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호형호제...평소 긍정 평가
정부 출범 때 카드 거론..."새 역할 찾나"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일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밀리는 상황에서 전직 대표를 지낸 홍 전 시장이 김 전 총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은 상징성이 적지 않아서다.
홍 전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난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달라"고 했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서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당을 보고 투표하지 말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수정서 감안 수위조절…김 전 총리 능력·개인 호감 작용
그는 특히 "대구 국회의원들은 당 때문에 당선된 사람들이지 자기 경쟁력으로 된 사람은 없다"며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 의원들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구는 앞으로 나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라고 적었다가, 이후 이 문장을 삭제했다.
홍 전 시장은 민주당이 아닌 능력을 갖춘 김 전 총리 개인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를 감안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김 전 총리와의 만남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홍 전 시장이 개인 차원의 지지라고 했지만 파장이 큰 것은 그의 보수 진영 내 위상에 기인한다. 홍 전 시장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경남지사와 대구 국회의원(수성을)을 거쳐 대구시장을 역임했다. 그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직 대표를 지냈고, 대선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는 뼛속까지 보수다. 그만큼 보수 진영 내 그의 위상은 상당하다.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민주당 간판의 김 전 총리를 공개 지지한 것은 김 전 총리의 능력과 개인적 호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0년대 김 전 총리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함께 정치를 시작해 그때부터 호형호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선거 일정 부분 영향 관측…'홍준표 총리 카드' 다시 주목
그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소통 채널 '청년의 꿈'에서 "차기 대구시장으로 김 전 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자 "유연성 있고 여야 대립에 언제나 화합에 노력했던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지난달 말에는 한 누리꾼이 "김부겸을 지지하고자 한다"고 하자 "대구가 도약하려면 이재명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티케이(TK, 대구·경북) 신공항도 날아간다"고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후 "지금 나온 후보자들 중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 총리가 나서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청년의꿈' 회원들이 묻기에 답변한 것뿐"이라며 "현실 정치를 떠난 제가 지방선거에 관여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날 공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물론 김 전 총리를 지지한 이유가 개인적인 유대 관계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저변에는 현재의 보수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배를 마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인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경선 후 국민의힘을 탈당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다른 해석도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찾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나돌았던 '홍준표 총리 카드'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지속적으로 국민 통합을 추진해왔다.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발탁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홍 전 시장의 김 전 총리 공개 지지가 대구시장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 정도의 유권자에게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 전 시장의 향후 거취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