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정부가 국가정보국 창설 법안을 특별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일본의 안보·정보 체계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9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8일 소집된 이번 특별국회에 국가정보국을 설치하는 법안 등 총 61개 법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은 전후 체제 이후 처음으로 정보 기능을 통합하는 중앙기관을 갖게 되고, 이어 '스파이 방지법' 제정 논의 또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이미 내각정보조사실, 방위성 정보본부, 공안조사청 등 정보기관이 존재하지만, 이들 기관은 기능이 분산돼 있고 법적 권한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중국·러시아의 정보전 확대, 북한의 군사 활동 등 주변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정보 수집·분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국가정보국 창설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는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처럼 해외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일본이 경제·기술 강국임에도 첩보·사이버 정보 분야에서는 취약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최근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산업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배경이다. 일본 기업의 핵심 기술이 중국·북한·러시아 해커 조직에 노출됐다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산업 보안과 국가 안보를 연결해 관리할 기관 필요성이 부각됐다.

국가정보국 창설과 함께 추진되는 스파이 방지법은 일본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법안 중 하나다.
일본에는 미국의 간첩죄나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포괄적 법률이 없다. 기존 법 체계는 특정 군사시설 침입이나 비밀 누설 행위만 처벌할 수 있어 정보 활동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본은 1985년 자민당 주도로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가 시민단체와 언론의 거센 반대로 폐기한 바 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 일본의 첨단 반도체 및 AI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해졌다. 또한 미국 등 우방국과 긴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일본 내의 보안 수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야당은 스파이 방지법이 사생활 침해나 표현·보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정치권의 보수화 흐름과도 연결된다. 집권 자민당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확보 등 안보 정책을 확대해 왔다. 국가정보국 창설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경제안보 전략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AI 기술 보호,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기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판 경제안보 전략이 단순 산업 정책이 아니라 정보·첩보 체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국 창설은 일본이 동맹 네트워크 속에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정보 협력은 이미 긴밀하지만, 일본이 독자적 정보 역량을 확보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도 더욱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이 기술 유출 방지와 산업 보안을 강화하면 한일 기업 협력 구조에도 새로운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 정보 공유나 중국 경제안보 대응에서도 일본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