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럽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휴전안을 우크라이나와 협의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유럽 외교관 4명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구상은 기존 논의 중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다. 양측이 휴전에 합의할 경우 이후 협상에서 영토 문제를 다루되,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하게 된다.
앞서 유럽 측은 5월과 8월에도 비슷한 안을 내놓았으나 러시아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번 초안은 이전 안과 유사하지만 일부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이주자 송환, 포로 교환, 안보 보장 및 재건 재정 지원, EU 가입 로드맵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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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동 기자회견 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한 러시아가 약속을 이행하는 수준에 따라 EU의 대러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되, 동결된 러시아 자산 일부를 전용해 우크라이나 배상금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평화이사회(Peace Board)' 구성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럽 외교 소식통은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아 휴전 이행을 감독하는 구조로 제안됐다"며 "유럽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미국을 협상판에 남겨두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이번 평화이사회 구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추진 중인 20개항 평화안의 틀을 참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워싱턴에 즉각적인 휴전 요구 입장을 유지해달라고 촉구하며, 현재 전선을 향후 평화협상의 기준선으로 삼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35개 우크라이나 동맹국은 오는 금요일(24일) 런던에서 장기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향후 몇 주 내 직접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날 백악관은 조만간 양국 간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입장 고수로 협상에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늦게 러시아 남부 브랸스크 지역의 화학 공장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러시아의 화약, 폭발물, 로켓 연료를 생산하는 핵심 시설로, 우크라이나 군 참모본부는 텔레그램 메시징 앱을 통해 "공중발사형 '스톰 섀도(Storm Shadow)' 미사일을 포함한 대규모 합동 공격이 시행됐다"며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방공체계를 관통했다"고 알렸다.
스톰 섀도 미사일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영국이 제공한 이 무기로 러시아 본토 전략 시설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러 본토 직접 타격은 허가하지 않았다.
러 국방부는 자국 방공대대가 브랸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57기를 파괴했다로 발표했을 뿐, 스톰 섀도 미사일 언급은 없었다.
이에 보복이라도 하는 듯, 러시아는 22일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했다.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은 텔렉그램을 통해 키이우 시민들에 방공호 대피를 지시했다.
wonjc6@newspim.com