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은 때로는 가장 냉혹한 예언가다. 2026년 2월 3일, 글로벌 증시가 보여준 패닉은 단순한 수치의 하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개입 혹은 역할'이라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한 것과 같았다.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와 렐렉스(RELX) 같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도구와 데이터를 독점하던 기업들의 주가가 하루아침에 10% 이상 폭락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앤트로픽(Anthropic)이 공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였다. 시장은 이제 AI를 사람이 쓰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건너뛰고 결과를 내는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경고는 섬뜩하다. 그는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전체 공정을 대체할 것이며, 그로 인한 노동 시장의 충격은 "이례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어제 시장의 반응은 그 고통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 노동자에게 전이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 실물 경제에서는 '노동의 자본화'가 진행 중이다. 아마존, UPS, 델(Dell)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단행한 대규모 해고(모두 1만명 이상 해고)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다.
이는 사람에게 지급하던 인건비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 지출로 전환하는 구조적 리모델링이다. 그 결과, 지식의 전수 과정이 끊기고 있다. 신입 사원이 선배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전승 고리가 AI의 완성된 결과물 앞에서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니어의 설 곳이 없다'는 말은 곧 미래 전문가 집단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파고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단순히 AI 사용법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 법적·제도적, 그리고 교육적 차원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

첫째, 교육의 패러다임을 '지식 습득'에서 '감리'로 전환해야 한다. AI가 1초 만에 작성한 계약서나 코드를 보고, 그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잠재적 리스크는 없는지를 판별하는 '검증자'로서의 역량이 유일한 차별점이 될 것이다. 교육기관에서는 이제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오답을 찾아내는 비평가를 길러내야 한다.
둘째, 기업은 'AI 도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AI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경험을 주니어 시기부터 제공하고, 이를 통해 AI가 놓치는 맥락을 통제할 수 있는 시니어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R&D 투자다.
도구가 주인이 되려는 세상이다. 우리는 도구에 종속될 것인가, 아니면 도구를 감시하는 감독관으로 남을 것인가. 노동의 가치가 증발하는 이 시점에 사회적 공감과 논의가 반드시 선제 돼야 한다.
김동섭 변호사(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과학기술과 법률을 잇는 융합형 법조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로스쿨을 거친 그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국내외 특허·디자인 출원을 자문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특허청·KETI·KEA 등의 R&D·특허조사사업에 참여해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자문을 이어왔으며, KOCCA 평가위원, KISA 블록체인 포럼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 AI 법률 규제 세미나에도 참여, 글로벌 규제 트렌드 연구에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