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 "암적 존재, 로또급 포상금 줘라"
서울·경기 등 수도권 대단지 집중 수사
중개사 영업 방해 시 징역형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인위적으로 호가를 끌어올려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집값 담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칼을 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연내 강력한 수사 권한을 갖춘 부동산감독원까지 출범하면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망은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 "단순 푸념 넘어선 중개사 협박·보이콧은 명백한 불법"
26일 서울시와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집값 담합과 허위거래 신고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본격 대응에 나섰다.
먼저 서울시는 오는 6월 말까지를 '부동산 가격 담합 집중 신고 기간'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최근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가격이 53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통해 특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못하게 강제하는 등의 담합 조짐이 뚜렷하게 관찰된 데 따른 조치다.
관련 민원 신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최우선 수사 대상이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자치구로 수사망을 넓힐 계획이다. 고강도 수사를 전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 및 각 자치구 등 관계 기관도 협력한다.
경기도 역시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새롭게 구성해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겨냥한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179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집값이 10억원 아래로 하락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모의가 이뤄졌다.
해당 대화방에는 "2~3월 폭탄 민원을 넣어 (집값을) 5000만원 이상 올리자"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참여자들은 "총력전을 해야 한다"고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이 대화방 참여자는 실제로 이달 초 본인의 주택을 팔아 3년 만에 3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당초 사건의 핵심 주동자 4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으나, 최근 주동자뿐만 아니라 가담자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커뮤니티 방장의 지시에 동조해 집단 민원을 제기하거나 허위매물 신고를 인증한 사람, 공인중개사에게 협박성 문자를 전송한 인원 전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현행법상 집값 담합의 처벌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공인중개사를 향한 구체적인 업무방해 행위의 존재 여부다. 특정 중개업소가 올린 정상 매물에 대해 단지 주민들이 모두 허위 매물로 신고를 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나, 가격을 낮춰 부르는 특정 부동산에는 물건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별도의 리스트를 공유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중개사에게 전화나 문자로 가격을 안 올리면 맘카페에 악덕 업소로 박제하겠다고 직접적인 협박을 가하는 것도 명백한 불법이다. 남기룡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변호사는 "'10억원이 아니면 절대 안 팔겠다'는 개인적인 결심이나, '옆 단지는 12억원인데 우리도 저평가된 것 같아 아쉽다'는 식의 단순한 의견 개진은 자유의 영역이라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값 담합 및 허위 거래 교란 행위가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로 거래 신고를 하거나 공동 중개를 거부한 공인중개사 역시 중개 사무소 개설 등록이 취소되거나 최대 6개월간 자격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 호가 조작해 시세 왜곡…연내 '부동산감독원' 띄워 발본색원
조직적인 담합 행위들은 시장에 저렴한 정상 매물이 유통되는 경로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실제 매수자들은 인위적으로 높아진 호가에 맞춰 집을 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실거래가 상승이라는 시세 왜곡으로 직접 이어진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집값 담합이 관찰됐던 동대문·영등포·노원구 등 서울 7개 자치구의 아파트 단지를 1개씩 표본으로 삼아 담합과 호가 상승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호가가 약 2.4%에서 최대 20.15% 수준으로 상승함이 확인됐다. 담합 기간을 늘리는 경우 1개 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호가가 더욱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담합이 단기적으로 호가를 수천만원 단위로 끌어올리며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몇 년씩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워도 1년여 정도의 기간, 특히 가격 상승 기대감 및 확신이 강할 때 담합이 어느 정도 잘 성립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집값 담합의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주로 이뤄지던 담합 모의는 이제 접근성이 높은 오픈채팅방으로 발전했다. 2024년 7월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집값 담합을 주도한 사건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당시 단지 소유주만 참여할 수 있는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A씨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에 접수된 집값 담합 신고는 총 231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1088건으로 전체의 47.1%, 서울(344건)이 14.9%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에서만 전체 신고의 71.5%가 발생해 지역적 쏠림이 매우 크다.
과거에는 접수된 신고의 대부분이 구체적인 증거 불충분 등으로 인해 무혐의나 미조사 처리로 종결되곤 했다. 연도별 신고 건수 대비 경찰 수사 착수 비율은 ▲2020년 3.2%(46건) ▲2021년 7%(47건) ▲2022년 2%(2건) ▲2023년 0%(0건) ▲2024년 3%(2건) 수준으로 실제 수사로 넘어간 사례가 100건 남짓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증거와 함께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지는 알짜배기 적발 비중은 2025년 상반기 기준 12.2%(6건)로 크게 상승하며 타율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집값 담합을 중대 범죄로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처벌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집값 담합에 대해 "암적 존재"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국무회의 자리에선 "신고하면 팔자 고치도록 포상금을 확 줘야 한다"며 "'로또'를 하느니 담합을 뒤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포상금 인상도 예고했다.
올해 안에 부동산감독원이 출범하게 되면 불법 행위 추적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별사법경찰권을 통해 이상거래·담합 등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전담 수사하는 기관으로 국무조정실 산하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없어도 의심 대상자의 정보를 직접 열람할 수 있고 수사 후 검찰에 곧바로 송치할 수 있는 집행력을 갖게 돼 처벌까지 소요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당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