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언급도 안해...위기 타개할지 미지수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쇄신안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당명 개정,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막기 위한 범야권 연대로 압축할 수 있다. 쇄신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 및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와 한동훈 전 대표 징계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자신이 처한 당내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절반의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쇄신안의 핵심은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등 과거와의 단절이다. 사과를 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 윤어게인 세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 대표는 사과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탄핵의 강과 동일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장 대표의 의도대로 국민이 이것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으로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장 대표의 이런 애매한 입장은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타협의 성격이 강하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 등 강경 보수층의 도움으로 대표가 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는 자칫 자신의 핵심 지지 세력의 이탈 등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는 진일보한 게 맞지만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쇄신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한 전 대표 포용은 자신의 정치 운명이 걸린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다.
두 가지는 당내 쇄신 요구의 핵심이었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의원 25명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약속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3선의 윤한홍 의원(국회 정무위원장)과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로 당내 최다선(6선)인 주호영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를 요구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5일 장 대표 면전에서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상임고문은 지난 3일 TV조선 인터뷰에서 "민심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며 "극우에 발목 잡혀서는 절대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장 대표를 만나 "지금은 화합할 때"며 "수구 보수가 돼선 안 된다. 그건 퇴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며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옹호하지 말라고 했다. 급기야 계파 색이 엷은 김도읍 정책위 의장마저 지난 5일 사퇴했다.
이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극우 노선을 정리하고 중도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 징계를 멈추고 힘을 합해야 한다며 당내 화합도 주문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를 의식한 행보를 하는 장 대표의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는 한 중도층 공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 저변에는 "이대로는 지방선거 참패"라는 당내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지지율은 여전히 20% 초·중반대(한국갤럽과 NBS 등 면접 여론조사)에 묶여 있다. 지방선거 전망도 암울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구조를 놓고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장 대표의 쇄신안은 이들의 요구에는 미흡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 한 전 대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비상계엄 사과로 타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넘어 미래로 나가겠다고 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로 과거와 절연하고 중도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과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 없이 과거와의 절연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국민 다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과거와의 단절의 전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아울러 쇄신안에는 당내 대표적 현안인 한 전 대표 징계 문제에 대한 입장도 빠졌다. 한 전 대표에 대해 징계를 한다면 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당게(당 게시판) 논란에 대해 관리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장 대표는 당명 개정과 범야권 세력 연대도 약속했다. 국민 지지가 있을 때 새로운 당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범야권 세력 연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사랑을 받을 때 당 밖의 세력도 손을 내밀 것이다.
장 대표가 이날 제시한 쇄신안으로 당내 리더십 위기 등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쪽짜리 변명"이라고 평가절하했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관건은 향후 여론의 흐름이다. 장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