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도 장비 추적 데이터 활용
올해 중국에서 2월부터 9월까지 장비 사용 증가세
[뉴스핌= 이홍규 기자] 주요 국제 기구와 투자 기관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지표가 있다. 바로 건설 중장비의 가동 시간이다.
세계 2위 중장비 전문업체 일본 고마스(Komatsu)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불도저, 지게차, 덤프 트럭 등 중장비 사용 시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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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29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마쓰가 투자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지난해부터 매월 전 세계 중장비 이용 현황 자료를 내놓고 있다고 관심있게 보도했다. 고마쓰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자사의 건설 및 광산 장비에 모니터링 기술을 탑재했다.
고마쓰의 미와 히로부미 ICT솔루션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고마쓰의) 데이터와 세부적인 분석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경제 회복의 초기 단계가 어떤 실체를 갖고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20년 동안 43만대 자료 수집: 올해 중국 인프라투자 늘린 것도 파악
지난 20년 간 축적된 고마쓰의 데이터는 전 세계 43만대의 기계들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온다. 데이터는 장비가 어떤 건물을 짓는지 또는 어떤 자원을 발견하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기보다, 어느 곳의 장비가 유휴 상태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때문에 고마쓰의 데이터는 글로벌 경제의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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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콤트락스 장비 데이터 <자료=고마쓰> |
고마쓰의 장비 추적 시스템인 '콤트락스(Komtrax)'의 자료(고마쓰 월간 장비 수요 및 주문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월부터 중국 내 장비 사용 시간이 매월 전년 동기대비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건설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수치가 나온 것은 최근 중국 정부가 재정 적자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연말 사용 시간이 급감하다가 올해들어 감소폭이 줄더니 8월과 9월에는 연속 두 달 증가세를 보이가 다시 10월에 감소했다. 이에 비해 북미 지역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매월 장비 사용시간이 줄었다. 유럽은 2개월 주기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모양새였다.
고마쓰의 데이터는 해외 정부, 세계은행(WB)과 같은 다국적 기관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다. 또 민간 은행, 주택 건설업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미와 부사장은 "사람들이 리먼 쇼크를 예상했냐고 묻지만, 우리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는 경기 회복을 우리는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해석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지난 달 중국의 장비 사용 시간이 급감한 것은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장비 사용 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라마단 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 고마쓰 정보, 개별 기업, 개인 고객한테도 인기
고마쓰의 데이터는 개인 고객들 사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인도의 한 지역에서는 기계 이용 시간이 실제 예상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전력 부족을 우려했던 근로자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에어콘을 사용하기 위해 장비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고객은 근로자에게 에어콘이 마련된 휴식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고마쓰의 데이터는 국가별 연료 비용, 임금과 같은 요소도 파악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상대적으로 연료 값이 저렴한 미국에서는 절약 모드(Economy mode) 횟수가 적은 반면, 연료 가격이 높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절약 모드 사용 횟수가 높았다.
고객들이 데이터를 통해 운영 관리 체계도 개선할 수 있었다고 고마쓰는 주장했다. 푸미오 무토 콤트락스 부서 제네럴 매니저는 "인도와 중국에서는 기계 소유주가 사업장에서 기계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 터키 소유주는 데이터를 통해 직원들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 또 기계 유휴 시간이 얼마나 짧았는지 등을 파악해 '이 달의 직원'을 선정한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