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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다수결의 정치, 다수의 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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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vs 야당 당권파 vs 비당권파 서로간 척결 대상
'쉬운 유혹' 다수결 보단 상대 '인정' '설득' 과정 절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예전 정치권에는 그래도 실력과 품격이 있었어요. 실력만 없어진 줄 알았더니 품격도 없어졌어요."

'2년여 만에 국회로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도 정치인들의 막말이 더 심해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한 현역 중진 의원의 답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조정과 타협'은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가장 거리가 먼 가치가 됐다.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의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고, 국민의힘은 최장 24시간에 불과해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남발하고 있다.

         김승현 정치부 차장(국회반장)

◆한국 정치판 '다수의 폭거' 심각    

정쟁 수준이었던 여야 갈등은 적대시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를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여야의 서로를 향한 독설은 차라리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췄다. 양당의 당내 갈등은 '못 볼 꼴'이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당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한동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한(친한동훈)계'의 대립이 선을 넘었다. 서로 배제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됐다. 

양측 지지자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과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난을 퍼붇는다. 지지자나 당원을 넘어 전·현직 당 대변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인사들도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선봉대를 자처한다.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은 아무 말이 없다.

민주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깜짝' 합당 제안을 발표한 이후 아수라장이 됐다.

조기 합당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 한준호 의원은 각종 친여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합당 방해 4인방' '민주당 4적' 등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공격 받고 있다.

견디다 못한 강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새 참 힘들다.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다. 입안이 헐었다. 2만 개 가까운 문자 폭탄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강 최고는 "당 대표가 특정 커뮤니티에서 좌표를 찍고 특정 유튜브에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후에 훨씬 더 심해졌다. 이것은 야만이고 폭력"이라고 고초를 성토했다.

결국 정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속도 조절' 요청을 수용하며 민주당-조국혁신당의 6·3 지방선거 전 합당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전쟁의 상처는 깊게 파였고 남은 것은 선명해진 혐오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오로지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는 '다수의 폭거'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수당은 소수당을, 당권파는 비당권파를 숫자로 찍어 누른다.

◆'상호 관용' '품격 인정' 실종땐 민주주의 파국

정치학에서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최선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차선책'으로 본다. 다만 다수결이 집단 의사 결정의 원칙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교착 상태보다는 낫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다수결이 '다수의 폭정'이 되지 않기 위해 '숙의(Deliberation)'를 전제할 것을 강조한다. 숙의는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며 신중히 검토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정치학의 고전이 된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다수의 폭정을 심각히 우려했다. 토크빌은 다수가 권력을 잡았을 때, 그 권력이 법적 한계를 넘어 소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봤다.  

그의 고민은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한국어판이 출간되며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지금까지도 큰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역주행'하는 스테디셀러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공저자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정치적 경쟁자를 정당한 라이벌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이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라고 규정했다.

저자들은 상대 정당을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국가를 함께 운영할 파트너로 인정하는 태도, 즉 '품격 있는 인정'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가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경고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미국의 학자들이 민주주의 제도에 의한 민주주의의 파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는 이들의 우려를 '선도'해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국회 카메라 앞에서는 강경 대치해도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여야 의원이 어울려 회포도 풀고 웃으며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는 일화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가 됐다. 국회의장이 국익을 위해 나서는 해외 순방에서도 동행한 여야 의원들이 식사 자리에서조차 거의 소통하지 않는 시대다.

"다수의 의견이다.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는 다수결은 의사결정에 있어 최소한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결국 모두의 수긍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권의 정치인들이 숫자로만 승부하려는 '쉬운 유혹'에 빠지지 않고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설득하는 '참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체득해야 한다.

'연목구어'(緣木求魚)인 현실이지만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라도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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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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