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술 회유 시도" vs 수사 검사 "회유 없었다"
국조특위, 쌍방울 청문회…박상용·이화영·서민석 부른다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검사와 변호인 간 통화 녹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을 맡은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간 통화 녹취와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일부가 잇달아 공개되면서 '진술 회유'인지 '절차 설명'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과 통화하며 형량 수준과 처우 가능성을 언급한 녹취가 공개됐다. 이어 공개된 피신조서를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5월 19일 기존 전면 부인 입장에서 일부 인정 취지로 진술을 바꾼 뒤, 같은 달 24일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진술을 미뤘다. 다음 날인 25일 박 검사와 변호인 간 통화에서는 향후 수사 대응 방향 등이 언급됐으며, 같은 해 6월 19일 통화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범이 되는 자백이 있어야' 보석 등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박 검사 육성이 담겼다.
◆ 진술변화 직전 '통화'…민주 "전형적 진술유도" vs 박 검사 "회유 없었고, 선처 요구도 거절"

구체적으로 5월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박 검사는 피의자인 이 전 부지사가 "부인할 경우 10년 이상 구형될 수 있다"는 취지와 함께, 방조 등으로 인정될 경우 형량(2년 6개월)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 변호사에게 이 전 부지사와 접견할 것을 요청하며 진술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대화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검사가 원하는 진술구도를 전제로 형량과 처우를 제시한 것이라며, 사실상 '형량 거래', '진술 유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취를 공개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박 검사가) 이 대통령을 주범으로 만들려는 특정한 결론을 전제로 그에 맞는 진술을 짜맞춰 나가려는 구조였음을 의심케 한다"며 "검찰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할 경우 유리한 처우가 가능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전형적인 진술 유도 및 회유 정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박 검사는 이 대통령을 해할 수 있는 진술을 해주면 (이 전 부지사를) 종범으로 기소해 두 번 (형량을) 감경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며 보석으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검사는 추가 진술이 지연된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가 서 변호사와의 접견을 원해 직접 통화에 나선 것이며, 형량 등 언급 역시 회유가 아닌, 법률적 설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은 설주완 변호사였지만,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 뇌물 등 공판을 담당한 '서 변호사와의 상의'를 요구했다는 게 박 검사 측 주장이다. 설 변호사는 같은 해 6월 초, '이 대통령에게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계기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의해 해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검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2023년 5월 중순부터 자백하던 이 전 부지사가 서 변호사의 '승인'을 받아야 이어갈 수 있는 태도였고, 서 변호사와의 접견 필요성을 언급해 전화한 것이며, 형량 언급은 법률적 설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통화에 대해 "이후 서 변호사는 6월부터 검찰에 '이화영이 이재명의 가담 부분을 사실대로 말할 경우 이화영을 종범으로 의율해 달라'라는 것을 포함해 여러 선처 요구를 먼저 했다"며 "(6월 19일 녹취 속 '이재명 주범' 등 발언은) 당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의 가담 여부를 모호하게 진술하는 상황에서 법적 원리를 설명하며 거절한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 법리 설명인가 회유인가…수사 적정성 논란 확산

논란의 핵심은 해당 발언이 수사 과정에서 허용되는 '절차·법리 설명' 범위를 넘었는지 여부다. 특히 당시 상황이 진술 기조 변화 직전 국면이었던 점에서, 형량과 처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피의자 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가법상 구조상 주범이면 10년 이상, 종범이면 감경돼 2년대까지도 가능하다"며 "수사 협조 시 작량감경(재판부 재량 감경)이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해당 발언은 법률적 설명 범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 측이 먼저 종범 적용 등을 전제로 형량을 논의했다면, 검사가 범행 구조에 따른 형량 차이를 설명한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수사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일부 녹취만으로 회유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만일 피의자가 진술을 미루는 시점에서 형량과 진술 방향을 결부해 설명했다면 수사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방식의 실무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서 변호사가 준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녹취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그런 점에서 박 검사가 서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장래 녹음·공개 가능성을 충분히 의식하지 않은 채 말을 너무 편하게 한 것은 수사 실무 차원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한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10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위는 이 전 부지사, 서 변호사, 박 검사 등을 모두 불러 당시 검찰이 대북 관련 업무를 맡은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해 이 대통령을 사건에 연루시키려 했는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