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논란 벗고 '금융실세' 존재감 과시
금융시장 막강한 영향력에 기업 '긴장'
12일 ELS 과징금 결론에 향후 행보 결정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반년 만에 금융권 핵심 현안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 2조원대 은행권 과징금 등 업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현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초 이 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9일 새해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금감원의 업무계획 및 주요 추진 과제 등에 대한 포괄적인 브리핑이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사들은 벌써부터 이 원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 직후부터 강남 고가 다주택 논란에 휩싸이며 입지가 불안했던 초기와 달리 불과 6개월만에 공격적인 정책들을 연일 현실화시키며 금융실제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까지 맡았던 이 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에도 참여(사회1분과장)하며 대표적인 '측근'으로 불렸다.
업계는 취임 한 달여 만에 금감원 분리 등을 담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전면 재검토로 돌린 대목을 결정적 장면으로 꼽는다.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직원 지지를 이끌어내며 리더십을 다졌다는 평가다.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세워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감독 강화, 특사경 확대 및 인지수사권 부여, 공공기관 재지정 유보, 홍콩ELS 대규모 과징금 등 주요 현안을 잇달아 주도했다.
특히 금융위와의 미묘한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준공공기관인 금감원이 금융위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임에도, 주요 정책에서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은 대표 사례다. 그룹 회장 연임 제한과 이사회 재편 등 업권 전반에 파급력이 큰 사안임에도 금감원이 태스크포스(TF)를 먼저 구성했고, 이후 금융위가 참여하는 형태로 논의가 진행됐다.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자본시장 감독 권한 확대에 신중했던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불공정거래와 불법 사금융 범죄에 한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심은 다음 행보다.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직결된 결정들이 줄줄이 남아 있다.
이 원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특사경 인지수사권은 금융위 통제를 받는다"고 밝혀 월권 우려를 의식한 듯 한발 물러섰다. 2조원 규모로 사전 통지된 은행권 ELS 과징금에 대해서도 "생산적 금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고 강조했고, 지배구조 개선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재차 예고했다.
은행권은 오는 12일 열리는 ELS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주목한다. 이 원장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만큼 과징금 규모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다. 감면 폭에 따라 은행권 건전성과 대출 여력, 생산적 금융 기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가장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며 "ELS 과징금 최종 규모가 올해 감독 정책의 강도를 가늠할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