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성희 시인(본명 김성희)이 새 시집 '속수무책을 읽다'(시와반시)를 출간해 새해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새 시집은 시인이 지난 2019년에 펴낸 첫 시집 '괜찮아 괜찮지'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소외된 이웃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심화하고 있어서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집은 전체 2부로 구성돼 있고 '공정거래의 무게' 꽃의 숨'을 비롯해 모두 43편의 시와 박찬일 평론가의 해설 '마이너리티 보고서'가 실려 있다.
요양병원 엄마, 화장실에서 대변이 통제되지 않는 할머니, 혼자 떼오놓고 와 울다가 바짝 곤 아이, 용역업체 파견 인부, 편의점 계단 밑 비에 흠뻑 젖은 노인, 벙어리 마흔 사내에게 시집온 스무 살 어린 외국 신부, 계모의 매 타작을 피해 도망쳐 온 맨발 소녀... ...
성희 시인의 이번 시집에 주로 드러나는 인물과 상황들이다. 시인의 시선은 철저하게 우리 사회의 응달진 곳, 소외되고 어두운 곳, 약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문예미학적으로 말하면 현실주의적 리얼리즘이다. 시인은 이런 창작방법과 미학적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프고 고통스런 부분을 독자들에게 환기 시킨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거친 일방적 주장이나 메시지중심주의에 매몰된 게 아니라 시적 형상화가 세련돼 있다. 때론 아름다우면서 서정적이고, 때론 섬세하면서도 너무 날카로워 독자들의 심장을 후벼파는 감동을 선물하기도 한다. 시인의 열정과 혼신의 공력이 실린 훌륭한 시들로 이번 시집이 그득하다.
"명명하기를/고등어 무조림이지/무 고등어조림이라곤 하지 않는다//시원한 맛 무가/고등어 아래 깔려 그 무게를 견디며/숨 다 꺼질 때까지 자기의 향을 풀어놓는다//무가 고등어에 스며든다/고등어조림/무를 불러주지 않고 그냥 고등어조림이라고 한다//사람살이도 그와 같아/생에 한번 고등어가 되지 못해도/그 무엇의 완성을 위해/기꺼이 무가 되는 사람이 있다/문장을 이룰 때 주어를 꾸며주는/없어도 짜다리 아쉽지 않은 부사 같은데/냄비 맨 밑바닥에서 물커덩/제 몸 으스러지는 줄도 모르고 뜨겁게 뜨겁게 끓어 오른다"('쓸쓸하게 아름다운' 전문)
고등어조림에 맛을 내기 위해 곁가지로 들어간 무를 통해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를 비유하고 있는 빼어난 시이다. 고등어조림에서처럼 자기의 존재를 호명받지 못한 무의 처지에 대해 시인은 '쓸쓸하게 아름다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건 맞는 말이지만 쓸쓸할 것까지 없다. 맑스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사회경제적 계급이 고등어가 되고 무가 된다. 고등어와 무의 구분, 그 차이나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훌륭한 시인의 문학적 책무인지 모른다.
박찬일 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해 "깨끗하다. 정갈하다. 세계에 대한 측은(지심)이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세계에 마냥 휩쓸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성희 시인은 지성적 예술가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성희 시인은 대구에서 출생해 2015년 '시에티카'로 등단했고,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작가회의, 현대불교문인협회, 시에문학회 회원이다.
yrk5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