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전모의', '단전·단수 지시' 등은 인정 여부 엇갈려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핵심 인물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각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고, 이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대해 공통된 판단을 내렸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는지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는지 등 세부 쟁점을 놓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결국 내란전담재판부가 심리하는 항소심에서 이러한 사실관계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9일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 尹·金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 판단…"군을 국회로 보낸 것"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식·공유하고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방법 등으로 폭동을 일으켜 내란죄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사실관계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 전 장관 재판부와 한 전 총리 재판부도 이 대목을 주요한 전제사실로 봤다. 이 전 장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 19시경 대통령 안가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에게 계엄군 출동 시각이 적힌 문건을 교부한 사실 ▲윤 전 대통령이 12월 4일 00시 30분경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인정했다.
한 전 총리 재판부는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침입했다"고 판시했다.
같은 법원의 세 재판부가 '군 병력 국회 투입'을 내란죄 인정의 주요 증거로 본 만큼, 항소심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해당 사실관계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는지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선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마음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고 보진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뒤이어 양형 이유에서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선고 형량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낮아지는 데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단전·단수 지시' 항소심 법리 공방 전망
반면, 한 전 총리 재판부는 "윤석열은 2024년 3월 말부터 4월 초순경까지 사이에 신원식, 조태용, 김용현 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비상계엄 선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비상계엄 선포 사전 모의 및 준비'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전날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이 전 장관 재판부는 "피고인이 윤석열로부터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을 지시받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각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내란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내란전담재판부가 가동되는 항소심에서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여부에 대해 법리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우성 특검보도 전날 판결 직후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검과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해당 사실관계 인정 여부에 대해 주장하고 다툴 것"이라며 "상당히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내란 특검법에 따르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단은 5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