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2기에서 외교·안보 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절제파(Restrainers)' 진영이 주한미군 병력을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 전 수석 고문이자 이라크전 참전 군인인 댄 콜드웰과,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너 국방 분석 국장은 이날 공개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군사 태세 조정' 보고서에서 현재 약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1만 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상전투부대 전력과 정보·통신·지휘본부 등을 포함한 비기지방어 병력의 전면 철수를 권고했다. 이들이 제시한 청사진은 한국의 자주국방 역량을 확대하고, 미국은 최소 병력만 남기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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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절제파는 미국 내 외교·안보 전략에서 군사적 개입과 과도한 해외 주둔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진영을 일컫는다. 이들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동맹국들엔 더 많은 방위 책임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정부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세력이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말 발표 예정인 미 국방부의 '글로벌 군사태세 검토(GPR)'에 앞서 절제파가 공개한 선제 제안서 성격을 띤다. GPR은 통상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 지역과 병력 규모를 재평가하고, 새 행정부의 위협 인식과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을 권고하는 보고서다.
이들 절제파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주둔 미군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내 미군은 현재 9만 명 수준에서 6만 명으로, 중동은 4만 명에서 1만50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재래식 위협은 미국에 중대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반면 아시아에 대해서는 중국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는 점에서 전략적 관점이 다르다며, 미군의 배치 양상에 변화를 요구했다.
보고서는 지금의 아시아 주둔 태세가 공격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나치게 중국 본토와 가깝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뢰·대함 미사일·방공망·단거리 화력 위주의 '방어형 전력' 전환 ▲전진 배치 부대를 중국 미사일 사거리 바깥으로 재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주둔한 전투기 2개 비행대 중 1개는 일본 북부 미사와나 요코타로 옮기고,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현재 2만 6000명에서 1만 4000명으로 줄이는 동시에 일부 기지를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
일본 자위대가 최전방 방어를 담당하고, 미국은 괌·팔라우·마셜제도 등 이른바 '제2도련선'에 후방전력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들은 미·영·호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인도태평양 외 지역에 배치된 미 해군 잠수함 3척을 호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에 배치된 중거리 타이폰(Typhon) 미사일 시스템에 대해선 "억지력 효과는 인정하지만, 중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가 해안 인근에 존재하는 것은 긴장 고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필리핀과 일본에 추가 배치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버너 국장은 닛케이에 "미국은 자원 제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대규모 해외 주둔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전략적으로 군사 자산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