 선물시장의 구리 시세가 치솟은 가운데 영국 런던과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기초금속 조사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COMEX)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선물 시세 격차는 톤당 약 3000달러로 벌어져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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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리 가격 동향과 거래소간 시세 격차, (좌) COMEX 구리 선물가격 추이 (우) COMEX와 LME의 구리 선물시세 격차, 근월물(파란색)과 12월물(붉은색) [자료=골드만삭스] |
각각 모두 12월 만기분을 시세 기준으로 하고 거래 단위를 모두 톤으로 해 산출한 값이다.
2개 시장에서의 시세 격차가 대폭 확대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50% 관세율 부과' 언급 때문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으로 수입할 때 기존 가격에 50%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므로 미국 내 구리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관세 부과 전에 구리를 대량으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미국의 구리 가격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전날 COMEX에서 구리 선물가격은 한때 17% 급등해 최고치인 파운드당 5.8955달러까지 치솟았다.
통상 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될 때는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매우 작기 마련이다.
뉴욕의 시세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런던에서 구리를 싸게 사서 뉴욕에서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개 거래소의 가격 차이가 톤당 3000달러까지 벌어졌다는 것은 차익거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 사이에서나 구리 업계에서는 올해 2월부터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왔지만 '관세율 50%'는 실현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로 상정돼 왔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50% 발언이 즉흥적일 것이라고 추정하면서도 미국 구리 시세의 추가 급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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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X와 LME 만기별 구리 선물시세 격차에 반영된 관세 시나리오 [자료=골드만삭스] |
관련 분석에 따르면 시세 격차 3000달러에는 '관세율 30%'가 상정돼 있다고 한다. 또 50% 관세율 실현 확률의 반영 정도는 60%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뉴욕의 선물 시세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맥쿼리그룹의 마커스 가비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다수의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가 25% 수준을 예상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50%라는 수준은 되레 구리 시세에 상당한 약세 요인으로 미국 내 수요를 위축시키고 과잉 재고의 해소 기간을 되레 연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개별 기업 등에 대해 오히려 면제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 부과 목적은 구리 공급망의 국산화와 국내 관련 산업의 증진이다. 구리의 산업적 중요성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보급 등으로 날로 더해지는 추세를 염두에 둔 조처다.
이에 대해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라페미나 금속·광업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의 구리 자급자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구리 자급자족을 위한 충분한 광산/제련/정제 설비 용량을 보유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광산 개발에만 시간이 오래 걸려 10년 미만의 기간 안에 자급자족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은 당분간 수요 충족을 위해 해외 광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결과적으로 관세는 다른 지역 대비 미국 내 가격의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 조치는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간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구리 수요의 36%는 순수입분이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미국 경제 구조상 자체 생산만으로는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뜻이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