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경쟁력이 수익성 좌우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자동차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는 국면에서 현대차그룹이 꺼내든 '로보틱스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CES에서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로보틱스 기술을 연구개발(R&D) 영역을 넘어 제조 경쟁력과 직접 연결하는 단계로 끌어올렸다.

31일 한국신용평가의 '2026년 자동차산업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신평은 "로보틱스 기술이 단순 미래 기술 확보를 넘어 생산성과 비용 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제품 중심'에서 '생산 혁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엔진과 변속기가 진입장벽이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플랫폼과 배터리를 중심으로 기술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능 격차는 줄어드는 대신 가격 경쟁과 원가 구조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열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확인됐다. 회사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첨단 모빌리티·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며, 로보틱스와 AI 기반 제조 기술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수준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제조 경쟁력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 확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같은 생산량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 지점에서 로보틱스는 단순 신사업이 아니라 원가 구조를 바꾸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라인에 투입될 경우 기대 효과는 분명하다. 완성차 제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구조적으로 줄이고, 반복 작업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생산 거점에서는 인력 수급 리스크를 완화하는 대안으로도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개발 속도보다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처럼 상용화 시점이 불확실한 영역과 달리, 로보틱스는 생산 공정에 적용될 경우 즉각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 수익성과 장기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접근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장에 우선 투입해 생산 효율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하드웨어 제어 기술에 제조 데이터를 결합해, 반복 작업을 넘어 조립 공정 전반으로 로봇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확장성도 주목된다. 생산 공정에서 축적된 로보틱스 기술은 자동차 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외부 제조업으로 확산될 경우 완성차 기업이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열린다.
업계에서는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가 로보틱스 전략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로봇 공정이 검증될 경우, 현대차는 스마트 팩토리 운영 역량까지 사업화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로보틱스 기술의 양산 적용을 위해서는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검증이 필요하다.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개발과 병행되는 투자 부담 역시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는 차량 성능보다 생산 효율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로보틱스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공정에 적용하느냐가 완성차 기업 간 격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